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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이 나름대로 깁니다. 긴 글이 힘드신 분들은 다른 글을 읽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처음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 그 때는 참 대리가 되고 싶었다. 이름 옆에 아무것도 없는 어정쩡한 시기를 지나 그래도 대리라는 이름이 붙여지는 게 좀 나을 거란 참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지금 대리가 되고 나서 꽤 많은 해가 지난 것 같은데, 그저 대리가 되기를 바랐던 시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진 것을 느낀다. 지금은 대리로 불리나 대리로 불리지 않으나 별로 상관 없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가끔 뜻하지 않게, 남들이 다 본 거 들은 거 나중에 뒷북을 치곤 하는데 요새 지대넓얕 정주행을 하면서 어느 편에선가 독실님이 그런 얘기를 하신 적이 있다. 주변 친구 중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이 있는데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자기도 모르게 '나는 위로 올라가기는 힘들겠구나'하고 바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위로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보다보면 그걸 내가 그걸 감당할 수 있는지 아니면 내가 할 수 없을지 느낌으로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 포기를 하게 된다는 얘기였다. 나도 그 말을 듣고는 어느 정도 이상하게도 수긍이 되었다.

왜 수긍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위에 계신 분들에 대해 논해야 할 것 같고 그에 따라 관련된 표현을 많이 쓸 것 같은데, 편의상 그런 분들을 '대선배'로 지칭하도록 하겠다.

일반적으로 '대선배'라고 하면, 그 세대가 보이는 특성인지 아니면 그런 위에 갔기 때문에 보여지는 특성인지 헷갈리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 비슷한 특성을 보여 주는데, 그 특성을 내가 가질 수 있을지 없을지에 따라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없을 지가 결정되는 듯 하다.

혹시 회사를 안 다녀봐서 잘 모른다면, '대선배'일수록 태양의 '나만 바라봐' 가사와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보면 된다.

'내가 바람 피워도 너는 절대 피지마-'

예를 들어, 내가 실수 해도 너는 실수 하면 안 된다 이런 것과 더불어 내가 실수한 것도 네가 채워 줘야 한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나는 어디까지나 내 경험 상에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다양하게 나뉠 수도 있지만 저런 경우가 많았거나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저런 경향이 많아진다. 본인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하지 못한 그런 것 말이다.

왜 대선배들 중 그런 사람들이 많은가 곰곰히 생각해봤다. 승자의 뇌라는 책도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지만,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행동할 수록 내가 포기해야 하는 가짓수가 적어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본인이 편한 것만 생각하고 그 위주로 방향을 결정해 버린 후에 그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를 무시해버리고 둔감해지면 주변을 여러 가지 살피고 고민하고,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려하는 등 부차적인 것들에서는 해방이 되니까 본인이 생각했을 때 더 고난이 적은 선택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란 원래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극복하려고 여러 상황에 대해서 무뎌지기 마련인데 더욱 더 특화된 방향으로 무뎌지는 것 같다.

모른다는 것에 대해서 모른다고 인정하지 않고 아는 척하고,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그러는 동시에 본인이 제일 힘든 것처럼 불평해도 아직까지는 그런 사람의 많은 수가 대선배로 존재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인 것 같다. 그렇게 해도 본인이 불이익을 받을 일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환장할 노릇인게 저런 것을 다 완전체로 가진 대선배들도 있지만 일부 몇몇 특성만 애매하게 가진 경우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아까 말한 태양의 나만 바라봐란 곡의 화자처럼 보통 대선배들은 내가 이 정도면 최선을 다한 거니까 후배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은 꺼리는 극한의 정서까지 내비치고는 한다. 그러나 대선배라는 존재를 떠나 사람이란 사회적 동물이라 아기 때부터 꼭 배고파서가 아니라도 애착을 중요시하고, 양가 감정이라던가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면들이 꽤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쪽으로 일관성이 없다는 것은 그러려니 해야하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다.

물론 저렇게만 해서는 정말 아무도 곁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업무 성과가 뛰어나거나, 어느 정도로는 챙기거나, 또 어느 한도에서는 관용을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항상 보이지 않는 선을 본다.

일단 저런 특성을 가진 사람이 대선배들로 상대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현재로서는 나도 저런 사람이 되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내가 아는 누군가는 너도 버티려면 저렇게 되어야 가능하다는 말도 해 주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나라면 조직이나 회사의 목표를 위해서 개인의 희생을 잘 이끌어 내거나, 혹은 조직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그 중 누군가를 제외시키거나, 그러면서도 뻔뻔해서 마음에 금이 잘 가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쓸데없어 보일 지는 몰라도 본의이든 아니든 현재로서는 일이라는 것이 나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에 주로 집중하는 내가 다소 서글프단 느낌도 있었지만 요새 들어 계속 어느 샌가 이런 생각에 빠지곤 한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지만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무서운 게 때로는 대선배들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많아지면서 더욱 더 걱정스러운 부분들이 많다.

이전에 잘 모를 때는 이러저러한 일이 있으면 그런가보다하고 정신없이 보냈지만 이제는 더 많이 아는 것에 비해 갈 수록 기민함은 떨어져가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대선배의 입장에 내 입장을 대어보는 횟수가 점차 많아져서 그런 것 같다.

쉽게 말해서, 내가 과거의 나 같은 사람을 그것도 매우 당찬 성격을 가지고 있는 친구를 만나 '사실은 당신이 하는 게 참 여러 가지 구려요' 이런 류의 말을 듣게 된다면 그 친구가 하는 말이 구구절절마다 백퍼센트 맞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내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한다. 나는 이럴 때 포용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또 관용을 보여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관용이 과연 어느 정도여야 호구로는 보이지 않고 또 기분 상하게는 하지 않는 적정선일까?

막말로 나랑 그 동안 일했던 후배들이 마음 속으론 그냥 나를 별로라고 생각했는지, 또는 자기는 안 그런 지 안다며 치를 떠는지 조차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막연하게 내가 편하기 위해서는 그냥 실제로 나오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나 혼자 상상은 하지 말자고 나를 다독이는 것 말고는 할 바가 없다. 그래서 그 대선배들도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반대를 하면서 반대를 신나게 할 뿐 아무런 대안이 없을 때인데 내가 불편해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반면에 이에 대해 명확한 해답은 내기가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라 더욱 혼란스러운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불편하게 여겼던 수준의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소망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되는 건 생각보다 정말 힘든 것 같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감당해야 할 가짓수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내가 대선배들과 비슷한 사람이 되는 게 가장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사람이 되기는 싫고, 그런 길을 가지 않는다면 그 모든 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딜레마인, 그런 상황 속에 서 있는 듯 하다.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이 완전하게 모두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결심하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보다 대선배가 아니라 하더라도 눈치를 보자는 것이다. 내 경험상, 대부분 대선배가 되면서 눈치를 봐야하는 대상의 수를 매우 줄이기 때문에 그런 대상이 아닌 사람들에게 하는 행동에 대해서 혼자 관대해지는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해 당당한 것과 다른 사람에게 염치가 없는 건 다르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구분이 갈 수록 어려워지는 모양이다.

이렇게 눈치를 본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그냥 내 일방적인 기준일 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대선배들에게 눈치를 보는 만큼 후배들의 눈치도 본다면 그래도 좀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다. 물론 지금 내가 대선배들에게 보는 눈치와 100% 같은 정도로 눈치를 보지는 않는 것 같다. 항상 최선을 다 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사람이기 때문에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일반적인 대선배의 길을 가지 않고 항상 내가 이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서 이렇게 계속 하는 게 정답인지 나 자신도 약간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뜻하지 않게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게 요구하기 보다 내가 양보를 하거나 그럴 때도 생기기 마련이다.

어차피 내가 하는 행동은 생색을 낼 수도 없고, 아니 생색을 내서는 안 되는 행동인데다가 이렇게 한다고 누가 알기는 하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정확한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은 나는 일반적인 대선배의 길을 가는 게 더 힘들 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시스템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야겠다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한 편으로는 내가 바꾸기는 힘들 것 같고 이런 것은 자기 위안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우리 나라의 장점이자 단점이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인데, 앞으로 인식이 바뀌어서 유럽처럼 교수님한테도 교수님 이름으로 서로 말 놓고 지내는 그런 시기가 도래하면 그 중에 내가 가장 그나마 얘기할만한 선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은 허황된 상상을 가져본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그러한 대선배가 되기 위해 어떻게 회사에서 버틸 것인가.

그 동안 겪어보니 어떤 면이든 회사 다니는 걸 좋아해야 한다. 대선배들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봤을 때 그들은 필요 보다 본인이 즐기는 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업무 자체를 즐긴다던가, 아니면 지위가 주는 자존심 또는 자신이 속한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돋보인다던가 한 가지 이상은 어떤 의미에서든 회사 다니는 것에서 찾는 즐거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회사도 몇 번 옮겨 보면서 든 생각이 내가 회사 다니면서 즐겁다고 말 할 게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요새 깨닫게 된 것이 난 특별히 진취적이라기 보다는 나도 모르는 새 책임감으로 끙끙대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건 '내 자신의' 동력이 되긴 힘들 것 같다.

또 아까 일장 연설을 한 후배와의 인간관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심지어 꿈의 회사라는 둥 엄청나게 좋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회사라는 구조가 개인이 개인을 착취하게 디자인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선배들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데에는 개인의 결정도 있지만, 회사에서 요구하는 상황 속에서 작은 것부터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본인 나름대로 이것이 최선이라고 여기며 이 결정 저 결정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일 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을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꼭 괘씸죄에 걸려서가 아니더라도 업무적으로 능력이 없거나 혹은 능력이 모자라지 않아도 상대평가를 당하게 되어 있으면 그 누군가는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버틸 수가 없다. 회사의 태생적인 구조 자체가 회사에서 원하는 무엇인가를 어떤 이유로든 달성하지 못하면 자의든 타의든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는 없다.

당연한 소리처럼 보이겠지만 능력이 모자라서 더 이상 업무를 할 수 없게 된 누군가도 단지 정확한 방법을 모르고 노력 했을 수도 있는데, 회사에서는 성과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성장을 기다리기 힘든 구조로 되어있는 것 같다.

쉽게 말하면 내가 그래도 회사 다녀서 못 하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회사를 지원하지 학교 다닐 때 아마 내 미래는 일 못 한다고 욕 먹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학교 생활을 보내기는 쉽지 않았을 게 아닌가. 다들 최소 20여년 이상을 보내오면서 그런 미래를 맞이하려고 준비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나도 일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일 못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감정적으로 격해지곤 한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회사 안에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경우도 꽤 많은 것 같다. 회사라는 구조가 가면 갈 수록 가혹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생존에 있어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대부분 열심히 준비를 하며 살아왔을 개인 한 명 한 명에게는 이게 합당한 대우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혹한 방침을 내리는 사람이 될 것인가 혹은 그 방침을 당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고민 속에서 대부분 전자를 택하는 게 점차 당연해지는 모양인데 나는 갈 수록 느껴지는 이 회사라는 곳의 본질 상 어찌보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버텨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큰 꿈을 가지고 나는 이 조직에서 최고가 되어야 겠다고 다짐하고 자기 자신을 몰아 붙이면서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보면 항상 내게 맡겨진 일을 해내는 것 이상으로 생각할만한 겨를이 없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선택을 받아야 한다면,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을지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선택받을 만한 것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항상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계획을 짜고 싶은데 정말 살아 남으려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에 도전해서 그것을 성취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싶다. 아니면 심지어 그렇게 성취한 게 없더라도 성취한 것처럼 잘 포장해야 하는데 그것에 내가 그리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이런 글을 쓰면서도 대선배 중 한 명이 이 글을 보고 내가 누구인지 안다면 나에게 꼭 좋은 태도를 보이지도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막막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살아가면서 느낀 건 어차피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계속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정말 버티는 길이라는 것이다. 지금 1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해온 걸 들여다보면 남들이 지친 시간에도 어떻게 보면 멈출 수 없이 한 해 한 해 보냈다는 것인 것 같다.

오히려 머리가 좋고 탁월한 친구들이 일상의 평범함에 더욱 쉽게 지쳐버리는 것을 보면서 억지로라도 있어야 했던 내 상황이 더욱 버티게 해 준 게 아닐까 하고 정신승리를 해보곤 한다. 꼭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가 아니어도 업계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 대부분 보면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걸 자주 보는데, 가면 갈 수록 내가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인가에 대해서 꾸준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효율적인 방법을 모른채로 노력만 하는 것은 노력하지 않는 것보다 못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선을 넘고나면 무엇인가에 대해 질리지 않고 꾸준할 수 있는 것이 진실한 능력인 것 같다. 요새 TV에서 집중력보다 주의력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집중력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능력이고 주의력은 그렇지 않더라도 집중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무슨 일이든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업무의 수는 적고 그에 비해 내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더 많기 마련이라 그게 바로 버티는 거라고 표현되는 것 같다.

요새 어느 유튜버가 다 버리고 훌훌 떠나는 사람에 대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보다 버티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그 말 이후로 나도 이제 내가 버티고 있는 것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마음 가짐도 달라진 것 같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는 앞으로 후배들이 적어도 껄끄러워는 하지 않는 선배가 되고 싶지만, 하루 하루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면서 그렇게 보내보고자 한다. 그나마 그 정도가 그렇게 특출나지도 않고 배경도 그럴싸하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계획인 것 같다.

이렇게 내가 근래에 하고 있던 생각을 정리하면 그래도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명확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에 조금은 울적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버티는 것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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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직종 관련 FAQ + 생각 + 부탁의 말씀 (1)
임상시험 직종 관련 FAQ + 생각 + 부탁의 말씀 (2)


커리어 패스 관련 질문

의외로 경력이 있는 경우에도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별로 없는 건지 나에게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또 신입으로 어떤 커리어를 가야 할 지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경력이 있는 경우는 사실 나도 내 앞가림을 못하고 있는데 내가 답을 해 줘도 되나 싶을 때도 꽤 많다.

나는 일반적인 경우, 앞으로 임상시험에 대한 꿈이 큰 경우, 그보다는 안정적인 것을 원할 경우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예를 들어 내가 PV로 업무를 시작했다, 혹은 CRA로 시작했다 라고 가정했을 때는 동일한 직종에서 직위만 변경하면서 이직하는 게 적절하다. 회사에 따라서는 임상시험 관련 업무라고 하더라도, 예를 들어 PV를 했다가 CRA를 한다면 PV 업무 경력은 쳐주지 않고 신입으로 치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아예 CRA로 바꾸고 싶어도 안 뽑아 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처음에 어떤 직종을 선택하는 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특히 국내사)에서 내가 원하는 직종에 지원했는데도 업무 수급 상황에 따라서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바꿔버리는 경우가 꽤 많은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부 이동이 가능한 경우도 꽤 많지만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훨씬 많지 않나 싶다.

나 같은 경우는 MW로 시작해 지금은 Project Leader 이런 식으로, 쉽게 말하자면 CRA를 하고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MW로 경력도 몇 년 되었기도 하고, MW하면서 local 임상도 운영했었고 CRC로도 업무 했었기 때문에 어떤 업무든 그다지 상관이 없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같은 경우는 많지는 않을 것 같다. MW도 했는데 CRC도 한 case가 나도 몰랐는데 꽤 희귀한 것 같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한 가지 직종 혹은 연관성이 있는 직종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또 DM (Data Management)의 경우 신입을 통계학 전공을 하지 않았는데도 뽑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는데, 결국 나중에는 통계학 전공을 했거나, 혹은 통계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하면 윗 단계로 승진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많으므로 참고 바란다. 최소 통계학을 부전공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임상시험에 획을 긋고 싶다, 혹은 꿈이 큰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 실제 업계에서 좋게 느껴지는 CV는 Sponsor에서도 근무하고, 또 CRO에서도 근무해보고, 외자사 (CRO도 상관은 없음)에서도 근무해 본 경우다. 사실 일반적으로는 허가 임상 (주로 3상)을 했을 경우에 많은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종양 관련 임상이 많기 때문에 종양을 했을 경우가 이직하기에 좋을 것 같다.

왜 Sponsor에서도 근무하고, CRO에서도 근무해보는 것을 일반적으로 좋다고 여기는가 하면 CRO에서 업무하는 것과 Sponsor에서 업무하는 것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CRO에서는 Site(병원) 관리 중심으로 임상시험 운영에 대한 실무를 더 많이 진행하고 일반적으로 업무도 많아서 배울 것이 많다. Sponsor에서는 전체적으로 프로젝트 관리를 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Decision making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CRO에서만 근무할 경우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실제 수행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Decision making에 서투른 경우가 있을 수 있고, Sponsor에서만 근무할 경우 큰 그림은 더 잘 그리지만 실무적인 사항이 다소 모자랄 수 있다. 그래서 CRO에서는 Sponsor에서만 근무한 경우는 별로 뽑지 않으려고 하고, Sponsor에서는 CRO에서만 근무하면 별로 뽑지 않으려고 하고 그런 경우도 해당 관리자에 따라 간혹 있다. 관리자 취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업체에서 근무했을 경우에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임상 운영에 수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도전적인 CV를 가지기 위해서는 아예 새로운 것을 새로 적응해야 하고, 또 이직이라는 것이 항상 마음처럼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이직 시에 중요한 게 주변의 Reference 관리다. 임상시험의 경우 상당히 인력 풀이 좁기 때문에 건너건너면 다 알기 마련이다. Reference란 어떠한 개인의 인물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외국계의 경우 이전 Reference를 집요하다시피 체크하는 경우가 많고 외국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성격이 지나치게 협조가 안 된다던가 업무적으로 능력이 문제가 있다던가 하면 이직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이직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 곧 이직할 거라고 마음을 먹는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업무를 내팽개치거나 해선 안 된다. 사실 이건 이 직종을 떠나서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마찬가지인 사항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이 너무나 잦은 이직이다. 워낙 경력직이 모자라는 직종이기 때문에 1년만 근무했다 하더라도 계속 옮겨가면서 이직을 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10년 정도 되었을 때 옮겨다닌 회사가 8-9 곳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팀장 이상을 하기에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회사에 보여주는 Royalty를 떠나서, 최소 몇 년 이상은 되어야 프로젝트 외에도 프로젝트 내 다른 팀원들을 관리하는 기회가 있는데 그런 기회가 있었다고 보여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 본인 취향에 따라 움직여도 업무 능력만 출중하다면 그래도 또 이직이 가능하다는 게 이쪽 직종의 매력 아닌 매력일 수 있겠다.

고위로 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짬짬히 대학원도 마쳐야 할 것이다.

상기에 언급한 것들이 말로는 쉽지만 그만큼 업무를 많이 하고 개인적인 삶을 많이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이런 거 다 필요 없다, 나는 그냥 워라밸이 우선이다 이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의 우선 순위가 달라야 한다. 내 경험상 일반적으로 워라밸이 좋은 회사일 경우에는 연봉이 높지는 않다. 일을 많이 하면 그만큼 돈을 많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많이하고 아무리 Royalty를 보여도 연봉이 그리 높지 않은 회사라면 그만 두던지 이직을 하던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라면 CRO가 되었든 Sponsor가 되었든 워라밸이 좋다고 확인된 회사에 입사하면 된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Sponsor가 그나마 더 일하기 편한 곳이 많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사실 Sponsor가 월급이 오히려 더 적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CRO에게 외주를 맡기기 때문에 그 대신 편하게 다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고 CRO management하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 헷갈릴 수 있는데 내가 알기론 CRO가 경력직일 때는 연봉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

큰 욕심이 없다면 허가 임상을 굳이 애를 쓰거나 다양한 회사에서 경험을 하거나 그럴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업무에 대해서 의무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곳이든 회사란 일을 해야 월급을 챙길 수 있는 곳이다.

도대체 이 업무는 왜 힘들다고 그러시나요?

내가 아는 그 누군가는 이 고난을 벗어나려면 '탈임상'밖에는 답이 없다고 주창하기도 했다. 이 직종이 그렇게 이직도 잘 되고 하는 건 다 사람들이 보통은 힘들어서 그만두는데 이만큼 경력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나도 현직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사항을 다 남기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전문적인 사항이 많아서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어떤 상황이 힘든 건지 구체적으로 모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내 경험상에서 힘들었던 걸 몇 가지 말해보고자 한다.

그 동안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생각해보면 일단 일이 많고, 어렵다. 그리고 그것이 왜 힘들까 생각해보면 회사이든, 아니며 개인이든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상시험이라는 것이 원래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긴 역사는 아닌데, 그런데다가 우리 나라에는 들어온 지가 더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경험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안 갈 수 있는데,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유명한 회사라고 해도 임상시험에 있어서는 경험이 적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재풀이 적은데다가 경험도 많은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 시행착오가 더 많은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 업계의 경우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인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임상시험의 기본은 전향적인 결과를 수집하는 계획을 세워서 수행도 일관성 있게 해야 하는데다가 결과를 훌륭하게 도출하고 그게 또 법 규정이나 제도에 적절해야 하는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어느 정도 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상상력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모든 산업이 법이나 규제의 영향 하에 있지만, 약이라는 것은 결국 안전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다르게 말하면 기존의 긍정적인 경험이 많다면 그 경험에 따라 진행하면 엄청나게 방법을 궁리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Global 제약사의 경우에는 보다 과학적으로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생각이 더 중요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제약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는 것을 자유롭게 펼칠 수는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일반적으로 전세계적인 제약 회사일 경우에는 이런 기존의 경험이 풍부한 경우가 많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개인적인 견해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규정에 익숙해야 하고, 경험이 풍부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력풀이 워낙 넓지 못한데다가 워낙 어려운 내용도 많다 보니 업무를 해 나가는 데 있어서 서투른 상황이 곧잘 발생한다. 문제가 있을 때 내 멋대로 막 하면 좋겠지만 그랬다가는 규정을 어겨서 진행한 지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약을 허가 받을 때 문제가 된다던가 하는 정말 안 좋은 경우가 생길 가능성도 많다. 근데 합리적인 방안이나 맞는 방안을 내려는 최소한의 노력 없이 다 같이 그렇게 막가파로만 업무 하는 사람만 있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아무튼 나중에 누군가는 해결을 해야하고 문제가 아주 심각해 진다.

아까 Sponsor와 CRO에서 다양하게 경험을 쌓은 경우와 약간 통하는 이야기인데, 보통은 2-3년에 이직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임상시험의 경우 그 2-3년 안에 끝나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어떤 가상의 A라는 인물이 2-3년 동안 어느 회사에서 근무 할 때는 가짓수는 여러개를 해도 공교롭게 임상시험의 중간 단계만 접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처음에 런칭할 때와 결과를 낼 때의 경험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직을 해서 런칭을 하거나 결과를 내야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되면, 적응력이 빠른 사람은 어떻게든 해결을 해볼 수도 있겠지만 2-3년 동안 그냥 진행하기에만 급급했거나 아니면 회사의 시스템상 제대로 배울 수가 없었거나 하는 경우에는 적응을 못할 수도 있다.

위의 예시는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가끔 보면 유명한 회사를 다녔는데 회사가 임상시험에 대한 시스템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거나 (본인은 첫 회사이기 때문에 그걸 모르는 경우도 많다), CV를 보면 근사한 것 같지만 경력에 비해 경험이 많지 않아서 속빈 강정인 CV를 가진 사람도 꽤 많다. 본인이 경험한 만큼 아는데 해야 하는 일은 많기 때문에 그게 상당히 어렵다. 나도 아직도 모르거나 애매하거나 그런 게 많다.

그리고 임상시험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지금 대부분의 큰 병원은 기존에 존재하고 있었다가 임상시험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식 자체가 병원이 본업이고 임상시험은 곁다리로 진행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사실 그렇다. 임상시험이라는 것이 업무가 많은데 비해서 얻는 수입이 적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이걸 왜 해야 하지'라는 인식이 강하다. 나도 심정적으로는 이해한다. 그리고 환자에게 엄청난 이익을 주는 신약이라는 것이 정말 유니콘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신약이 아닐 바에야 일반적인 약의 임상시험은 그렇게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도 있다.
지금 임상시험 자체가 예전 보다는 낫지만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에, 임상시험 관련 직종자 중에서 업무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불편한 문화가 있다. 그 가운데에 제약회사에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약회사는 협조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도 감이 오지 않으면 각 병원 모니터링룸 사진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 한 번 검색해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더 말하고 싶은 게 많지만 그냥 이 정도 선에서만 얘기하겠다. 아직 우리나라의 임상시험이 선진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것 같다. 그렇지만 경험상 그렇다고 해서 우리 나라가 완전히 뒤떨어지는 건 또 아니다. 일전에 유튜브에서 CRA를 검색했다가 미국 CRA인 것 같은데 모니터링할 곳이 없어서 심지어 미국 CRA도 화장실에서 모니터링하는 영상(...)을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권리보다는 의무가 많은 상황 속에서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 하는 분들도 계신 건 확실하다.

CRA의 경우에는 모니터링을 자주 가야하니 일반적으로 외근이 많고, 외근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임상시험 종사자라고 하면 일단 꼼꼼해야 하고 지킬 게 많다.

그래서 요즘 드는 생각이, 어떤 직종이 더 낫고 별로인지 생각해서 직종을 정하는 것보다는 해당 직종에서 내가 싫어하는 것이 더 많느냐 적느냐를 확인해서 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보고 본인은 일자리만 있다면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사람은 2년 정도만 일을 하고 나면 보통 생각이 바뀐다. 어떤 상황이 주어지면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내 경험상으로는 대부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내가 일을 하게 되면 저절로 꼼꼼해 지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람은 안 바뀔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내가 일을 하게 되면 바뀌겠지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것에 맞추어 볼 때 내 평소는 어떤지 생각하는 게 훨씬 나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정말 다들 상황을 모르는 것 같아서 보다 직접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상황이라 이걸 면접 때 'CRA가 왜 어려운 지 알고 오셨나요' 이런 질문에 이 내용을 다 얘기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나 같이 눈치 없는 사람이 있을까봐 얘기해본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쓰고 싶으면 적절하게 필터링 하길 바란다. 왜냐하면 회사라는 존재는 내가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기 보다는 내가 가서 업무를 해 줘야 하는 곳이고, 당신이 면접관이라면 들어오는 사람이 들어오기도 전에 문제점만 읊는 사람을 뽑고 싶겠는가 말이다.

Medical Writer와 CRA의 전망

사실 실제적으로 말하자면 나도 모른다. 이제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는데 그렇게 되면 SDV 하는 인공지능이 생겨버리거나 아니면 기사도 인공지능이 써도 티가 안 난다는데 통계자료 넣어주면 결과보고서를 써 버리거나 아니면 계획서도 기존 계획서 디자인 이것저것 넣어주면 자동으로 써 주는 그런 인공지능의 시대가 와 버린다면 그냥 그런 프로그램 만드는 회사에서 프로그램 logic을 검토하거나 그렇게 살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아직은 임상시험 자체가 아직은 타 분야에 비해 확실히 생소한 것은 맞기 때문에 그걸로 그나마 희망을 걸어야 하나 싶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생각해보면 우리 나라의 국내 여건 상에서는 Medical Writer 보다는 CRA의 수요가 더 많다. 다만 Medical Writer라는 경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약간 전문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시각이 있다해도 막상 이직을 못하거나 더 윗단계로 진출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싫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대도 사실 Medical Writer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바로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기도 하다.

그래서 이 생각 저 생각보다는 자신의 특성과 봤을 때 어떤 게 더 맞을지 생각해서 선택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말해보자면 Medical Writer는 본인이 계획을 하는데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어떤 방향을 잡는 것을 주도적으로 하는데 더 흥미가 있다면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회사에 따라 신규 임상 하는 게 아니면 그냥 이전 거 그대로 하기만 해서 매너리즘만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다만 어떤 일이든 매너리즘은 찾아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참고하길 바란다. 그리고 다른 직종보다 확실히 상대적으로 내가 업무적으로 대해야 하는 절대적인 사람의 수가 조금은 더 적기 때문에 그런 것도 성향에 따라 고려해볼 수 있겠다.

사실 이런 사람이 세상에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내가 봤을 때 CRA는 디테일에 강하고 꼼꼼하면서도 여러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으며 외근을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어야 할 것 같다.

일을 하다보면 어떤 일이든 적합한 인재는 회사라는 곳에서는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나마 현실적으로 정리해보자면 저 정도다.


마치며

글이 길어서 몇몇은 보다가 짜증나서 끝까지 안 읽은 사람이 훨씬 많을 것 같다. 만약 지금까지 다 읽은 사람이 있다면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이 글은 경력직보다는 신입입장에서 썼기 때문에 경력 있는 사람이 봤을 때는 오히려 본인 기준에서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신입이 보기에도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 좋은 얘기만 쓴 건 아닌데 아무래도 그런 글이 그다지 없는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라 썼다.
다만 내가 아무래도 정말 실상을 다 밝히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이런 부족한 부분들은 감안해주시길 바란다.

이렇게 토로 하듯 글을 쓴 나도 진짜 정말 이 업계에서 괜찮은 사람이 맞는가 생각해보면 완전한 확신은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요새 항상 하는 생각인데 다들 이 업계에서 일하게 될 거라면 최고는 되지 못하더라도 최악은 되지 않겠다는 자세로 잘 해내기를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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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직종 관련 FAQ + 생각 + 부탁의 말씀 (1)
임상시험 직종 관련 FAQ + 생각 + 부탁의 말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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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직종 관련 FAQ + 생각 + 부탁의 말씀 (1)

 

영어를 얼마나 잘 해야 하나요? 어학연수를 다녀와야 하나요?

솔직히 이런 질문은 나에게는 '영어를 잘 안 해도 상관 없나요'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영어라는 게 혹시 원어민만큼 잘한다고 해서 페널티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회사로 국내 과제만 진행할 거라면 영어로 업무를 할 일이 없으니 솔직히 영어를 그렇게 잘할 필요는 없을 테지만, 이제 입사를 하려면 기본적인 영어 점수는 보기 마련이기 때문에 토익 점수 정도는 준비해야 할 것이다.

 

사실 나도 토익 스피킹도 시험 보고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딱히 없는 것 같다. 물론 토익 스피킹은 그래도 말하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던 건 맞는 것 같지만 보통 면접관이나 뽑는 사람이 보통 토익 외에 다른 영어 시험의 난이도나 점수 체계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혹시 토익 말고 다른 영어 시험을 더 빡세게 준비해서 어필할 계획이 있는 거라면 잠시 접어 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

 

오히려 영어 점수가 너무 좋지 않다면 편차가 크지 않은 영어 시험을 준비해서 영어는 공부했지만 점수 티가 안 나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럴 경우 면접에서 실제 영어로 자기 소개 등을 하게 될 경우에 바로 탄로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렇게 권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경우는 어디까지나 국내에서만 진행되는 과제를 진행할 때 국한된 것이고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임상시험을 하거나 아니면 외국에 있는 파트너사 등과 영어를 많이 써야 한다면 사실 약간 얘기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이럴 경우에는 영어로 메일을 보내고, 전화로 TC (Teleconference, 원격회의)를 하고 개인적으로 담당자에게 전화도 하고 드물지만 직접 대면 회의 등도 진행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걸 다시 말해 보면 영어를 써야할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업무를 진행하면서 필요한 수준의 국문을 7-80%는 영문 메일로 작성을 할 수 있고, 급하면 전화를 해서 상대방이 언급한 사항을 이해하고 필요한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업무적으로 내 주장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나는 토익 점수가 그렇게 좋지 않다. 사실 토익 공부를 그렇게 몇 달 이상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몇 번 토익을 시험을 치뤄본 결과 토익이란 게 점수가 높은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시험이기 때문에 실제 영어 실력보다는 어느 정도 시험의 틀에 맞추어서 준비를 했을 때 결과를 보장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요새는 어떻게든 스펙으로 토익 점수를 만들기 때문에 요새는 입사지원자 중에서는 800점 미만인 경우는 못 보았다. (나는 토익을 한 세 번 정도 보긴 봤는데 사실 800점 넘게는 맞아본 적이 없다.) 정말 놀라운 게 이제는 토익 900점 이상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내 개인적인 경험상으로는 그래도 900점이 넘는 사람들은 영어로 메일 보내거나 아니면 문서를 보거나 하는데는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위에서 문서 보는 거 얘기를 안 한 건 그래도 영어로된 문서는 대부분 어느 정도 파악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리고 업무에 필요한 정도로 스피킹도 구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다만 800점이라면 절대 적은 점수는 아니지만 실전에 들어갔을 때 힘들어하는 경우를 꽤 많이 봤다.

 

특히 외자사를 목표로하고 있거나 한다면, CRO든 Sponsor든 간에 외자사는 내가 알기로 내부 직원끼리(한국 사람끼리) 메일을 송부해도 Archive 목적으로 영문으로 송부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특히 외자사에서 업무를 할 것이라면 외국에 있는 담당자와 실제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이렇게 내가 말한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는게 영어만 잘한다고 업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외국에서 살다가 온 친구들도 신입으로 들어와서 일을 하면 영어는 알아도 업무 내용을 모르면 못 알아 듣는 건 매한 가지라는 것이다. 발음이나 혹은 얼마나 유창하느냐 보다 내가 보았을 때는 말하는 게 별로 근사하지 않더라도 직접 내가 해봐야겠다는 마음 가짐이 실제로 영어로 업무할 때 영어실력을 늘리는 방법인 것 같다.

 

주변에서 듣기로 경력이 어느 정도 된 사람들도 본인 영어 실력이 별로 좋지 않은 것에 혼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아예 영어와 관련된 걸 안 하려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간단한 영문 메일인데도 못 보낸다고 하겠다거나 그런 경우도 꽤 있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안 되는 걸 되게 하라 이런 식의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무척이나 어렵고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일단 본인이 업무를 맡았으면 본인의 업무인데도 내가 영문 관련된 업무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할 것인가 묻고 싶다. 누군가 기댈 사람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면 상관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할 경우에는 일단 내가 영어가 늘 기회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큰 실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처음부터 작은 실수를 하다보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실력이 늘게 되어 있고, 지나고 나면 큰 실수는 많이 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본인의 실력이 얼마만큼인지 몰라도 외국에서 생활을 길게 한 경우가 아니면 원어민이 보기에는 어떻게 말해봐도 '안녕갑습니다'로 보인다고 생각한다. 대화도 어렵지만 대화는 어떻게 넘어간다고 해도 실제 공식적인 문장을 작성해보면 내가 어떻게 작성해 보아도 원어민이 검토를 하고 나면 변경내역으로 뒤덮이는 것을 보았을 때 말이다. 영어 원어민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들은 우리가 이미 원어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얘가 영어가 안 되니 더 이상 업무 하기 싫다'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은 여태까지 본 적이 없다. 같이 업무를 길게 하다보면 외국 사람도 사람이기 때문에 말이 짧더라도 업무하는 걸 보면 영어는 그렇게 수월하지 않지만 업무는 잘 한다던가 다 파악할 줄 안다. 내가 외국 사람이라면 업무를 잘 하는데 영어가 짧은 사람이랑, 업무는 참 그런데 영어만 잘 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와 업무를 하고 싶을까?

 

내가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다'라고 생각을 바꾸어보고 그에 맞추어 실수를 하더라도 영어를 해보는 것이라고 본다. 영어를 못 알아 듣거나 실수를 했다고 하면 미안하다고 하고 다시 물어보고 하면 된다. 어차피 외국에서 있다 온 사람들은 업무나 시스템이 더 낯설고 서로 장단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영어는 잘 하면 잘 할 수록 좋지만 그렇다고 괜히 기죽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며 다만 업무를 길게 하면 길게 할 수록 자신의 업무를 진행할 만큼의 영어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거 저런 거 다 안 되었지만, 먹고 살려고 하다보면 그래도 다들 하게 된다.

 

 

연봉은 얼마나 받나요?

이 질문도 꽤나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별로 말해 주기도 부담스럽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나의" 연봉이지 신입의 연봉도 아니고 평균의 연봉도 아니다. 그래서 사실 실제적으로 말하기가 매우 부담스럽다. 내 연봉이 업계 표준이라던가 그런 확신도 없고, 입장을 뒤바꾸어 얘기해보면 당신이라면 쉽게 대답할 수 있을까 싶다.

 

사실 주식회사면 재무제표를 공개하고 거기에 임금 비용이 나오기 때문에 해당 비용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제약업계 연봉 순위 이런 것도 다 아마 그런 것으로 맞추어 나오는 것이리라. (이건 나의 추측이다.)

뉴스를 보면 제약업계 연봉 순위가 바로 나온다. 그래서 거길 보면 평균적으로 얼마나 주는 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잡플래닛이라는 곳에 가서 면접 후기 같은 것만 한 번 써도 회사의 분위기, 연봉 등 알기가 매우 쉽다. 그런 것을 보고 회사 분위기나 연봉을 파악해보길 바란다.

 

다만 내가 일반적으로 알기로는 신입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아마 국내 Sponsor 업체가 조금 더 연봉이 높지 않나 싶다. 외자사는 정규직도 많이 없는데다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연봉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말했듯이 실제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직접 확인 후에 진행하길 바란다.

 

△△ 회사 vs. ○○ 회사 중 어느 회사가 나을까요?

사실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뭐라고 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일반적으로는 내가 이미 써 놓은 글을 참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직장생활백서: 입사 준비 - 지원할 회사 정하기

 

이 글에 다소 보태자면 신입일 때는 회사가 나를 얼마나 발전시켜 줄 수 있을까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회사는 나를 발전시켜 주는 곳이 아니라 내가 발전시켜야 할 곳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회사라는 곳의 생리가 그렇게 돌아간다.

 

그래서 만약 내가 발전하는 것을 바란다면 임상시험에 있어서 체계적인 회사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왜냐하면 임상시험에 있어서는 임상시험에 대한 경험 및 팀원 현황과 업무 기준은 회사의 네임밸류와 같지 않은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인할 수 있다면 회사 홈페이지에 조직도 등이 있는 경우 팀의 규모를 확인하는 게 그나마 제일 나을 것 같다. 아무래도 팀의 규모가 있으면 어느 정도 정돈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연봉이 높은 경우에는 워라밸이 안 좋거나 혹은 회사 분위기가 보수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연봉도 높고, 워라밸도 높고, 회사 분위기가 매우 수평적이고 이런 회사는 적을 뿐 더러 있는 경우에 업무 성과에 따라 바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모든 보상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나 싶다.

 

나 같은 경우는 연봉 보다는 워라밸 및 회사 분위기가 수평적인지, 그리고 체계적인 회사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우선 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기준에 따라 선택하길 바란다.

 

지금 일단 취직이 급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취직이 어렵게 되어도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바로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순수한 마음 가짐보다는 혹시나 내가 약간 비합리적인 환경에 취하게 되더라도 그것을 알고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마음에 이런 사항을 써본다.

 

 

아무래도 커리어 패스와 이어지는 것 같은데, 커리어 패스 부터는 하기 글로 작성하였다.

 

 

임상시험 직종 관련 FAQ + 생각 + 부탁의 말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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