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필자가 매우 화가 나있는 상태이므로 만약 격한 표현이 있는 경우 어느 정도의 필터링을 하여 읽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나는 스무 살 때부터 싸이월드를 써왔고 많은 BGM 및 배경들을 사들였으며 다른 사람들이 트위터로 떠나고, 인스타그램으로 떠나고, 페이스북으로 떠나고 그 외에도 많은 플랫폼으로 떠날 때도 남아 있던 의지의 한국인이었다. 물론 이 티스토리 블로그도 있지만, 이 티스토리 블로그는 되도록이면 내용도 정제하고 끊임없이 다듬고 포장해서 내보내는 나름대로 나에게 공적인 곳이고, 날 것 그대로의 내 개인적인 감상은 내 실명으로 싸이월드에만 올렸다.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계정도 아주 잠깐 만들었었지만 그건 몇몇 사이트의 경우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거나 인스타그램 사진을 연결하게 되어 있어서 그랬던 것일 뿐, 싸이를 이용했다. 


나는 10년 동안 어디로 옮기지 않고 한 곳에만 무던히 머물렀던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자기 소개에도 '남들이 트윗하고 인별하고 페북할 때도 싸이하는 사람'으로 기재했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지금 떠올리는 것은 영화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이 딸을 납치한 이들에게 선포를 하는 장면과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머리를 미는 장면이다. 그들은 이런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어쨌든 그 땐 그랬지


나는 싸이월드 측에서 모바일에 최적화 되어 있다는 그 싸이홈을 내 눈으로 확인하기까지 이 글의 처음부터 마지막을 미담으로 채우고 말미엔 그래도 난 싸이를 계속할 것이란 다짐을 쓰고자 했다.


이런 나도 싸이월드가 생기자마자 쓴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에는 다모임이라는 것이 있었다. 다모임은 학교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것이고, 그 때는 더욱이 스마트폰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해당사항이 없었지만 애들이 이걸로 썸도 많이 타고 했던 것 같다. 아직도 잊기 힘든 것은 학생부장 선생님이 조는 장면을 누가 도촬해서 올렸고 그 사진을 다들 퍼갔었는데 나만 퍼간 것도 아니건만 학생부장 선생님이 게시물을 모두 내리라고 종용했던 사건이었다.


그 때는 사진첩 폴더 이름도 그냥 쓰는 법이 없었고 다들 일본어를 쓰던지 띄어쓰기를 많이 쓰던지 글자 수도 맞춰서 썼었다. 나도 나름대로 이상한 법칙을 고안해내서 글 올릴 때마다 특이하게 올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이 때가 바로 얼짱문화가 꽃 피우던 시기였고 그 중심에 다모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다모임을 몇 년 동안 열심으로 해놨더니 애들이 이젠 싸이월드의 세상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모임을 버리고 스무 살에 싸이월드로 갈아탔다. 그 후로 10년이나 하게 될 지는 몰랐으나, 그 때의 나는 싸이가 사라질 일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나는 지난 2012년 경 이후로 방명록 한 개를 제외하고 방명록이 업데이트 된 경우가 없었고, 그래서 그마저도 닫아놓았었다. 그래서 별 기대없이 예전 방명록을 열었더니 아주 가관이었다. 그 때는 전혀 알지 못했는데 20대 초반의 나는 자신감이 무엇이든 없었고 내가 봐도 매력없는 답글을 달아 놓는 애였다. 그래서 열심히 해도 미니홈피 방문자가 안 늘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그 때 당시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었는데, 지금은 일상 속으로 너무 많이 들어와버린 카톡이 내가 20대 초반엔 없었다. 그 때는 문자비도 꽤 비용이 나갔고, 몇몇 기종의 핸드폰으로 인터넷이 될 수도 있겠지만(인터넷이라기보다는 네이트로 바로 연결) 그 때는 거의 용량제가 없었던 때라 지금같이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계속 할 수가 없었다. 그 때는 무려 와이파이도 없었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은 싸이월드 방명록으로 연락을 이어갔다. 오랫만에 그걸 보고서야 내가 예전에 그렇게 살았단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방학 때 잘 지내는지, 해외로 어학 연수가서 잘 지내는지,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도 방명록으로 근황을 묻곤 했다. 내 방명록을 보니 그래도 내가 스물 다섯 때까지는 그래도 다들 싸이를 많이 했던 것으로 보인다. 꼭 사진이 아니더라도 친구들이 비밀방명록으로 남겨놓은 여러 글들은 정말 내가 입을 열면 큰 일 날만한 것들이 여럿 있었는데 친구 몇몇에게 흑역사라도 다시 볼 자신 있느냐고 하니 다들 보고 싶어해서 카톡으로 보내줬다. 한 친구는 그 당시에 어찌나 답답했던지 자기 일을 편지마냥 길게 썼으며, 한 친구는 지금은 직장에서 나름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잊어버린 초년생 시절의 한탄을 토로했었다. 내 친구들은 예전 모습을 보고 그렇게도 웃었고 나도 불안, 초조, 강박으로 가득해서 계속 멀어지기를 바랐던 그 시간이 지금 와서 보면 그 힘든 감정은 증발되고 따뜻함만 남는다는 것을 그렇게 기억하려 했었다. 



10년 간의 기록


다른 사람들은 싸이월드를 백업한다고 오래간만에 들어가서 추억돋는다고 했을지 모르나, 나는 미니홈피를 열심히 하다가 싸이월드에서 이전 운영진일 지는 몰라도 '싸이월드가' 추천했던 블로그로 모든 정보를 다 옮겨서 또 더 열심으로 했었기 때문에 위에 써놓은 방명록을 본 것 빼고는 그렇게까지 예전의 모습이 생경하진 않았다. 기록을 오래해보니 참 재미있는 것이 2년 전, 3년 전 모습은 그렇게까지 이상하지 않은데 10년 전 정도의 모습에서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내가 변한 것을 보다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어느 곳에 가고 싶다라고 문득 써두었었는데 내가 그 곳에 뜻하지 않게 다녀온 그런 물리적인 것도 그렇고 내가 과거에 어떤 걱정을 가졌었는데 지금은 그 걱정이 별로 크지 않게 되었다던가 하는 걸 보다 더 깊숙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2년-3년 만에 SNS를 계속 옮겼던 이들은 이 정보를 한 꺼번에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경험은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10년 동안이나 싸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도 스물 셋 넷 까진 방문자 조회수랑 댓글에 엄청 신경을 썼었다가, 나중에는 싸이를 자아탐구공간으로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내 모습을 보는 것에 흥미가 있었다. 내가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무엇을 좋아했었는지, 어떤 영화를 보았는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그곳에 묻어두고 다시 들추어보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인 나머지 어디 옮길 생각을 못했고 남들이 다 하는 그런 SNS를 시작한다면 예전처럼 반응에 신경쓰면서 더한 중독의 길로 갈 것이 보였기에 갈 수가 없었다. 


이렇게 10년씩이나 싸이를 했던 것도 나의 선택이고, 싸이월드에서 계속 나한테 직접 찾아와 부탁했던 건 더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인간적으로는 싸이월드가 엄연한 하락세에서 반등 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보였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 동안 싸이월드 기존 사용자들도 있었으니 유지가 되었던 것일텐데, 현재 싸이홈에 보여준 변화는 이미 마음 변한 사람 붙잡으려고 10년 동안 있어줬던 절친을 내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 싸이홈의 모습


나는 얘기했던 대로, 미니홈피가 아닌 싸이 블로그 사용자였다. 블로그라는 서비스는 폴더별로 내용을 넣는 것이고 네이버도 그렇고 티스토리도 그렇고 대부분의 서비스가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주요 골자는 거의 비슷하다. 싸이월드에서 블로그를 개설할 때도 당시에 기존 고객들이 블로그의 붐으로 많이 넘어가는 현상을 보였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지금 와서 보니 그 때 괜히 뚝심있는 척하지 말고 싸이월드에서 옮겨 갔어야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미 블로그로 운영하고 있었고, 이미 싸이월드 모바일 앱은 블로그에 맞춰 잘 쓸만했으며 간단한 글은 앱으로 올렸다. 다만 앱에서 보는 화면과 PC에서 보는 화면이 완벽히 일치하진 않았었지만 그것이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사용하는데는 큰 부담은 없었다. 공지메일에도 그리고 여러 보도 자료에도 '모바일'에서 사용하기 좋은 시스템으로만 바꾼다고 기재되어 있었지 블로그도 아예 없애 버리고, 블로그 내에 폴더도 아예 없애 버린다는 말은 한 줄도 없었기에 나는 단순 UI의 변환이 있을 것으로만 예상하고 다른 것은 백업을 하나도 해 두지 않은 상태였다.


다른 사람에게 조잘조잘 모든 걸 말하는 대신 싸이에 내 기억 모두를 털어놓는 나로서는 그 백업을 한다는 기간 내에도 다시 올릴 글이 생겨서 기다리고 있다가 싸이홈이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포맷이라는 그들의 설명과는 매우 다르게 이전 싸이월드 앱보다도 더 불편하게 볼 수밖에 없었고, 글을 폴더에 넣는 대신 내 폴더명을 태그로 만들어서 태그를 클릭하면 글들을 보게 되어 있었다. 단순하게 글을 묶지 않고 하루하루 올리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지는 모르나, 나는 엄연히 블로그 사용자였고 블로그와 지금의 싸이홈은 큰 차이가 있다.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을 알았다면 나는 여태까지 싸이월드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구글 블로그처럼 비슷하게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닐까 의심되는 상황인데, 지금 싸이월드의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포맷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현재 SNS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이 모바일에 최적화 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게 옮겨 간 것은 어느 순간 그것을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애초에 10년도 훨씬 전에 다모임에서 후발주자인 싸이월드로 옮겨간 것도 그래서다. 포맷으로 따지자면 근본적으로 보았을 때 대부분의 SNS 서비스는 비슷하다. 차이가 나는 것은 그 SNS를 통해서 소통하고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 있느냐의 여부인 것이다. 내가 글을 올렸는데 답글을 올려줄 사람이, 반응을 보여줄 사람이 어느 순간 없어졌기 때문에 싸이월드를 접어두고 다른 곳으로 떠나간 것인데 기존 사용자들은 무시하고 포맷만 바꾸면 사람이 돌아올 것이라고 느꼈던 싸이월드 측이 어쩌면 너무 순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탓이다.



싸이월드는 싸이월드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 아닐까


내가 싸이월드 직원들이 싸이월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만약 나처럼 10년을 쓰고 있는 상태였고 그것에 대해 애정이 있는 상태였다면 이렇게 함부로 바꾸려는 생각을 했을까 의심이 된다. 물론 지금 비상사태로 다시 시스템 정상화를 하려고 열심히 야근하고 있을 것으로 상상도 되지만, 지금 그렇게까지 노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개인적으로 내 10년 간의 기록만큼 줬던 정이 허무해진 상태라서 쉽게 용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싸이홈이 내가 쓰던 블로그로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이미 내 신뢰는 무너져버린 상태고 아래의 상황이 계속 생각나서 나는 싸이월드 대용의 블로그를 하나 개설한 상태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해 보니 싸이의 문제점을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이월드는 앱으로 글을 올릴 경우에는 검색이 무조건 허용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조회수는 몇 번 되지 않았던 반면, 동일한 스타일의 글을 올렸는데도 검색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구글 블로그도 고려했지만 구글 블로그는 폴더 별 정리가 불가하고, 이글루스는 좋은 게 글이 공개는 되어도 검색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데, 폴더 in 폴더가 되지 않고 주인이 여러번 바뀌고는 했던 터라 염려되어서 당분간은 티스토리가 낫겠다 싶어 검색 차단은 불가하지만 티스토리로 싸이 블로그 대신 다시 꾸려가기로 했다.



캐리의 노트북을 떠올리며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 캐리가 무엇보다도 자신이 많은 걸 쏟아부었다고 자신하며 특별하게 느끼던 노트북이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저 특별하게만 생각하고 아무런 백업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노트북이 고장나서 자기가 그 동안 써왔던 모든 것이 날아가버리고 다시 복구 시키려고 해도 복구도 안 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아마 그리고 나서 캐리는 남자친구가 노트북을 사줬던 것 같다.


그 땐 캐리 저 사람 왜 저러나 싶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을 알겠다.



그 동안 나는 싸이월드를 10년 동안 쓰면서 착각을 했던 것 같다. 이건 언제까지나 특별한 나만의 것이고 언제까지나 변함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내 블로그는 내 것이 아니었고 결국은 싸이월드의 것이었으며 한 순간에 없어져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 만약 싸이가 아니라 옮긴다고 해도 그것이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으리란 건 순진한 생각이란 걸 이번에서야 깊이 알게 됐다.


만약 싸이홈이 다시 돌아온다고 하면 백업 기능이 없다고 해도 그 정보는 그냥 어딘가에 넣어버리고 탈퇴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만약 만 분의 일이라고 내가 이전에 쓰던 블로그로 돌아온다고 해도 다시 용서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재수없게도 이 글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내가 예전에 쓰던 블로그를 자기 맘대로 바꿔놔서 화가 많이 났다는 것밖에 불과한 것 같아 엄청 짜증이 난다. 


그런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예전처럼 내 싸이 블로그에 소소한 글을 계속 올리는 것 뿐이다. 싸이홈이 어떻게 최종적으로 정비 될 것인지 일단은 지켜볼 예정이다.

반응형

'쓰고 듣고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배가 된다는 것과 회사생활  (0) 2020.03.02
꼰대 방지 대책  (1) 2015.12.30
지금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까  (0) 2015.08.03
무섭도록 매력적인 e-Life  (2) 2010.10.10
하루 동안의 서울 관찰기  (1) 2010.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