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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딘가에서 언뜻 제목을 본 것 같기도 하고 표지에 보니 흩어진 가족이 모여서 영화를 찍는다고 써 있길래 조금 뜨끈뜨끈한 소설인가보다 하고 집어든 소설이었으나, 뜨끈뜨끈하거나 저편에 있는 내 감성을 자극하는 류의 소설은 아니었다.

 확실히 소설 속의 주인공은 소설가 자신을 어느 부분이라도 닮는 것같다. 꼭 소설가랑 닮지 않더라도, 소설가 주변의 인물이든지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닮는다. 가족 시네마에서도 그렇고, 한 여자에서도 그렇고, 그림자 없는 풍경에서도 그렇고 전부다 유미리의 모습이라고 단정지어서 말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모습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가끔보면 알 수 없는 말로 떡칠을 해놓은 글들이 있다. 예전에는 그런 글을 무척이나 심오하다고 느껴서 좋아하고, 아니 좋아하는 척 했지만 지금은 그런 글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소박하고 담백한 글이 좋다. 가족 시네마는 그리 어렵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다 읽고 나서도 몇 번을 들추어 봐야했다.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해도 쉬운 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보니 글에서 나타내고자 한 상관관계를 내가 제대로 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유미리가 단순히 신세타령이나 하는 글을 썼다면 상을 탈 정도의 작가는 절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유미리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현대의 가족을 실질적으로 조명하고, 가족이라는 구조 속에서도 그 안에 있는 개인을 잘 나타냈기 때문에 칭찬을 받는 작가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책이었다. 그렇지만 내 타입은 아닌 것 같다.

 내 타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 몇 권이나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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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게 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제목이 독특하고 멋있다던가, 작가가 유명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그 작품이 유명하거나 등등. 신문이나 TV에서 추천받은 책도 꽤 괜찮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단지 겉의 모양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석 표지같은 재질에 대담하지만 촌스럽지 않은 빨간색으로 차려입은 이 책은 참 멋있어보였다. 정말 아무것도 써있지 않고 음각으로 움푹들어간 화살표가 갈피를 못잡고 있는 듯하지만 위로 올라가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뒷편에서 앞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책은 처음봤다.

 그리고 멋낸 은색글씨로 엮은 부분에 '릴라는 말한다'라고 써있다. 단지 시모가 썼다고 써 있다는데 이 책을 보고 에밀 아자르가 떠올랐다. 이 책은 자기 앞의 생의 모모가 자라서 썼을 법한 안타까운 러브스토리 같았다. 이름도 다시 보니 좀 비슷한 것 같고. 로맹 가리가 한 번 장난을 쳐봤으니 또 한 번 못쳤겠느냐 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똑같이 빈민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이 책은 아무 생각 없이 본다면 실제 책 색깔뿐아니라 내용도 '빨간 책'이다. 이 책은 욕을 먹을 수도 있고 감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책이다. 현상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는 책이고 다르게 본다면 노골적이지만 안타까운 러브 스토리일 것이다.

 이미 하루키의 소설을 봐서 그런지 충격 먹을만한 건 아니었다. 이 책은 꽤 훌륭한 책이었지만 나에겐 지루했다. 작년같으면 침 튀기며 훌륭하다고 했을 책이었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입맛에 맞지 않는 맛있는 음식일 뿐이다.

 릴라는 모든 남자들의 환상 그 자체일 것이다. 다른 어떤 여자와도 다르고 특별하게 대해주며 주인공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질투하게도 만든다. 그러나 나는 결코 릴라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몇 명의 여자들도 릴라가 될 수 없다. 나는 릴라만큼 쿨하고 멋진 여자애가 될 자신도 없고 그럴만한 능력도 없다. 환상이란 건 참 즐겁고 도피처가 되는 거지만 이런 환상말고 남자든 여자든 실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요새는 차라리 내용이 정해져있는 해피엔딩 하나를 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욕하더라도 그러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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