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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산 것은 사실 신입생 때 수강하게 된 교양과목 때문이었다.

  기호학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손을 들었던 나로서는 그 때도 사실은 기호학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맞다.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말하는 방법'에서 에코가 기호학자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그냥 단어를 들어본 것에 의의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때 기호학이 사람들의 호불호에 대한 것을 연구하는 학문을 뜻하는지 알았다.

 내 기대와는 달리 기호학은 정말 우리가 추상적으로 궁금해하는 그 '기호'에 대한 정의와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었다. 이 세상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의 해석만을 내리던 시기에 기호학이라는 새로운 관점(나에게는 그것은 학문이라기보다는 관점이었다)으로 다가왔다.

 기호학의 겉모습을 맛본 나는 내가 예전에 선생님에게 했던 질문이 생각났다. 그렇다, 초등학교 때 나는 선생님이 당혹해할 만한 질문을 자주하곤 했다. 정확히 생각은 나지 않는데 이런 식의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 왜 하늘은 하늘이라고 부르는 거에요?"

 선생님은 어이 없는 듯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씀하셨다.

 "무슨 이유가 있어? 그럼 네 이름은 왜 ○○이냐? 그냥 그런 거야."

 나는 선생님의 그런 말에 굴복할 수 없었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에 젖어있던 나로서는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는데 선생님이 모르니까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서야 수긍할 수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어떤 사물이 어떤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이구나.

 이 개념은 상징이라는 개념에서 알 수 있다. 상징은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사물을 닮은 점은 하나도 없지만 부여하는 행위를 통해 어떤 관계를 형성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8이라는 것과 실제 8이라는 의미와는 닮은 점이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일방적으로 편의를 위해서, 혹은 여러 이유에 의해 어떤 모습을 가진 기호가 어떤 사물을 지칭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점에서 언어학, 커뮤니케이션학은 기호학과 일맥상통하고, 기호학이 이러한 개념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 반대로 언어학이나 기호를 의미할 수 있는 모든 학문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도 있다. 중반 이후까지도 책의 내용은 기호학의 기본 개념을 쉬운 예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을 높이 사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개념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까지나 노력이다. 이 책은 쉽게 쓰려고 노력한 책이지만, 이 책은 그렇다고 '쉬운'책은 아니다. 일련의 입문서와 색깔이 다른, 약간 더 쉬운 입문서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상대적으로 쉬운 책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새로운 충격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여러 현상을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관점을 얻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현상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와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러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세를 얻는 것만으로도, 굳이 반항아처럼 굴지 않아도 그러한 것은 분명히 만족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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