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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무식함과 나의 어줍잖은 기억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열심히 읽고 나서 검색하고 나서야 그 유명하다는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썼던 그 사람이 이 책을 썼음을 알았다.

 일찍이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읽고 반절 정도 읽다가 너무 재미없어서 반납해 버렸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말하는데 나는 읽을 때 듣기 싫은 수업 듣는 것같은 느낌이 절로 들었다. 잘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책은 이런 사람이 되어라, 저런 사람이 되어라하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억지로 무엇인가가 되라고 명령조로 말하는 것은 시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뭐든 다 싫어한다. 자기가 깨닫기 전까지 그런 것들은 잔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자기가 깨달은 후에야 그게 잔소리가 아니었다는 것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나는 직접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와는 달랐다. 일단 내가 보기에는 재밌었기 때문이다. 맨처음 프롤로그에서, 황량한 사막을 헤매는 장면에서 나는 연금술사같은 류의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나는 내용일까 잠시 상상했었다.

 그러다가 정신 없이 현재와 펜던트에 얽힌 이야기들이 계속 펼쳐진다. 조지 워싱턴 카버, 잔 다르크, 오스카 쉰들러, 존 애덤스, 알프레드 밴더빌트 등 여러 이야기들이 정신없이 펼쳐진다.

 이 책에서 실망한 점을 말하자면, 유물에 여러 위인들을 짜맞춘 것 같고, 생각 자체는 좋았는데 자연스럽게 풀어가는데 서툴어 보인다는 점이다. "너무 놀랍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독자의 생각에 맡기기 보다는 애비와 딜런이 거의 다 설명해버리는 것이나, 끝에가서 갑자기 애비와 딜런이 결혼할 거라고 나온다던가, 갑자기 힘들게 마이클을 가졌다던 도리와 마크 부부가 마이클 동생을 낳았다던지, 앞뒤 생략하고 이랬어요 하고 얼른 말해버리는 데에서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은 데 대해 후회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일단 생각 자체가 나름대로 신선한 것이었고 억지스러울 수는 있어도 표지에 써있는 대로 바로 당신에게 기적이 깃들어있다는 말이 어이없게 들리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것만 해도 성공한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오스카 쉰들러가 자기도 원래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이나, 유물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타고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특히 위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어떤 정신에 의해,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인식에 의해서만 살아갔다면 위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대단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TV를 볼 때 즐거워하는 것처럼, 그보다는 큰 울림이긴 하지만 그런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타인에게는 괴로운 것이지만 그러한 위인들은 마음속에 즐기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전공 과목을 배우고 나서 뛰어난 성적을 보인 건 아니지만,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작은 증상 하나가 사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볼 때, 이 책에서 줄곧 말했던 나비 효과가 사람들 사이에서도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눈에 분명히 보이지는 않고, 나비 효과는 이론에 불과한 것인지 몰라도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자꾸 그런 느낌이 든다.

 내가 잘 시간을 반납하며 읽었던 책인만큼 아쉬운 점을 꼬집기 보다는 좋았던 것을 생각해야겠다. 모두에게는 그만큼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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