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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껴온 이별歌의 흐름
예전부터, 이별이 뭔지 감이 안 잡히는 꼬꼬마일 때부터 나는 궁금증이 있었다.
‘왜 저렇게 헤어지면 죽을 것 같다고 난리야? 정말 그렇게 꼭 죽을 듯이 힘든 게 이별이라는 건가?’
이별이 전혀 힘들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길가에 흘러나오는 노래들이 말하는 이별의 정도는 참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함이었다.
한 동안, 가정이고 상상이긴 하지만 노래 속의 ‘그대’가 이 세상에 ‘없는’ 걸로 설정하는 것도 유행이었다. 이별에 대한 슬픔을 극대화시키려는 장치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지만, 어렸을 적 나는 노래 속 넘쳐나는 ‘죽은 연인’들에 대해 참 못마땅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순진하게 생각했다.
“작곡가들 애인이 다들 그렇게 죽은 사람이 있나?”
슬픈 영혼식_ 김범이 말한 대로 스산할 정도의 가사가 계속 나오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별이야 어쨌든 간에 난 계속 당당하게 나아갈 것이라는 내용을 가진 노래가 나오기를 계속 바랐건만 그런 노래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물론 한 번 베어 물면 바스락 부러지고 마는 비스킷과 같은 강도를 지녔을 것 같은(좋은 말로는 청초한) 여자 가수들이 부르는 ‘당신이 없으면 나는 살 수 없어요’하는 노래들은 많이 사라져갔지만, 내가 원했던 노래는 나오지 않고 그 자리는 독한 여자들이 점점 차지하기 시작했다.
“너, 나를 두고 바람을 피워? 내가 가만 둘 지 알아?”
이런 내용을 독기든 눈으로 부르면서도 교태 넘치고 요염하게 몸을 흔들거나, 공기를 가르는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내거나 하는 독한 여자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네 손목을 부러뜨려주겠어’ 풍의 격한 가사는 마음에 별로 와닿지 않았다.
한 줄기 빛을 만나다
그러다가 나는 한 곡을 알게 되었다. 시야가 너무 좁아서 팝이라고는 BSB(Backstreet Boys를 이렇게 부르던 걸 기억하는가!)와 N'sync 정도 밖에는 모르던 그 즈음이었다.
그리고 어리석게도 ‘다음에는 비욘세로 태어나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게 해주세요’ 이런 소원을 빌던 때였다.(지금도 좋아는 한다. 하지만 우상은 아니고 그냥 스타일 뿐이다.)
“I'm a survivor. I'm not gon give up~ ♩♬"
Survivor라는 리얼리티 시리즈가 있는지 어떤지 전혀 깜깜하던 그 때 나는 드디어 웹 상에서 소울메이트를 만난 왕따마냥 즐거워했다.
뭣도 아무 것도 없으면서 ‘나중에 헤어지면 난 이노랠 들을거얌!’하고 다짐하던 10대의 내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봐
그러다 언젠가 비욘세 특집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남자친구가 아니라 Destiny's Child가 3명이 되면서 겪은 얘기를 그런 식으로 했을 가능성이 많단다.
드림걸스 개봉때 원래 주인공인 슈프림스와 데스티니스차일드가 겪은 게 비슷하다며 이말저말 많았더랬다.
사실 내 마음이 쇠심줄 같은 타입이었다면 그렇지 않다고 여기며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팔랑귀 라는 것이다. 그 말은 정말 그럴 듯하게 들렸다. 내가 생각한 그 이별이 아니란 소리에 금세 나는 실망했고 나는 마음속에서 Survivor 위에 두 줄을 쫙 그었다.
사랑이라는 게 실제는 이런 걸지도
요새는 실제 감정보다 감정을 부풀려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사랑 노래는 이슬만 먹고 살며 서정시만 쓰고 살던 누군가가 감성을 응집해낸 노래들이 넘쳐나고,(사실 이렇게 거창하다기 보단 처음에는 아 너무 좋다 생각하다가 뭔가 너무 지나치게 감성적이어서 낯간지러운 노래들) 이별 노래는 예전처럼 노래의 주인공을 죽이는 건 아니지만 이별의 감정이 과잉되어서 울고 있다.
진짜 사랑과 진짜 이별의 노래가 없는 것 같다.
노래에서 나오는 사랑을 카라멜 마키아또라 한다면 실제의 사랑은 감자탕이지 않을까?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계속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에 시달린다. 너무 기대치가 높아져서 실제의 간극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실제로 사랑하는 것보다 더 사랑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이나믹 듀오의 ‘Solo’가 마음에 든다. 이 노래 안에서 ‘사랑은 신이 내린 자연재해’다. 연인은 사랑하기 때문에 그 동안은 다른 이성 친구와 연락도 안 하고, 술도 안 먹고, 게임도 안 했다. 목숨을 바치고 이벤트를 벌이는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노래한다. 혼자 있고 싶다고, 기분이 너무 나이스하다고.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이별은 꼭 죽음같은 슬픔이 아니라, 상대방에게서 나를 다시 되찾는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이 얼마나 별로였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사랑한다고 외치는 게, 장미꽃 백송이가, 사랑하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런 일련의 것들이 사랑인지 잘 모르겠다. 다들 거품이 없는 진솔함을 받아들일 여력이 없는 건지.
너무 믿지는 말아요
사실 그냥 내 생각들일 뿐이다. 이별이네, 사랑이네 말만 번지르르할 뿐이지 나의 전적은 사실 볼 것 없다. 무전무패의 완전무결하고도 보잘것없는 전적에는 이런 되먹지 못한 별로 쓸데없는 생각들도 한몫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이유에 대해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단순하게 그냥 호감을 느낄 만큼 딱 예쁘게는 안 생긴 탓일 게다. 사실 사람사는 일은 의외로 단순하니까.
뭐든 너무 길게 생각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엄청 부풀려서 생각할지도 말지어다.
안 그러면 내 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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