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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 10점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이레


 일본 작가의 작품은 별로 접해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어렸을 때는 '우동 한 그릇' 정도가 전부일 정도니까 말이다. 그리고 집에 있던 일본 전래 동화 같은 것들 뿐이었다.

 그러다가 예전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읽게 되었다. 그 책도 이 책과 역자가 같았다. 마호병이란 말을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놔뒀다는 게 재미있었다. 나는 그래서 보온병과 마호병이 다른 것인가 하고까지 생각했었다. 알고보니 같은 것이었는데 말이다.

 그 단편집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내가 생각했던 일본의 글과는 달랐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세련되고, 더 서구적이었다. 내가 본 글들이 요새 유명한 작가인지는 몰라도. 거의 다 감각적인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이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이었던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선 무척이나 파격적인 소재인데 이 책을 읽으면 말로는 하면 이상한 내용이지만 책을 읽으면 하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고 자연스럽다. 그냥 재미있는 책에 불과한 것인지는 몰라도.

 너무 준비가 길었다. 이 책은 그런 느낌은 아니었지만 잔잔한 감동이 전해지는 책이다. 적당히 감각적이고, 사실적이고, 나름대로 독특하면서 평범하다. 일단 80분 밖에 기억이 가지 않는 다는 것은 정말 독특한 설정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는 평범한 것 같다. 그런 평범함과 배려 속에서 감동이 피어나는 것 같다.

 완전수같은 것들은 알고 있었는데, 독자들을 위해서 수학에 관련된 것 중 쉬운 것들을 글 속에 배치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숫자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서.

 알기 쉬운 것 몇 가지를 빼고 주인공에게는 거의 대부분이 그림같이 보인다거나 하는 식으로 처리했다. 하긴, 이 책은 수학책이 아니라 소설이니까 말이다.

아주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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