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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갔던 곳에 대한 평가 1 - 아시아

지금까지 갔던 곳에 대한 평가 2 - 유럽


다 모아놓고 보니 내가 유럽이나 아시아보다 미국은 아직 많이 못 가 본 것 같다. 그렇지만 미국에 갔을 때마다 경험 하나하나가 임팩트는 대단했었던 것 같다. 이전에는 좋았던 순서대로 맞춰서 써지만 어차피 세 곳 밖에 안 되니 그냥 이전에 갔던 순서대로 써보고자 한다.



[미국]

 

LA ★★★

나는 놀랍게도 요즘 세상에 25살이 되도록 제주도를 포함하여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대개 수학여행으로 제주도 정도는 한 번씩 가는데,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IMF도 아니었건만 그 때도 경제가 어렵다던가 해서 제주도를 가려다가 못 가고, 설악산으로 가게 됐었다. 나는 그렇게 25살 전에 제주도를 갈 기회와 비행기를 탈 기회를 놓쳤었다. 그래서 10번 넘게 비행기를 탔는데도 아직도 한국 사람이면 못 가본 사람이 없는 제주도를 못 갔다. 


그런 내가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간 곳이 LA였다. 사실 LA는 1박 4일의 일정으로 다녀와서 LA 자체에 대한 얘기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내 생애 처음 탄 비행기였고 여러가지로 고생을 많이해서 역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일단 그 때 일이 많아서 밤비행기를 탔는데 빨리 못 간 탓에 통로 자리 자체가 없었던 것 같다. LA의 경우는 워낙 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일찍 좌석배정을 받지 않으면 꼼짝없이 창가쪽 자리를 타야한다. 내가 그 때는 어찌나 순진했었는지 처음에 비행기를 타면 창가쪽을 탄다는 드라마의 주요 클리셰를 떠올리며 당당하게 창가쪽 자리로 직원에게 요청을 했던 것 같다. 더불어 아마 촌티나게 비행기를 처음탄다고 말도 했던 것도 같다.


그리고 내 옆에는 어느 미국 아주머니가 앉으셨는데 (LA로 가는 거였으니 미국 아주머니로 추정된다) 자기가 예전에 창가쪽 자리를 앉은 적이 있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하도 안 비켜줘서 애를 먹었다며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달라고 했다. 나는 비행기를 타면 이렇게 얘기도 막 하고 그런가 했는데 이렇게 친절히 처음부터 말해주는 사람은 아직까지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주머니가 깊이 잠들어 있는데 나가게 해달라고 자는 사람 깨워서 말할 수도 없고, 그 아주머니 덕분에 그래도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그 때의 기억으로 나는 비행기를 4시간만 타는 일정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통로 쪽을 요청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내가 비행기를 접했던 건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 광고밖에 없었는데 거기에서 보면 좌석이 눕히면서 침대처럼 되질 않나. 정말 웃겼던 사실은 내가 비행기를 직접 탈 때 까지는 비행기 안에 좌석이 모두 다 그렇게 생긴 줄로만 알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전좌석이 비즈니스석처럼 생긴 줄 알았단 거다. 물론 지금은 미국까지 대한항공 비즈니스 타고 가려면 700만 원 정도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아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고난의 첫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LA 공항에서는 왜 그다지도 냄새가 나던지. 무언가 가축의 배설물 향이 진하게 퍼져나오는 것만 같았다. 그 때 내가 너무 힘들어서 착각한 것인가 했는데 나중에 다시 샌디에고 갈 때 가봤더니 내가 느꼈던 것이 착각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외에 내가 살면서 할 고생을 몰아서 했으나 다 언급하자면 지금까지 쓴 분량의 두 배 이상을 써야 하니 제외했다.


LA는 꼭 언젠가 다시 가서 내가 지금 가진 부정적인 마음을 꼭 덜어내고 싶다. 


▷ 볼 곳: 산타모니카 해변

LA에 유명한 곳이 산타모니카 해변이다. 그 외에도 헐리웃 등 갈 곳이 정말 많은 곳으로 알고 있지만, 갈 일정이 도저히 안 되었다. 산타모니카 해변에 있는 식당을 예약했는데 나는 그 때까지 외국을 전혀 가보지 못한데다 더더욱이 미국은 알 턱이 없었으므로 주소에 떡하니 산타모니카로 써있는 곳을 예약했다. 그런데 우리가 강남이라고 얘기를 할 때 실은 서초구에 있어도 대략적으로 강남으로 얘기를 할 때도 있고 강남구로 속해있지만 강남'에서 만나자고 할 때 쉽게 떠올리지는 못한 곳이 있지 않나.


근데 내가 간 곳이 주소는 산타모니카인데 같이 간 한인 렌트카 기사님이 얘기하시길 여긴 산타모니카가 아니라 마리나 델 레이라는 것이다. 산타모니카는 주로 젊은 친구들이 가는 곳이고, 마리나 델 레이는 주거지역에 가깝다나. 그래서 본의 아니게 미국 주택가를 가로질러 해변으로 가게 되었는데 미드에서 나오는 잔디깔리고 화초 키우는 예쁘게 생긴 집들이 우글우글 했다. 근데 해변에 가로등이 거의 없어서 그냥 그 때는 내 앞에 있는 바다가 산타모니카든 아니면 전혀 모르는 바다든 상관 없는 비주얼이었다. 다음엔 꼭 낮에 가고 싶다.


▷ 숙소: 쉐라톤 LA 게이트웨이 호텔

생애 최초 비행기를 탔던만큼 이 호텔도 내가 생애 처음 간 호텔이었다. 그런데 쉐라톤이라는 이름에서 어느 정도 기대를 했건만, 이 호텔은 내가 생각했던 그 쉐라톤은 아니었다. 그렇게 막 좋은 호텔은 아니었던 것 같다.위치도 너무 공항 옆에 붙어있어서 시내 가려면 다른 호텔을 알아보는 게 좋을 듯. 다만 쉐라톤에서 자랑하는 것이 침대인데, 침대는 내가 가본 호텔 중 가장 편안했던 것 같다. 


문제는 호텔 안에 있는 식당은 그렇게 맛있진 않았던 것 같다. 랍스터를 먹었는데 랍스터에서 화학약품 냄새 같은 것이 너무 많이 났고, 스테이크도 미국 스타일이라 참 뻑뻑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침대도 좋고 방값도 공항 옆이라 싼데 다시 LA를 가면 여기를 가고 싶진 않다.


▷ 맛집: La Vecchia Cucina 

솔직히 4년 전에 예약했던 데라서 이름은 전혀 기억이 안 났었다. 근데 다시 검색해보니 이 식당이 아마도 맞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터넷으로 그냥 확인해서 예약한 식당인데 그렇게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간 식당 중에 우리 나라 내에서 갔던 것 까지 합해서 그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음식도, 서비스도 아주 완벽한 식당이었다.


그 때 무더기로 예약한 동양 사람들이 우리 무리 밖에 없었다. 매니저가 나에게 메일로 Ms.가 아닌 Mr.로 보내서 나는 "Ms."라고 강조를 했던 터라 인상에 남았는지 (아무래도 이름에서 아시안 느낌이 퍽퍽 났을 테니까) 네가 그 사람 맞느냐고 아는 척도 해 주고 그 외에도 계속 안에 있는 시간 동안 계속 잘 체크해줬던 것 같다. 대놓고 잘 생기진 않았으나 무언가 참 멋있었다. 이름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외모나 이름을 볼 때 태국계로 보였었는데 그 남자 분이 아직도 일할 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이 식당을 더 좋게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다.


매니저도 매니저인데 웨이터가 나한테만 와인 마시기 전에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해서 참 기분이 좋았다. 4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제 슬프게도 신분증 보잔 얘길 어디에서도 못 들었다.


식당 안에는 헐리웃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멋진 커플들도 많았는데, 이 식당 안에 있었던 때만큼은 LA에서 가장 기분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LA 관련해서 찍은 사진이 4장인데 그 중에 두 장이 비행기 안에서 찍은 것이다(...) 내 생애 두 번째로 힘들었던 출장.



샌디에고 ★★★★

미국에 갈 때마다 우여곡절이 은근 있었던 것 같은데 샌디에고도 예외는 없었다. 


샌디에고는 직항이 없고 대부분 LA를 통해서 가야할 것이다. 그 때 비행기 연결편 시간을 너무 촉박하게 잡아둬서, 이 때 아마 LA에서 짐을 찾아서 다시 부쳐야 했는데 한 시간인가 50분인가 남아서 그 넓은 LA 공항을 계속 뛰었던 기억이 난다. 샌디에고 공항에 도착하면 국제공항이 아닌 작은 공항이라서 정겨운 분위기다.


여기에 가고 나서 캘리포니아를 참 좋아하게 됐다. 내가 갔을 때는 12월 초였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세일도 많이 했을 뿐만 아니라 날씨가 약간 쌀쌀했지만 그래도 참 내가 좋아하는 날씨였다. 이상한 사람들도 그다지 없었고 치안도 안정된 편이고 도시가 깨끗하다. 미국 은퇴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 중 하나라고 들었는데 이해가 가는 게 도시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이동하기가 편하고, 교통 체증도 그다지 없고, 마음만 내키면 바다를 쉽게 볼 수 있고 기후까지, 직접 가 보니 나도 살고 싶을 정도였다. 


다만 캘리포니아에 영어 연수를 가는 건 정말 안 될 것 같다. 그런 환경 및 날씨이기 때문에 들떠서 공부를 하기에 집중이 되는 곳은 아닌 것 같다. 쉬엄쉬엄 인생을 즐기면서 영어고 곁들여서 배우는 개념으로 간다면 가기엔 좋은 곳으로 보인다. 영어를 배우려면 사투리가 심하지 않으면서 공부를 꼭 할 수밖에 없는 나름대로의 척박한 환경과 한국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을 가야 정말 많은 돈을 들이고 가는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한국 사람끼리 미국 가서 친목 다지려고 영어 연수 간 건 아니었을 테니까 말이다.


근데 돌아올 때 문제가 대한항공은 상파울루-LA-인천까지의 노선으로 운행을 하는데, 그 때 상파울루-LA를 올 때 문제가 생겨서 갑자기 비행시간이 하루 연장 됐다. 뜻하지 않게 호텔에서 한 밤 더 묵었는데 더 큰 문제는 인천 같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만한 약간의 안개에 샌디에고-LA간 비행기가 취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원래 샌디에고에서 LA까지 비행기로 가면 1시간인데, 차로 가면 2시간이다. 그래서 2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면 비행기를 놓칠 상황에 있었다. 그 때 안 그래도 하루 더 연장 됐는데 이번에는 비행기를 놓치면 재수 없는 경우 LA 공항에서 하룻밤 노숙해야 될 형편이라 정말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에서 차를 대줬는데, 이모셔널 드라이빙을 할 줄 알았던 라틴 계통으로 보이는 기사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엄청난 정속 운전을 하시는지라 이에 대한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미친듯이 내려서 탑승 카운터에 뛰어갔더니 상파울루-LA 구간이 또 연착이 되어서 1시간 후에 비행기가 출발할 테니 안심하라는 것이었다. 다른 때도 그럴 때가 있었지만 처음에 길 안내를 해주시는 대한항공 직원 아저씨가 정말 친절하셔서 놀란 마음이 진정이 됐었다. 이렇게 힘들었고 또 비행기도 갑자기 취소되었던 터라 A380에서 오버부킹으로 비지니스석 한 번 타보나 했었으나 역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그나마 비행기를 안 놓친 것에 감사하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 볼 곳: 시포트 빌리지, 발보아파크, 호튼 플라자, 코로나도

샌디에고의 명물이 올드 타운 트롤리인데 타는 것을 강추한다. 미국은 대중 교통 이용하기가 쉽지 않고 초행길인데 이 올드 타운 트롤리는 생긴 것도 멋스러울 뿐 더러 기사 아저씨가 직접 정겹게 설명하시면서 운행을 한다. 다른 일반적인 투어버스는 이어폰 꼽고 그냥 멍하니 가게 되는데, 이 기사 아저씨의 역량에 따라 같은 얘기도 아주 흥미있게 들을 수 있다. 문제는 영어로 설명하시는 거니까 조금 힘들 수도 있고 예민하신 미국 할머니의 경우에는 얘기만 조금 소담소담 해도 안 들린다고 조용히 하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그렇게 큰 동네도 아니고 얘기할 거리를 일부러 만들어낸 느낌인 것도 같지만, 아무튼 투어 버스 치고 이렇게 멋스러운 버스는 많이 없다. 이거 하나 타고 다니면 샌디에고는 다 봤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아직까지 가장 좋아하는 건 시포트 빌리지 옆에 있던 공원들이었는데 하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찾아보니 엠보카데로 마리나 이런 식으로 이름이 긴 것 같은데 이름이야 어찌 됐든 아무래도 내가 여길 가보고 공원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냥 한참을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두런두런 얘기도 하다가 멍하니 있기도 하다가 했다. 그 전 까지 나의 미래라는 녀석이 어떻게 될지 현지에서 계속 눈치를 보는 삶을 살았던 나는 계속 알 수 없는 불안에 부들부들 떨다가 오랜만에 마음이 진심으로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 드라마틱한 건 없었는데도 어른이고 아이고 모두 그곳에서 편안해 하는 걸 보면서 나도 그 감정에 옮았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 힘들 때면 그 때를 떠올리곤 한다.


발보아파크는 정말 미국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몇 시간이고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큰 공원인데, 말은 공원이라고 하지만 공원이라고 보기에는 여러 박물관도 있는 그런 구성의 곳이다. 박물관을 꼭 가지 않더라도 뷰가 참 예쁘니까 가보길 권한다.


호튼 플라자는 시내에 있는 쇼핑몰인데, 여기를 거의 날마다 갔었던 기억이 난다. 난 립밤을 무지 좋아하는데 거기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엄청 꽤 비싼 버츠비 립밤이 여기에선 거의 2천원을 하는 걸 보고 호튼 플라자 밑엔가 CVS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날마다 버츠비 립밤을 샀었다. 처음에 많이 사지 않았다가 후회가 될 것 같아서 날마다 살 기회가 있을 때 샀던 것이다. 그래서 그 카운터 직원이 '얘 좀 뭘 잘 못 먹었나, 자꾸 똑같은 걸 맨날 와서 사'라고 말하는 것 같은 좀 이상한 시선으로 봤던 것 같다. 버츠비 립밤을 종류별로 모두 샀는데 그 중 아사이베리와 망고향을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가족들에게도 다 나눠주고, 동료들에게도 나눠주고, 나도 정말 잘 썼지만 지금은 그냥 시에라 비 립밤으로 갈아탔다는 것이 함정. 나중에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현지 미국인들이 현지인이 아니라 아시안 관광객으로 보이는 우리에게 쇼핑몰을 물어봤다. 근데 웃긴게 거기 구조를 마지막엔 거의 다 외워서, 또 친절히 답을 해 줬다.


코로나도를 보고나서 여기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커졌던 것 같다. 바다가 예쁘게 펼쳐져 있고 이게 바로 캘리포니아구나 싶은 풍광의 장소이다. 


▷ 숙소: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 소피아 호텔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은 솔직히 실수로 예약하게 된 곳인데 샌디에고에 메리어트 호텔이 세 개 인가 있다. 우리가 가야되고 예약해야 되는 건 시내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이었는데 어쩐지 싸다 했더니 여행사에서 시내가 아니라 올드타운에 있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로 예약해 준 것이었다. 방은 넓었으나 시설도 좀 오래 되고 먼지가 풀풀 날렸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급작스럽게 시내에 있는 호텔을 찾아보다가 소피아 호텔에 가게 되었는데 호텔 영업한지 2년 정도 되었던 호텔이라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신축) 좁긴 했지만 시내에서 어디든 가기도 괜찮고, 깨끗하고 괜찮았던 것 같다. 나는 내 돈으로 호텔을 갈거면 오래된 5성급 호텔 보다 신축 일본식 비지니스 호텔을 선호하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 맛집: Prado

이 외에도 맛있는 집은 꽤 있었지만 샌디에고에서 먹었던 것 중 가장 맛있었던 식당이 바로 여기였다. 발보아파크 안에 있는 식당인데, 원래 유명한 곳에 있는 식당은 맛이 없는데 여긴 정말 맛있었다. 햄버거하고 시금치 크림 소스 리조또를 시켰었는데, 햄버거도 맛있었지만 엄청 맛있었던 건 아닌 것 같고 시금치 리조또는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리조또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뭔가 외국에서 먹는 느낌이 제대로 나면서 한국 사람 입맛에도 잘 맞는다고나 할까. 물론 크림 소스가 가득 있는 만큼 마지막엔 느끼할 수도 있다.


그리고 웃긴게 일식집 비슷한 곳을 갔는데 맛이 이상해서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참 그러네' 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말을 크게 했는지 어쨌는지 주인이 찾아와서 '한국 분이세요?' 하고 다정하게 얘기를 해 주셨다. 정말 한국 사람이라 반가워서 그런 것이겠지만 당시 찔렸던 마음에서 보면 그 분이 어차피 한국 말 다 알아 듣는데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그런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아시안 요리 전문점에는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 그 때 얘기를 심하게 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다들 주의하면 좋을 것 같다.


시포트빌리지 근처 공원. 이름을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사진 보고 아는 사람이 말해주면 좋겠다. 내 생애 가장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



워싱턴 D.C. ★★★☆

말로만 워싱턴, 워싱턴 했지 내가 정말 워싱턴에 가게 될 지는 몰랐는데 가게 됐다. 문제는 그 때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많이 걸었더니 발이 다 젖었던 기억이 있다. 춥기도 참 추웠지만, 그래도 이런 날씨의 워싱턴을 접하기도 쉽지 않을 거라는 마음에 괜찮다는 최면을 많이 걸었던 것 같다.


워싱턴은 듣던대로 미국의 수도라는 위상과는 달리 휑하고, 계획도시이긴 하지만 시내에 볼 게 정말 없다. 내 기억으론 현지인에게 여기가 다운타운이 맞느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던 것 같다. 나름 좋은 식당도 갔던 것 같은데 그 장소의 분위기만 기억날 뿐 맛이 전혀 기억도 안난다. 이 때도 아마 2박 5일인가의 험난한 일정으로, 할 말도 딱히 없는 게 천천히 봐야하는 백악관, 링컨기념관,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 워싱턴 기념탑을 꼭 봐야한다는 일념으로 세 시간 내에 올킬했던 기억이 있다. 한 10분 보고 계속 걸어서 가능한 시간이다. 조지타운 대학교 부근이 가보면 괜찮다는데 못 가서 엄청 아쉽다.


내가 묵었던 곳은 하얏트 리젠시 베데스다 였는데 그 때 사전 미팅 장소가 베데스다 였기 때문에 정한 거라서 워싱턴에 가면 이 호텔에 가라고 추천할 호텔은 아닌 것 같다. 호텔은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부 구조가 원통형으로 빙 둘러 있어서 아래에서 누가 있는지 저 방에서 사람이 나오는지 확인이 가능했던 구조라 신기하긴 했는데 이 호텔도 그렇게 신축은 아니라서 방 구조도 그렇고 그렇게 엄청 좋은 호텔은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워싱턴은 그다지 또 가지는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LA와는 달리 워싱턴은 다른 곳을 가도 그다지 다를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리고 약간 업무가 그 때 역시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업무가 아니면 내 의지로 다시 갈 것 같진 않다. 


이 때 가게 된 건 FDA에 방문할 일이 있어서였는데 어쨌든 방문했다. 이건 못 잊을 듯. FDA 내에는 오바마 사진이 걸려있었으며 원칙적으로 내부 사진 촬영은 불가했다. 


무엇보다 웃긴게 워싱턴 공항 내에 일식집 같은 그런 집이 있는데 거기 사장님이 한국 분이시다. 그래서 한국 인스턴트 라면에 맛살 하나를 띄워주는데 거의 우리 나라 돈으로 만 원이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냄비에 끓여먹는 라면을 먹고 싶다면 그리 아깝지만은 않을 것 같다. 



백악관이 생각보다 작다고들 하는데 정말 작아서 놀랐다. 청와대에 비교해봤을 때 여기서 정말 업무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



마지막 평가를 마치며

보기에도 무지 내용이 많지만 세 편을 쓰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원래 가본 곳에 대해 개별로 썼다면 조금 더 알차게 쓸 수 있었을 것 같지만 그렇게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 쓰는데 성격상 오래 걸려서, 도저히 못 올릴 것 같다.


이번에 정리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만은 잘 기억한다고 자신하고 있었는데 장면은 기억해도 이름을 기억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서 당황했다. 추후에 개별적으로 모두 포스팅은 못 하더라도 내가 기억하고 싶은 사항은 조금씩 써두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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