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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글 보기 : 지금까지 갔던 곳에 대한 평가 1 - 아시아

 

내가 지금까지 갔던 곳들에 대해서 쓰고 있다. 미국도 가보고 아시아도 가보고 했지마는(생각해보니 아직 못 간데가 훨씬 많기는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먼나라 이웃나라를 보고 혼자 기대하면서 세뇌가 되어서 그런가 나는 유럽이 제일 나은 것 같다. 바쁜 시간 와중에도 볼 것도 많고 그 중에서도 아주 양질의 문화재 및 미술품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아서 그런가 싶다. 미국도 물론 미술관이 유명한 게 많겠지만 유럽은 거리가 가까워서 걸어서 다니기에 좋은 것 같다. 그러나 문제가 몇 군데 가보면 유럽은 결국 그 동네가 다 그 동네 같은 착각이 들어서 조금 질리기도 한다. 관심 없으면 다 성당이고 건물 모양도 나라만 다르고 비슷한 것 같고 뭐 그런 느낌. 그래서 어디든 특색 있는 곳을 가는 게 중요한 듯!

 

지금 벨기에/스페인/이탈리아 말고도 다른 곳을 조금 더 갔는데 아마 그건 또 몇 년 후에나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ㅠㅠ

 

 

벨기에 브뤼셀 ★★★★☆

 

이전에 줄리안이 브뤼셀이 좋다고, 그렇게 좋다고 계속 외칠 때 나는 그가 말할 때마다 끄덕끄덕 했었다. 일단 참 맛있는게 많다. 프랑스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음식이 참 맛나다. 그 중에서도 꼭 먹어야 하는 것은 홍합과 랍스터 (츄릅). 그에 레페 한 잔이면…. 우리나라에도 레페가 있지만 현지에서 먹는 레페 맛은 남다르다. 나는 술은 정말 안 좋아하는데 레페만은 그 현지 맛이랑 똑같다고 하면 다시 한 번 마셔보고 싶다. 현지인이 Orval이라는 맥주를 추천해 주었으나 너무나 비린 맛이 많이 나서 비추.

 

우리 나라에도 ○○전, 뭐 이런 식으로 유럽 내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들어와서 전시회도 많이 하지만 아무래도 그들의 진수인 작품은 몇 점 안 오고 대체로 아주 초기나 말기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정말 매니아들은 좋아할만한 전시가 대부분인 경우가 꽤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유명한 작품들은 들여오는 게 돈일 테니까.

 

그래서 말인데 마그리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그리트 미술관을 꼭 가보면 좋을 것 같다. 말 그대로 마그리트의 유명한 그림을 거의 다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 초기, 중기, 말기 모든 작품을 순서대로 볼 수 있게 잘 꾸며놓았다. 그리고 여러 제품도 많이 살 수가 있는데 마그리트 그림이 예쁘기 때문에 컵을 하나 사도 예쁜 것은 덤. 그 전에는 솔직히 마그리트 하면 노래 Raining Man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겨울비'라는 그림밖에 몰랐는데 이 미술관을 갔다 와서 나는 마그리트의 팬이 되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Personal value라는 그림이 나에게 여러 가지 생각도 할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건 그 '겨울비'는 여기 없다. 그 때 경비 아저씨들이 휴스턴엔가 있다고 하더니 확인해 보니 정말 휴스턴에 있다. 대여인지 아니면 그 작품만 미국 미술관 소유인지는 모르겠다.

 

운치도 있고, 쉽게 모두를 둘러 볼 수 있고 하지만 내가 별 반 개를 제외한 것은 겨우 짬을 내서 간 건데도 충분히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리 크지 않아서 내 돈 주고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들를 수 있다면 한 번은 더 들를 수 있을 것 같다.

 

▷ 볼 거리: 그랑플라스, 그랑플라스 내 고디바, 오줌싸개 동상,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

그랑플라스는 밤에 가는 것을 강추한다. 낮에도 운치 있지만 밤이 최고다. 그랑플라스 내 고디바에서는 여기에만 파는 초콜릿이 있는데, 생딸기에 초콜릿을 묻힌 것이다. 이게 뭔가 싶겠지만 일단 한 번 잡숴 보면 돈이 아깝지 않은 맛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면세점에서도 벨기에 초콜릿은 저렴한데 비해서 매우 맛있으니 구입을 강추한다.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노이하우스의 파베초콜릿(트러플 뭐라고 써있음)이다. 오줌싸개 동상은 굉장히 유명하긴 한데, 정말 작다. 귀엽긴 하지만 이건 무언가 상술을 목적으로 해서 계속 명물이라고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보면 좋고, 못 본다 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 숙소: 후사 프레지던트 파크, 플로리스 아브뉴 호텔

후사 프레지던트 파크는 그래도 뭐 그럭저럭 중상급의 호텔이었다. 플로리스 아브뉴 호텔은 4성이라고 써있기는 한데 절대 믿으면 안 되고 그냥 싸고 위치가 역에서 가까운 거 빼고는 좋을 게 없었다. 가격이 싸지 않다면 가지 말아야 할 호텔이다.

 

▷ 맛집: Comme Chez Soi, Rugby man, Black Pearls

Comme Chez Soi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인데 거짓말 한 번 안 하고 거의 날마다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했지만 철저한 예약제라서 갈 수가 없었다. 가고 싶으면 한국에서부터 미리 예약하고 가야 갈 수 있을 것 같다. 얼마나 맛있길래 그러는지 정말 나중에라도 가고 싶었다.


Rugby man은 아까도 말했던 홍합과 랍스터가 아주 그냥 끝장이다. 게다가 한국 손님들의 취향을 매우 잘 맞춰주는 웨이터도 있어서 참 좋았었다. 이 레스토랑은 솔직히 한국 사람들 앞으로 많이 안 갔으면 좋겠고 나중에 가면 나만 가고 싶은 식당이지만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다들 맛있는 걸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 공유한다. ㅠㅠ


마지막으로 Black Perls는 브뤼셀 공항에 있는 레스토랑인데 정말 놀랍게도 공항에 있는데도 맛있는 레스토랑이었다. 그냥 랍스터 먹으면 된다. (다른 메뉴는 안 먹어 봤으므로 보장 못함)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맛있는 그랑플라스 내 고디바 딸기 초콜릿.

 

 

 

벨기에 브뤼헤 ★★★★

 

여기도 요새 줄리안이 자랑도 많이 하고 저번에 가기까지 해서 나름대로 더 알려졌을 것 같은데, 유럽은 아까도 말했듯이 다 그게 그거인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그래도 여긴 조금 더 특색있는 곳이 아니었나 싶다. 아주 큰 기대는 없었는데 역시 벨기에는 기대를 안 하고 가야 좋은 곳인 것 같다! 벨기에만 목표로 여행을 가는 건 좀 그렇다. 그렇게 큰 나라가 아니라서 시간이 많이 남을 듯. 브뤼셀도 브뤼헤도 작아서 하루에 다 돌 수 있어서 좋았다.

 

벨기에의 국어는 무려 네 가지인데, 브뤼셀에서는 주로 프랑스어를 쓰는 것 같고, 브뤼헤도 역시 그런 것 같은데 브뤼셀 현지인 말로는 브뤼헤는 독일어 발음이라며 조금 기분 나쁜 듯한 뉘앙스로 언급했다. 프랑스어 발음으로는 브뤼주라나. 사실 프랑스어는 R의 경우 우리가 아는 영어식 발음을 내지 않고 H도 아니고 ㅎ도 아닌 이상한 발음을 내기 때문에 사실상 브ㅎㅟㅈ 뭐 이런 발음인 것 같다.

 

 ▷ 볼 거리: 성모마리아 성당 (Church of Our Lady),  성살바토레 성당(Sint-Salvatorskathedraal), 바실리크 성혈예배당, 종루, 마르크트 광장, 사랑의 호수, 브뤼헤 전체를 가로지르는 운하 등등

 

브뤼헤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유네스코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지 생각보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것이 매우 많은 것 같다. 요새는 거의 나라별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하나 정도 없으면 그 나라는 역사가 매우 없는 나라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쨌거나 브뤼헤는 결론적으로 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을만한 곳인 것 같다.

 

성혈은 남아 있는게 다 거짓이란 말도 있지만 어쨌든 브뤼헤에도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 성혈이 묻은 옷 조각을 보관하고 있는 성혈예배당이 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인증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보니 솔직히 정말인가 싶기도 하지만 진짜라면 거의 이천년이 지났는데도 색깔이 선명해서 놀랐다. 사람의 피는 시간이 지나면 주로 거무튀튀해지는데, 그보다 색이 밝아서 놀랐다. 직업인지 아니면 봉사활동으로 하는지 모르겠는데 성혈을 대놓고 지키는 분이 계신다. 그 분에게 성금을 내면 관련 책자를 주시고, 성금 안 내면 책자 안 준다. 아주머니가 말은 안 하시는데 무언의 압박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성금을 내놓게 되는 마력이 있다. 사실 이게 더 인상 깊었음.

 

작은 도시인데도 성당이 좀 많은데, 성당을 싫어하고 예전 작품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별로 일 수도 있다. 내가 갔던 성당 중 좋았던 성당은 성살바토레 성당이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외국에서 처음 간 성당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입장료가 공짜인데도 불구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분위기가 너무 아늑해서 막 들어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내 마음에만 담아두고 기억을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이름을 알아냄. 성모마리아 성당은 미켈란젤로 작품이 있는 곳인데 내가 기억하기론 미켈란젤로 작품이 있는 곳은 분리되어 있어서 그 작품을 보고 싶으면 돈을 내야한다. 그래서 입장료 냈는데 귀하디 귀한 미켈란젤로 작품이라고 거의 50미터 밖에서 보라는 얘기를 듣고 완전 황당했다. 미켈란젤로 작품이 있다는 것 외에는 성살바토레 성당이 나은 듯. 그래도 놀란 게 성당에 들어갈 때마다 교과서에나 등장할 법한 작품들이 막 걸려 있어서 뭔가 유럽은 길가다 미술작품이 하나씩 다 걸려있구나 그런 어마무시한 느낌이 들었다.

 

마르크트 광장은 독일어로 시장인가 광장이 마르크트라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그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독특하게 네덜란드식(?!) 계단형인 색색깔의 건물들이 광장을 둘러싸서 사랑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곳인데 이 광장이 사진발을 좀 안 받는 것 같다. 직접 보는 게 나은 곳이다. 내가 갔을 때는 크리스마스 근처라서 시청 앞-광장 가운데에 스케이트를 탈 수 있도록 빙판을 설치했었다. 그리고 도시 전체로 운하가 흘러가는데 사람들이 날씨 좋을  운하 위 배를 타서 직은 영상을 보니, 꼭 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나는 못 탔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라 맛집은 그리 없는 것 같아 아쉽지만, 한 번 다시 가도 되게 정겨울만한 곳이다.

 

성혈예배당에서 아주머니가 성혈을 지키고 있다는 증거사진.

 

 

 

스페인 바르셀로나 ★★★★★

 

내가 지금까지 갔던 곳 중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은 곳으로, 볼거리가 많고 음식도 맛있고 인심마저 따뜻한 곳이다. 다만 소매치기가 매우 많으니 조심할 것.

 

혼자 샹그리아를 홀짝홀짝 하고 나서 (La fonda 식당으로 기억함) 거의 몇 달만에 술을 마셔서 그런가 살짝 취기가 왔던 와중, 파우치 같은 걸 갖고 갔었는데 나도 모르게 열어놨던 채로 지하철역으로 갔던 것 같다. 개찰구를 통과하고 나서 허전한 느낌이 들어 파우치를 보니 돈은 그대로 있는데 여권이 없는게 아닌가! 완전 허둥지둥 하던 와중에 갑자기 어떤 청년 둘이 찾아와 영어로 네 여권을 찾으려면 분실물 센터(로스트 앤 파운드를 용케 알아 먹음)로 가서 100유로를 주면 내 여권을 찾을 수 있다는 거다. 바르셀로나 도둑들의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뭔가 애매하던 찰나 분실물 센터라고 했기에 개찰구 앞에 있던 역무원 아저씨한테 얘네 말이 맞느냐고 물어보니 아저씨가 영화처럼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젓더니 전화기에 대고 카탈루냐말로 뭐라뭐라 하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이 청년들은 갑자기 뛰기 시작했고 역무원 아저씨와 나도 뛰기 시작했다. 나는 뭔 생각인지 "깁 미 마이 패스포트!!"를 연신 외쳐댔다. 그러다 역 출구까지 다 가서는 계단 앞에서 '아이 재수 없어, 옛다!' 하는 느낌으로 나한테 말 걸었던 그 청년이 뒷주머니에서 내 여권을 던져 패대기 치는 게 아닌가.

 

나는 그 후로 노이로제에 걸려서 유럽 갈 때는 절대 가방을 메지않고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홀로 두지 않으며 내 앞에 두고도 몇 번이나 확인해보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더불어 여권은 tax refund 받을 쇼핑할 때 말고는 사본을 가지고 다닌다.

 

이렇게 끝났으면 바르셀로나를 싫어했을 것도 같은데 그 후로 감동의 쓰나미가 있었다. 역무원 아저씨가 쫓아와서 도와준 것도 완전 고마운데 공짜로 개찰구를 열어주면서 다음부터 꼭 조심하라고 하시고, 알고보니 어떤 40대 이상의 현지인 아저씨가 내가 그렇게 추격전을 하기도 전에 계속 쫓아와 주고 있다가 괜찮느냐고 물어봐주고, 갑자기 또 아주머니 두 분이 오셔서 나한테 가방 간수법을 나에게 10분 이상 설명했던 것 같다. 내가 영어로 아주 짧게 몇 마디 했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전혀 상관 안 하시고 계속 내 눈 보면서 나한테 카탈루냐 말을 하셨다. 근데 이 분들 특징이 다 몸으로 언어는 반절 정도 말해서 가방 앞에다 하는 모션은 아주 잘 배웠다. 내가 갔던 나라 중에 다시 가고 싶은 건 정말 스페인인 듯.

 

또 주의점으로 바르셀로나의 경우 스페인이 아니라 '카탈루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사하다고 스페인어로 '그라시아스'라고 말하는 경우에는 전혀 대답을 안 한다. 여기 말로는 프랑스어와 비슷하게 '메시'라고 하면 대놓고 좋아하는 표정을 볼 수 있다. '그라시아스' 몇 번 했다가 왜 이렇게 냉정한가 했더니 우리 나라로 치면 아마 외국인이 감사합니다 라고 안 하고 갑자기 쌩뚱맞게 "쎼쎼" 이렇게 말한 거 들은 기분이었으려나. 희한하게 안녕은 '올라'로 스페인어와 똑같다.

 

결론적으로 바르셀로나도, 그리고 스페인 다른 곳도 꼭 가고 싶다!

 

▷ 볼 거리: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 공원, 카사 밀라 등, 몬주익 분수쇼, 시체스 해변, 캄프 누(바르샤 경기장)

가우디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가야하는 곳이다. 가우디 작품을 자세히 보고 싶다면 유로자전거나라의 가우디 1일 코스를 신청해서 보는 걸 추천한다. 한 사람 마다 수신기를 나눠주는데 (대신 이어폰은 본인 걸 가져와야 함) 가이드가 얘기해주면 수신기를 통해 멀리에서도 모두 들을 수 있다. 많이 걸어다니기는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역사, 작품에 대한 상세 설명들을 자세히 들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이상한데에 가서 사야한다는 강매가 없다. 요새 유로자전거나라 말고도 워킹 투어가 매우 많아졌으니 가격 및 후기 비교 후 다른 곳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유로자전거나라는 사람이 좀 많은 편이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걸 싫어한다면 좀 싫을 수도 있다.

 

특히 성가족성당의 경우 벽면에 많은 조각을 넣었는데도 조화롭게 있다는 것이 무엇인가 경외감이 느껴지면서도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가까이서 보면 나도 모르게 '와~'를 외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완성되고 나면 언젠가 미래의 가족들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

 

시체스 해변은 여러가지로 나에게 정말 잊지 못할 기억을 줬다. 그런가 하면 몬주익 분수 쇼는 또 어땠나. 내가 봤던 분수 쇼 중에 가장 멋있는 분수쇼가 아니었나 싶다. 이건 정말 맞춰서 꼭 가야한다.

 

한 때 축구를 매우매우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캄프 누에 가서 메시가 탄 발롱도르들은 꼭 봐줘야 했기에 갔다. 현지에서도 UEFA 우승컵 보단 오히려 메시가 탄 발롱도르가 인기가 제일 많아서 놀랐다. 중동이고 어디고 나라를 가리지 않고 모두 엄마 아빠들이 애들이랑 찍으려고 난리였다.

 

▷ 숙소: 바르셀로나 아리탐 호텔

4성급이고 시내 근처라서 예약했으나 내가 묵어본 4성급 호텔 중 가장 최악의 호텔이었다. 어떤 외국 아주머니는 여기가 호텔이 맞느냐고 카운터에 물어보는 걸 봤다. 부킹닷컴의 리뷰를 100% 믿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 순간이었다.

 

▷ 맛집: La fonda, Les Quinze Nits

혼자 갔는데도 생각 안 날만큼 참말로 맛있었던 식당 둘이다. La fonda는 빠에야를 시켰는데, 빠에야는 어딜 가도 2인분 이상 시켜야 나온다. 아마도 육수같은 것도 넣고 기본 재료가 들어가는 게 많아서 1인분용으로 나오면 마진이 안 남든지 아님 맛이 없든지 해서 그런 것 같다. 주로 고기로 만든 빠에야가 있고 해물 빠에야가 있는데 믹스 한 것도 있어서 믹스를 시켰더니 아주 환상의 맛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우리나라 불고기 양념이랑도 아주 약간 유사한 것 같은데 그보다 향신료 맛이 전체적으로 나는 것 같다고나 할까. 뜨거울 때도 맛있고 포장해가서 호텔에서도 먹었는데 이건 식어도 참 맛있었다.

 

Les Quenze Nits는 솔직히 그냥 오징어하고 감자 튀김인가 아무튼 튀김 같은 걸 시켰는데 그냥 튀긴 것 밖에 없는데 왜 그렇게 맛있는지. 그리고 샹그리아를 아주 흔하게 파는데 스페인에서 알콜이 약간 센 것 같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절대 그런 샹그리아를 마실 수 없으니 기회가 될 때 많이 마시길 바란다.

 

Txapela라고 타파스 전문점이 있는데 여긴 트립어드바이저에도 순위가 꽤 높았던 것 같으나 별로 맛있는 게 없는 것 같다.

 

내가 중년이 되면 완성될 것 같다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완성됐을 때 또 가고 싶은 곳.

 

 

스페인 마드리드 ★★★★★

 

보통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 바르셀로나, 아니면 마드리드인데 호불호가 매우 갈린다. 여행을 갔으면 열심히 다니면서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분들은 바다도 있고 볼 것도 많고 열정적인 분위기의 바르셀로나를 가면 좋을 것 같고, 그림에 관심이 많은 경우에는 마드리드를 가면 좋을 것 같다. 마드리드 근처에는 세고비아, 톨레도 등 작고 예쁜 도시들이 많아서 둘러보고 오면 참 좋다. 세고비아, 톨레도 말고도 라그랑하인가 거기도 괜찮다고 들은 듯. 한 마디로 바르셀로나는 관광하고 싶은 도시, 마드리드는 살고 싶은 도시다.

 

나는 무엇보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냐스를 참 보고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고, 루벤스 같은 말로만 듣던 거장들의 그림도 그렇고 이전에 모르던 엘 그레코, 보쉬, 카라바지오까지 알게 됐는데 이 그림들이 있는 프라도 미술관 말고도 엄청난 작품들을 가진 미술관들이 시간이나 요일에 따라 무료로 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서 매우매우 좋았다! 물론 이럴 때는 모든 작품을 볼 수는 없고 작품을 골라서 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마드리드에서 정말 잘한 것은 올레스페인의 투어 신청을 한 것이었다. 가이드님이 너무 설명도 잘 해 주시고 해서 가이드님과 친해졌는데 그 때 어쩌다보니 2주 정도 출장으로 머물게 돼서 쉬는 시간에 따로 뵙고, 한국 오고나서도 따로 연락 드렸었다. 그 전까지는 주로 '1박 4일' 같은 일정으로 출장을 다녀오다가 내가 지금까지 다녀온 열 세 번의 출장 중 가장 아름다운 출장이 아니었나 싶다...

 

레티로 공원도 널널한 스케줄이라면 가보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나는 꼭 외국에 가면 공원을 간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가서 별 다른 걸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 진다.

 

▷ 볼 거리: 프라도 미술관, 티센 보르네 미사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베르나베우 (레알 경기장), 마드리드 왕궁, 레티로 공원

프라도 미술관은 사랑이다. 티센 보르네 미사 미술관도 양질의 작품이 많고 프라도 미술관은 고전 중심이라면 여기는 스펙트럼이 더 넓은 것 같다. 레이나 소피아는 현대 미술이 주인데, 현대 미술은 정말 아는 바가 없어서, 일단 피카소의 그 유명한 게르니카를 보고 왔다면 일단 어느 정도의 소임을 다 한 것 같다. 내가 갔었을 때는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필립스 전기면도기를 이용한 작품 등 각종 유머러스한 작품들이 있었다. 고전이나 인상파부터 60년대 이전 작품들은 어느 정도 정보를 접하기가 쉬운데 정말 현재의 미술은 알기가 힘든 것 같다. 미술은 알고 가야 재미있으므로 언젠가 현대미술 관련 책 같은 걸 읽고 싶은데 어떻게 접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울적하다.

 

▷ 숙소: 멜리아 카스티야 호텔

4성이지만 4성인 것 같지 않은 고급 호텔이다. 시내에서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긴 하지만 갈 수 있다면 또 가보고 싶은 괜찮은 호텔. 마지막에 카운터에서 이 호텔 완전 좋다고 말했더니 카운터 직원이 '무슨 걱정이야, 또 오면 돼지!!' 이런 식으로 말해서 '그래 나도 꼭 다시 오면 정말 좋겠다'라고 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 맛집: Botin, Mesón Txistu

Botin은 헤밍웨이도 가곤 했다는 오래된 식당으로, 나도 가보지는 않았지만 맛보다는 그냥 명소에 가까운 곳이라 한 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현지에서는 맛보다는 관광객들에게 더 유명한 곳으로 생각되는 듯 하다. 다만 하몽이 맛있다는 얘기를 주워 들은 적 있으니 참고바람. 어쨌든 인기가 많은 곳이라 되도록 예약을 하고 가야한다고 들었다. 

 

Mesón Txistu의 경우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단골집으로 더러 정말로 선수들을 목격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이니 추천한다. 무엇보다 이베리안 햄이 참 맛있었지만 클라라(스페인 레몬맥주)는 별로였으니 참고.

 

그리고 솔 광장에 무슨 빵집이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 동네 빵집에서 먹었던 되게 좋은 맛이 난다. 스페인은 정말 맛있는 곳이 많으니 어디어디 맛집보다도 사람들 줄 서있고 많이 먹는데면 그냥 가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식비도 다른 유럽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저렴함. 하몽/타파스/빠에야/샹그리아는 많이 아는데 클라라를 아직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것 같다. 클라라는 아무데나 술 파는 펍에 들어가서 클라라까지만 말해도 알아서 클라라를 잘 주신다. 별 건 아니고 하우스 맥주에다가 레몬 소다 같은 것을 섞은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데미소다 레몬맛을 맥주에 섞으면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듣기만 한 거라 책임 못 짐) 마트에서 판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내가 안타깝게도 그걸 못샀다. 내가 먹었던 술 중에 가장 맛있는 것은 돔 페리뇽도 아니고 클라라다. 물론 돔 페리뇽도 한 20cc 정도 마셨었지만, 그것도 무척이나 맛있었으나 나는 술맛도 모르고 입맛도 완전 고급은 아니어선지 샹그리아보다도 클라라가 가장 맛있었다.

 

안에 들어가면 무지 덥지만 그래도 겉에서 찍었을 땐 멋있는 레티로 공원 내 유리 온실.

 

 

스페인 세고비아 ★★★★

 

사람들이 마드리드엔 미술관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리 볼 게 없어서 근처 세고비아를 갈 지, 톨레도를 갈 지 엄청 고민하는데 간다면 두 군데 모두를 가는 게 좋고 개인적으로는 굳이 택 1해야 한다면 톨레도를 추천하고 싶다. 물론 세고비아도 분위기가 좋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톨레도가 참 좋았다.

 

▷ 볼 거리: 로마수도교, 알카사르 성

여긴 사실 이 두 군데 때문에 가는 거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톨레도가 더 볼 거리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톨레도를 추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두 곳이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역시 세고비아의 수도교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실제로 봐도 예전에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나 하면서 감탄하게 된다. 수도교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맑은 날에 직접 보면 장관을 말로 다 할 수 없다. 역시 이 수도교도 사진발을 참 안 받는 것 같다. 그렇지만 형태가 단순하긴 해서 크기만 크다고 별 감흥 없는 사람은 별로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내가 수도교가 기억에 남는 것은 수도교가 광장이랑 이어져 있는데 그 광장에서 그 날 따라 몇 백명이 줌바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거기서 줌바라는 것을 보고 스페인의 어느 헬스장에서만 준비한 행사인지 알았는데 알고보니 미국에서도 그렇고 꽤 유명한 다이어트 수단이었다. 아무튼 커다란 수도교 근처에서 몇 백명이 추는 라틴 느낌의 댄스는 참 재미있었고, 동영상을 찍어 두었다. 여행객들도 같이 줌바를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알카사르는 디즈니 백설공주에 나오는 성의 모습에 영향을 준 성이라는데, 겉에서 보면 정말 우리가 그림으로 봤던 그 성이랑 정말 비슷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근데 실은 안모습 보다는 겉모습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마침 미국 어린 친구들이 수학여행을 왔던 것 같은데 스페인 가이드 아주머니가 영어로 설명을 해 주셔서 좋았는데 문제는 많은 부분 기억이 소실되었다. 작년 내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벌써 1년만에 리셋이되어 버렸다.

 

스페인의 경우 이슬람의 통치를 오랫동안 받았었기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에 따라 무데하르란 양식이 있는데 이 성 안에도 그런 양식이 많이 보였다. 세비야 같은 남부 스페인에 가면 이런 특징 때문에 통 유럽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해서 나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동전을 찍어내는 기계도 있었는데 내가 하도 열심히 따라다니니 미국 학생들 통솔하는 것으로 보이는 선생님이 나에게 아까 저 가이드가 뭐라고 했는지 질문하기도 해서 내가 코인 머신이다라고 얘기해 주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안이 생각보다 아늑했는데 예전에 왕이면 좋기보다 좀 많이 추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여긴 스페인이라 좀 나았겠지만.

 

그리고 그 스페인 가이드 아주머니가 보쉬의 쾌락의 정원 그림을 보여줬는데 (해당 그림은 현재 프라도 미술관에 있음) 보쉬 그림을 너무 좋아해서 어떤 왕이 카피를 해서 두었다든가 아니면 보쉬의 쾌락의 정원이 원래 걸려있던 자리라고 했든가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는 사람 있으면 댓글 부탁 드림.

 

결론적으로 세고비아는 수도교-알카사르 보면 끝.

 

▷ 맛집: 호세 마리아

내가 누구의 블로그를 봤는지 아니면 구글맵에 찍혀진 여러 레스토랑들 중에서 별표 많은 것으로 보고 갔는지 모르겠는데, 이 곳이 교황님도 왔다간 그 맛집이라고 한다.

 

세고비아에 오는 목적은 위의 수도교-알카사르 외에 하나, 꼬치니요 아사도를 먹는 것이다. 꼬치니요 아사도란 아기돼지를 무자비하게 통바베큐 구이한 것인데 여러 곳에 꼬치니요 아사도가 있지만 세고비아의 꼬치니요 아사도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듣기로는 마드리드의 Botin에서 꼬치니요 아사도가 유명한데 그보다 세고비아의 것이 더 맛있다는 얘길 들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꽃보다 할배에서 H4 어르신들이 드셔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가보니 일단 사람들이 외국인이고 스페인 사람이고 북적북적. 겨우 비집고 들어갔더니 그냥 사람들이 다들 꼬치니요 아사도를 시킬 게 뻔하니까 테이블이 차는 걸 좀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꼬치니요 아사도가 나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꼬치니요 아사도가 한 바구니인가 쟁반에 몇 마리인가 담겨져서 나오는데, 무슨 훈장같은 것을 단 할아버지가 한 분 나와서 그걸 접시로 착착 쪼개는 퍼포먼스 비슷한 걸 하신다. 다분히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퍼포먼스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서 그렇게 쪼갠 것을 테이블마다 지긋한 웨이터 한 분이 돌아다니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꼬치니요' 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주신다. '너희들도 지금 한 거 잘 봤지? 이것이 꼬치니요라는 것이다' 요런 느낌으로. 그리고 꼬치니요 아사도를 자르는데 사용한 접시는 불운을 막기 위해서인가 깨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접시를 안 깨는 걸 보고 아마도 카메라가 올 때만 접시를 깨뜨리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먹었는데 이거 먹고 역시 맛있다고 줄기차게 기록해놓은 이들을 원망하게 되었다. 껍질이 무척 바삭한 것도 맞고 돼지살도 부드러운 게 맞지만 이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 바베큐의 맛이 아니다. 소스라기 보다는 묽은 국물에 가까은 그것에 산미가 많은데, 산미고 향신료고 기름이 너무 많아 느끼해서 한 입은 먹어도 두 입 먹고 식사로 마치지는 못 할 맛이라고나 할까. 나는 일반적인 바베큐의 맛을 기대했는데 너무 느끼한 나머지 웨이터 아저씨에게 '소스 좀 더 줄 수 없나요'라고 부탁했고 나는 허니머스타드 같은 몇 가지를 가져와서 선택하게 할 줄 알았더니만 아저씨는 아주 친절하게 그 내가 싫어하는 그 국물을 아주 많이 고기에 끼얹어 주셨다. 아저씨가 너무 진지하면서도 친절하게 부어주셔서 나는 그 아저씨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영어도 잘 안 통하고. 정말 먹어보고 싶다면 허니머스타드 같은 드레싱을 개인이 챙겨 가서 먹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먹은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왜냐하면 그 곳이 아니면 말 그대로 먹기 힘든 곳이니까. 그렇지만 두 번 먹고 싶지는 않고, 못 먹은 사람이 있다면 그냥 그대로 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알카사르 안 보쉬의 그림이 걸려있는 곳. 왜 걸려 있는지 아시는 분은 댓글을 부탁 드린다.

 

 

스페인 톨레도 ★★★★★

 

나중에 갔다오고 나서 지성-이보영 커플이 신혼여행 간 곳이 이 곳에 있는 빠라도르(예전 성을 호텔로 개조한 곳)란 걸 알고나서 두 분의 센스가 대단함을 알게 됬다. 물론 나는 아래에도 얘기할 것이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동일하다면 역사적인 곳보다는 현대적이고 편리한 곳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므로 톨레도 빠라도르에서 숙박은 하지 않을 것 같다.

 

▷ 볼 거리: 톨레도 대성당, 산토토메 성당, 꼬마기차(!), 그 외에 아주 많으나 모두는 설명 불가함

여태까지 내가 보았던 성당 중 가장 화려하고 멋있고 빛나는 성당이 톨레도 대성당이 아닌가 한다. 훌륭한 성당들이 많지만, 화려한 구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하지 않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옛 수도의 영화를 느끼게 해 준다. 물론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벨기에 브뤼헤의 성살바토레 성당이다. 성당에 가서 미지의 누군가가 나를 포근히 감싸주는 것 같은 아늑함이 있느냐갸 내가 그 성당을 좋아한다고 결정하게 하는 요소인데, 이 성당은 크고 웅장하며 아름다운 나머지 아늑함은 없다. 이 성당은 솔직히 성당의 기능보다는 성당의 탈을 쓴 거대한 예술작품인 것 같다.

 

내가 그 분위기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한국어 가이드는 없고 영어 가이드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성당이나 문화재 내에서 영어 가이드는 더 이상 들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게 일단 나는 신자가 아니기 때문에 성경을 모른다는 문제점이 있고, 성경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우리가 아는 발음과 영어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그걸 알아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고, 또한 왼쪽에 보면 누가누가 있고 이건 어느 시대에 어느 스타일로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이해가 가능한데, 솔직히 우리 나라 사람들은 고딕-르네상스-바로크 시대다 이름은 아는데 그 사이에 벌어진 상세 계파까지는 모른다. 나도 그 중에 하나고. 그래서 이 사람은 어느 계파의 누구다 라고 말하면 결론은 나는 모르는 얘기를 몇 십분 동안 듣게 되는 것이다. 전공자, 신자, 미술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애호가가 아닌 경우 영어 가이드는 비추하는 바이다.

 

그 중에 내가 잊을 수 없는 것은 트란스파렌테라는 제단인데, 이게 아마 빛이 비추는 모습이라는 뜻인가 그럴 것이다. 제단이 크기도 클 뿐만 아니라 자연조명도 계산을 한 후에 만들어 낸 작품이라 정말 빛이 내려오는 그런 모습을 연출해 냈다. 또 그 안에 인물 하나하나도 사실적이면서도 훌륭한 모습으로 배치해 놓아서 정말 커다랗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모습이다. 보통 무엇인가를 거대하게 만들면 우아하거나 섬세한 것은 동시에 갖추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그것을 동시에 갖췄다. 그리고 톨레도=엘 그레코의 도시 답게 엘 그레코의 명작도 있다. 내가 엘 그레코를 다시 찾아보다가 '아 이 그림도 봤는데' 싶었는데 프라도 미술관에서 본 걸로 생각했더니만 여기에서 본 것이었다.

 

산토토메 성당은 정말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죽음' 하나 보러 가는 곳이다. 

 

저번에 스페인에 가서 이 '엘 그레코'라는 화가를 알게 되었는데, 솔직히 색감도 무언가 어둡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인상파 그림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색감이 파스텔톤인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좋아한다. 나도 일반사람들과 똑같이 양감이나 질감이 살아있는 사진 느낌의 그림을 볼때면 나도 모르게 멋있다를 연발하는 그런 사람이라서 사진으로만 엘 그레코 그림을 보았다면 별로 감동받지 않았을 것이다. 엘 그레코의 그림은 내 집에다 걸고 싶은 느낌의 그림이라기보다는 당연히 미술관에서 있어야 할 가치가 있고 감동을 주는 그림인 것 같다. 내가 전공자는 아니지만 엘 그레코 그림에서는 그가 얼마나 치열하고 열과 성을 다 해 살았는지, 생각해 낸 것을 어떻게 표현해내고자 노력했는지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 보인다.

 

엘 그레코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인체 비율을 맞게 그리지 않아서 난시였다는 얘기도 있고, 성서의 그림을 그릴 때마다 자기 해석을 많이 넣은 것으로 봐서는 그 때 시대보다 근대나 현대에 태어나서 활동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성공한 사람이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요즘 세상에서는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 보면 무척이나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들이 특히 미술에서 많은데, 나는 어떤 것을 인정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인상깊은 게 이분은 그렇게 교회랑 소송을 많이 하셨다. 아마 엘 그레코는 '교회 너희가 내 작품을 몰라보고!'라는 생각으로 소송했을 것 같은데, 산토도메성당에 찾아보는 수 많은 사람들을 보고 아마 '거봐, 내 말이 맞잖아'하면서 흐뭇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스페인에 가서 몇 점의 엘 그레코 그림을 봤지만 그 중에서도 이 그림이 대표적인 그림이기도 하고 나도 그 중 가장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엘 그레코의 아들을 그려놓은 게 참 귀엽다. 요새 시점으로 보면 크리스토퍼 놀란이 딸을 영화에 카메오 등장시키는 느낌이랄까. 엘 그레코 그림이 대부분 슬픈 느낌이었는데 이 그림은 장례식을 그린 것인데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내가 추구하는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산토토메성당은 엘 그레코를 잘 알지 못하며 미술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가지 않아도 전혀 상관 없을 곳인 것 같다.

 

무엇보다 톨레도의 명물은 꼬마기차인데, 톨레도 전체 전경을 쉽게 볼 수 있어 돈은 전혀 아깝지 않으므로 강추한다. 톨레도가 오래된 도시라서 길이 정말 복잡하고 고원에 있어서 오르막도 많은데, 꼬마기차를 안 타면 톨레도 전체 전경을 그렇게 쉽게 찍을 수가 없다. 아마 세고비아가 톨레도 보다 좋다고 한 사람의 경우는 톨레도에서 길 때문에 고생한 사람들도 꽤 많으리라 생각된다. 톨레도는 미술 및 유적에 관심이 많고, 정보를 미리 알지 않고 가면 별로 일 곳인 것 같다.

 

톨레도는 다시 가게 된다고 해도 매우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멋진데도 안 올거냐고 시위하는 것 같은 톨레도의 멋진 전경.

 

 

이탈리아 로마 ★★★★

 

솔직히 로마는 기억이 안난다. ㅠㅠ 하루 밖에 없었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전 정보 하나 없이 갔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트레비 분수에 가서 동전 던진 건 아직도 내가 정말 잘 한 일이었다고 생각하고는 한다. 다만 젤라또를 먹는 것이 큰 목표였는데 트레비 분수 앞에 있는 젤라또 집도 맛집이라는데 그냥 관광객 버프를 받은 집일 것이라고 넘겨 버린 게것이 한이다. 로마야 남들이 아는 그 '로마'이기도 하지만 사실 정말 열심히 걷고 그 풍경들은 기억이 나는데 가는 곳마다 어떻게 그리도 유물이 많은지, 도시 전체가 좋게 말하면 앤티크고 우리말로 하면 골동품 스러운 느낌마저 난다. 웃긴 게 그렇게 오래된 유물 느낌나는 돌길에 시크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로마 시민을 보면 약간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스페인 계단-트레비 분수-콜로세움은 정확히 봤다. 그야말로 깃발 꽂기스럽게 걷기만 헀던 것이었다. 게다가 날씨도 정말 좋지 않아서, 좋을 때 가면 좋을 것 같고 다음에는 바티칸 보고 젤라또 먹으러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조금 하고 있다.

 

내용이 적어서 갔던 호텔도 그냥 얘기하고자 한다. 소피텔이란 호텔이었는데 세계 유수의 체인일 뿐만 아니라 5성급이라서 내 생애 최초 5성급 호텔이라 기대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사실 그 때 1박 3일인가 1박 4일인가 일정이라서 기대할 게 그것 밖에 없었다. 호텔 직원들이 정말 5성급 답게 매우매우 친절했고 호텔리어들부터 컨시어지까지 안 친절한 사람이 없었다. 내 기억에 호텔에서 컨시어지 직원들이 캐리어를 갖다 주는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데 그 중에서도 매우 친절하게 갖다 주었던 곳이다. 그러나 그들이 친절하지 않았다면 나는 더 실망했을 것이다. 그 호텔은 역사가 깊은 만큼 오래된 호텔이었고 좁았다. 물론 내가 간 방이 스위트 룸은 아니었고 기본 룸이었지만 그 때만 해도 호텔에 대한 로망이 많던 때였는데 그 이후로 몇 번의 호텔 숙박 후 나는 어떤 호텔이든 방에 대해서도, 밥에 대해서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이제는 아예 사전에 방은 몇 제곱미터인지 알아서 평수 확인하고 가는 그런 차가운 여자가 되었다. 외국 사람들은 시설보다는 그 호텔이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나 배경, 분위기를 좋아한다는데 평소 한국인의 여러 모습에 가끔 회의적일 때도 있던 나로서는 그 호텔에서 내가 정말 한국인이 맞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다.

 

이거라도 안 봤으면 평생 후회할 뻔한 트레비 분수. 내가 간 후 1년 뒤엔 공사를 해서 못 보는 일이 생겼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떤지.

 

 

 

지금까지 갔던 곳에 대한 평가 - 유럽편을 마치며

 

가보고 싶었던 곳을 은근히 꽤 가 보게 된 것 같다. 다시 갈 곳도 몇 곳 있지만, 혹시 이뤄질 것 같아서 가고 싶은 곳 써 놓으려고 한다. 런던, 더블린, 상트페테르부르크, 베니스, 프라하 이제 이 정도 가면 유럽은 가 보고 싶었던 곳은 다 가는 것 같다. 근데 이 곳들은 런던 빼고는 확실히 일로는 못 가고 내 돈 주고 시간 많이 내서 가야 할 것 같다는 것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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