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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 6점
정철상 지음/라이온북스




 이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자기계발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 전에는 좋아했었다. 예전에 자기계발서에 대해 깨달았던 바를 쓴 글에서는 자기계발서의 근본적인 내용은 같다는 것이라는 게 주내용이었는데 어쩌면 내가 전에 쓴 글 마저도 자기계발서에 대한 회의감을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자기계발서를 보고 나면 얻는 것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생각지 못했던 작은 팁이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난 항상 자기계발서를 읽은 뒤에 무언가를 얻었다기 보다 허무함만이 남은 느낌이었다.(이건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어보면 느끼게 된다.) '내가 나아갈 길에 좀 더 가까워지고 있어!'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이 방법이 확실해서 그 무언가가 이루어진다고 하면 그 다음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 건지 의심이 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한 가지 생각과 마주하게 된다. 열심히 달려가는 내 외적인 모습과는 별개로, 내 자신은 텅 비었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대외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의외로 성공 후에 내적으로 심리적 후폭풍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성공을 하고 나서야 자신을 살펴볼 기회가 생기고 그제서야 자신이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인 듯 하다. 성공이 중요한 듯 보이지만 자신이 채워져 있지 않으면 그 성공도 오히려 인생의 짐이 될 수 있다. 요즘 CEO들에게 인문학 바람이 분 것도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 듯 싶다. 원래 인간은 모든 것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역시 나의 고쳐지지 않는 문제 중 하나지만 책에 대해 말하기 전에 서론이 길었다. 내가 이렇게 길게 얘기한 것은 일반적인 자기계발서보다 이 책이 더 나은 가르침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성공을 하면, 혹은 성공을 하기에 좋은 일련의 조건만 맞추고 나면 그것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자기계발서가 인기있는 이유는 아마 그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성공은 의외로 그 모든 것을 대변하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성적이 좋다고 모두가 윤택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고, 성적이 나쁘다고 윤택한 삶을 살지 못한다고 가정할 수 없는 이유다. 성공은 삶의 단편일 뿐이다.

 이 책은 그 단편을 쫓아가는 데 열심인 청춘들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하는데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사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본래 존재했던 이야기들이다. 프로이트, 융, MBTI 같은 것들은 조금만 관심있는 이들이었더라면 쉽게 접해봤을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러한 개념들을 청춘들의 고민을 푸는 장치로 가져오려고 했다는 데에 이 책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귀가 얇은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이트나 융이 저명하다고 해서 과도하게 그 이론에 신뢰를 가지거나 혹은 저명하지 않다고 해서 무시하는 건 좋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중론으로 굳어진 정설이라고 할 지라도 모든 것의 해답이 될 수는 없으며 무언가를 무조건적으로 신봉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 나온 몇몇 이론에 대해서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단순히 몇 줄로 끝나는 것 같아도 그 안에 수많은 복합체로 이루어진 '삶'이라는 바다를항해하는데 돕는 미풍이라도 될 수 있다면 참고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게요, 저도 저를 모르겠습니다. 출처 : 알라딘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는 선량한 독자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대놓고 속보이는 몇몇 책들보다 적어도 이 책은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진심을 가지고 있다. 그 면에 대해서는 높이 사고 싶지만, 사실 이 책은 그리 심도있는 책은 아니며 역시 궁극적인 답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은 못 된다. 다만 어정쩡한 자기계발서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보내고 있는 '청춘'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더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내가 이 책에서 공감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게다가 배우자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 직장이나 사회적 관계에서도 필을 외치는 젊은이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사람에 대한 기대감도 높고, 누구에게나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실없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싶어서다. 또한 그 필이 통하는지 보려고 마음의 문을 잠시 열었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곧장 닫아버리니 들어갈 틈이 없다.

(중략)

 아주 키도 크고 잘 생기고 집안도 좋은 한 남자가 있었다. 따라다니는 여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과 맞는 완벽한 여자를 만나고 싶었다. 완벽한 여자를 만나기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하고 고향을 떠났다. 그렇게 간절한 소원 덕분인지 그토록 찾던 완벽한 여인을 만났다. 하지만 그녀와 맺어지진 못했다. 그녀도 완벽한 남자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 난 개인적으로 '필'은 아니었는데, 오히려 필요 이상을 상대에게 원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성하는 계기이자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내용을 책에서 발견한 느낌이랄까. 흔히 상대방에게 필요 이상의 것을 무조건적으로 바라는데, 사실 부모자식 간에도 그런 관계는 전체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것이다. 타인에게만 무엇인가를 바라는 건 이기심의 발현이니 일단 나를 잘 살피고 노력하는 게 중요한 듯.




 실수하지 않으려는 완벽주의 기질 뒤에 열등한 면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르시시즘도 숨어있다. 집 밖에서는 허허 웃으며 상담하다가 집에 들어오면 권위주의적으로 굴 때도 있다.

(중략)

 나는 내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가치를 일정 부분 삶에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덜렁대는 듯 외향적이면서도 내적 에너지를 비축해 외로움을 견디며 홀로 사색하는 내향적 굳건함도 갖추고 있다. 폭넓은 시각의 다양성과 관점의 포용성도 있다. 무엇보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인간미가 넘친다.

 너무 잘난 척했나? 사실 이런 나에 대해서 뽐내고 싶기도 하다. 누구나 못난 부분이 있는가 하면 잘난 부분이 있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 이 부분 보고 순간 말 그대로 '레알'이 돋았다. '나만 이런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척이나 부끄러워졌다. 내가 이런 글을 써서 언제 책을 냈던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음, 생각해보면 난 아직 잘날만한 게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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