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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세상일지 모르는, 진실밖에 모르는 세상이 배경이다. '당신 정말 못 생겼네요'라든가, '너랑 있는 게 정말 짜증난다'는 둥 이런 말을 해도 그것이 독설이 아닌 진심인, 진실이 만연한 세상이다. 얼핏보면, 주인공에게 퍼부어대는 말들만 듣고 있자면 어설프고 보잘 것 없는 주인공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다들 사이먼 코웰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우리는 사실 거짓말을 좋아한다

 영화 속에서 남에게 상처되는 말을 천진난만하고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내가 예전부터 가졌던 한 가지 생각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일 수록 훌륭한 거짓말쟁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들을 볼 기회가 있었다. 대개 그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지나치게 솔직하다는 것이었다. 남들이 다 하지 않는 말을 그들은 한다. 그럴수록 그 솔직함이 객관적인 선을 넘어 주관적인 속 불편한 평가를 품게 되면 그것에 대한 피드백으로 또 다시 타인에게서 상처를 받고, 그런 악순환이 반복 되면서 계속 사회라는 커다란 울타리에서 벗어난 섬처럼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거짓말을 참 잘한다. 꼭 아부를 하거나 마음에 없는 말을 해서가 아니다. 싫다고 해도 그 마음을 숨긴다. 그 마음은 누군가를 상처주지 않고 싶어하는 선의의 마음에서 출발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듣고 싶어하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안 좋은 얘기 듣기 싫어서 그러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으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신이 상처받기 싫어서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나는 위와 같은 이유로 겉으로 보기에 훌륭한 페르소나를 가진 사람일 수록, 실제 내면과의 간극이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의 마법을 바란다

 이 영화에서는 진실만이 가능한 세상은 상상을 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한 세상이라 불행한 것처럼 보이지만, 난 이렇게 살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모두가 자신의 잘못을 고백할 것이고, 단지 피하거나 참았던 말들도 어쩔 수 없이 다 털어놓는 세상이 온다면 처음에는 혼란스럽겠지만 더 긍정적인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거짓말로는 진실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진실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진실에 부딪치지 않으면 항상 표면에 둥둥 떠서 깊은 곳에는 닿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거짓말을 수 없이 한다고 해도 한 가지만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이란 것이 한없이 어리석어서 깃털보다 가벼운 것에도 모두를 빼앗기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성적으로는 설득되는 모든 것을 경험한다고 해도 쉽게 움직이지는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시쳇말로 환장하게 되는 데는 마음이 도대체 왜 이러는지 그 이유를 나 조차도 파악할 수가 없어서 허덕대는 것도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거짓말이 아닌 바로 진실 덕분이었다. 만약 내일부터 진실만을 말하게 된다면 적어도 내일부터 모두가 사랑하기 쉬워지지 않을까? 아무리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대고 몰래 숨기려고 해도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게 될 테고, 나쁜 사람 되기 싫어서 희망고문하는 일도 줄어들거고,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나 안 좋아하나 맘 졸일 필요 없이 바로바로 알 수 있을 게 아닌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사실 세상에서 제일은 아닌데, 그래도 내 눈에는 당신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따위의 말을 저절로 하게 될 테니 말이다. 솔직해져서 지금보다는 더 가식없는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실 덕분에 사랑한다니, 사랑은 호르몬의 장난일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보면 코웃음을 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호르몬으로 어느 정도 착각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호르몬만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에는 특정 호르몬이 관여하는 거라고들 말하지만 사실 그 호르몬들 사랑할 때만 작용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몸에 다 있는 것들이다. 단지 평소보다 그 작용이 과해지는 것 뿐이다. 모든 게 그렇게 A는 B라는 공식으로 풀어지는 것이라면 왜 우리가 삶을 힘들게 살겠는가? 쉽게 살지.



진실한 사랑은 좋지만, 아쉬운 영화

 내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착한 미녀는 결국 착한 추남을 사랑하게 된대요'식의(여기에서 추남이고 미남이고 간에 결국 미녀를 좋아한다는 게 걸린다. 왜 이 반대는 안 되는 건가!) 결말이라는 것과, 진실을 대하는 가벼운 자세는 환영하지만 해피 엔딩을 핑계로 끝마무리가 제대로 잘 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미녀가 추남을 사랑하는 것은 가능한데 미남은 추녀를 사랑하는 것은 통상 이루어지지 않는가 말이다. 흑흑.



 그렇지만 사랑에 있어 진심이 가지는 가치가 무엇인지, 이 세상에 대한 즐거운 가정을 해볼 수 있어서 그렇게 영 미간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었다. 아, 모두가 이 영화속 주인공들처럼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려면 진실만을 말하는 세상이 아닌 바에야 진실을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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