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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이 세상에 믿을 건 없다라고 말하는 이 시대에 그 반대의 내용으로 맞서는 영화가 있다. 바로 '골든 슬럼버'다. 오히려 이 영화는 주인공이 아무 잘못도 없이 '살인자'로 몰리는 상황에서 그 상황을 오직 주인공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으로 헤쳐나간다.

 

바보같지만 제일 중요한 이름, 믿음

 모두가 살인자로 생각하는 아오야기를 그 주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계속 돕는 이유는 사실 그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믿는 것 하나 뿐이다. 그를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쨌든 간에 그가 분명 살인자가 분명하다는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 영상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서 그를 단순하리만큼 그는 살인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을 믿는다.

 그래서 골든 슬럼버는 새롭다. 주로 이런 상황에서 보통 영화들은 갑자기 주인공이 제이슨 본 같은 인물에 빙의해서 믿을 만하다도 생각했던 사람들을 철저하게 의심하게 되고, 그 상황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상황에서 느끼는 스릴을 관객들에게 주입시키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방식으로 풀기 마련이다. 그것이 영화 러닝타임을 지배하는 중심 상황이며 관객들의 관심은 오직 주인공이 이 위험천만한 상황을 주인공이 얼마나 영리하게 빠져나갈까에 맞춰진다.

 그러나 골든 슬럼버는 그 뻔한 상황을 아오야기라는 일반적인 사람에게 맞추고, 대개 의심해야 할 사람들 모두가 그를 보호하려는 조금은 낯선 상황으로 바꾸어놓았다. 영악스러울 정도로 가슴을 쓰러내리게 하는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골든 슬럼버는 실망스런 영화가 될 수도 있다. 골든 슬럼버는 추격전을 벗어나는 주인공을 보여주기 보다 우리가 그 전에 잊고 있었던 한 가지 가치를 모두에게 상기시킨다. 바로 믿음이다.

 내가 만약 아오야기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내 주변 사람들의 믿음을 얻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단연코 부정적이다.

'그렇게 안 봤는데, 설마….'

 이런 정도의 안타까움은 받을 수 있을 지 몰라도, 내가 과거에 했었던 모든 것이 그 초점에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맞추어질 때마다 내 주변 사람들의 나에 대한 믿음이 튼튼하게 버텨줄 지에는 큰 의문이 있다.

 골든 슬럼버가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이 아오야기에 대한 믿음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며, 그 사실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오야기가 보통 사람이긴 하지만 진짜 나같은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 영화는 시작 5분만에 끝났을 지도 모를 일이다.

 

믿음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와 따뜻한 추억의 뒤섞임


 아오야기는 실체조차 파악이 불가한 어떤 세력에 의해서 살인자로 몰리게 되었지만 아오야기는 케네디 살인범인 오스월드처럼 된 것이라는 것만 알뿐 자기를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 파헤치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다만 위험한 상황에서 빠져 나가기에만 바쁘다.

 내가 보기엔 이 영화가 권력을 가진 위험 집단에 의해 서민이 얼마나 짓밟힐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 같다는 것이다. 단지 이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그 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말하려는 것 같다. 이 영화가 소설 원작의 영화라지만 소설도 이런 주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참 덤덤하면서도 마음에 남는 그들의 비틀즈에 대한 멘트.


 그리고 그 상황에서도 촘촘하게 우리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에 대해서도 풀어놓는다. 그렇게 항상 아름다운 건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웠을 젊었을 때의 추억과 함께 이 영화는 묘한 향수와 함께 자꾸 보는 사람들에게 과연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인지, 잊고 있는 게 없느냐고 질문하는 것만 같다. 이 영화와 동명인 그 비틀즈의 노래처럼 이 영화는 끝날 때도 그 노래처럼 그렇게 애잔하다. 어쩌면 사이도 안 좋은데 헤어질 때 까지도 노래가 좋았다던 비틀즈처럼 이 영화는 사람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최고의 결말은 아닐 지라도, 가슴이 이렇게 따뜻해지는 추격전은 처음인 것 같다. 정말 짧고도 따뜻한 한 때의 꿈, 그것이 바로 내가 영화 골든 슬럼버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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