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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팀 버튼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모두가 팀 버튼을 좋아하진 않는다. 아마도 그의 허무맹랑함이나 환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의 그런 모습 때문에 팀 버튼을 좋아한다.

 그런 모습 때문에 팀 버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빅 피쉬가 별로였다고 말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답지 않게 갈 수록 진지하고 갈 수록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 팀 버튼은 항상 동화를 담아냈다. 아니면 진지한 것들을 비트는 것을 좋아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원작과 다르게 끝에서 가족애를 표현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것은 가벼웠고, 기본적으로 그의 영화에서 모든 표현이 거의 대부분 냉소적이었다. 냉소적이지 않았다고 해도 그렇게 뜨겁고 따뜻한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는 환상적인 이야기 자체가 허구다. 믿고 싶기도 하고 재밌는 이야기이지만 허구인 것을 가정하고 시작한다. 물론 알고보니 모든 것이 거짓은 아니지만 그저 믿고 싶은 이야기 일 뿐이다.

 마지막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그를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된다. 믿고 싶은 이야기와 별로 보잘것 없는 사실 중에 우리는 어떤 것을 택하는가?

 '무슨 소리야, 진실이지.'

 라고 답한다면 나도 별로 할 말이 없지만, 예를 들어보자. "너는 이제 자라서 그저 그런 사람이 되서 엄청 고생하다가 결혼 해서 아이를 낳고 더 고생하고 늙어서는 노후대책이 없어서 쩔쩔맨다"라는 어쩌면 대부분이 해당하는 문장과, "네가 노력만 한다면 네가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고 살아갈 수록 너는 결국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치자.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사실이 어떤 것인지 안다고 해서 그것을 택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기대감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 있다고 해도 더 나은 현실을 믿지 더 나쁜 현실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현실을 믿는다면, 결국 무언가가 일어나기도 전에 우울증이 먼저 온다.

 이 영화가 재미있었던 것은 매우 로맨틱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이며, 또 환상을 놓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무미 건조하고 어떻게 보면 진실했던 아버지와 아들간의 대화가 팀 버튼 답지 않게 꼭 오스카상 받은 영화처럼 진지했다. 팀 버튼이 과장되지 않고 나중에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모두가 진실을 거부하고 허상을 믿어서는 안 된다. 그래도 삶에 있어 환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우리가 계속 살아갈 결심을 하는 것은 현실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사실,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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