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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닌자'의 뒷 이야기에 대해 집중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닌자가 하는 행동에 대한 원초적인 관심을 담은 영화다. 스토리보다는 애초에 닌자가 휘두르는 칼에 어떻게 사람들이 죽는가를 담으려고 애쓴 것 같다.

 스토리로 승부를 보고자 했다면 왜 라이조가 자신의 조직을 배신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심도깊은 묘사가 필요했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캐릭터가 너무나도 강하기에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쫓기는 캐릭터가 더 돋보이려면 쫓는 자 또한 강했어야 하는데, 쫓는 캐릭터들이 주연에 비해 비중이 조금 떨어져서 그런 느낌이 든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영화는 그래서 아무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건 이 캐릭터가 어떻게 하게 되었는가 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더 집중한 것 같다. 만약에 다른 나머지 부분까지 완성된 느낌을 주었다면 박스 오피스나 세간의 평가는 매우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영화의 내러티브가 아니라 영상을 위해서 단지 캐릭터에 설정을 하지 않았나 싶게 영상이 주를 이룬다. 영상을 표현하자면 마치 B급 정서를 고급스럽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영화가 처음부터 컬트적으로 가거나 아니라면 아주 더 강렬한 느낌을 주거나 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그렇지만 모두가 인정한 것처럼 영화의 완성도는 차지하고 비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고, 차기작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제임스 맥티그와 워쇼스키 형제가 비를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라이조라는 캐릭터를 헐리웃에서 맡을만한 배우가 없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라이조라는 캐릭터는 이연걸이나 기존의 동양 배우들과는 차별성을 가졌어야 했을 것 같다. 서구적인 체형이어야 했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도 나왔던 릭 윤 같은 기존의 배우들 보다는 좀 더 동양적인 선이 더해진 사람이어야 했고, 또한 그 액션신을 모두 소화할만한 만큼의 끈기를 가진 배우가 없었기에 비가 선택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아직 모자란 게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헐리웃 주연으로서 첫 발걸음이었기에 좋은 평가를 받기에 별 모자람은 없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의외로 라이조의 아역으로 나온 이준의 연기도 매우 섬세했다.

 제임스 맥티그가 다음 엑스맨 시리즈를 감독하는 것 같던데 혹시 비가 최초의 엑스맨 동양인 캐릭터로 나오지 않을까 그냥 상상의 나래를 한 번 펼쳐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는 약간 심심하긴 해도 그렇다고 지루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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