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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 윌 헌팅은 정말 좋아했는데. 그리고 재밌었는데. 그런데 구스 반 산트 이 감독은 파인딩 포레스터도 그렇고 영화가 조금 지루한 면이 좀 있지 않나 싶다. 아니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내가 본 영화들에서 말하자면 그렇다. 세세한 인간 묘사 같은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예전같으면 이누도 잇신 영화라든지 EBS 세계의 명화에서 나오는 가까이 다가가기엔 너무 먼, 평범하지 않은 영화만 나오면 '굿굿굿'을 외쳤을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평론가들에게 평가되는 좋은 영화, 좋은 음악이라 하는 경우 '지루함'도 서비스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때가 묻어가는지 어떤 건지 단순하게 '좋다'라고 말하는데 약간 힘이 든다.

 물론 밀크가 그렇게 좋은 영화가 아니다라는 그런 말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 글을 쓰는데 있어서 그리 객관적인 관점만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이 영화에 얽힌 내 감정이 다른 영화보다 더 많아서인 것 같다. 일단 나는 15세에 배신당했다는 느낌이 든다. 애정신 하나 없는 '강철의 연금술사'도 피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19세'인 대한민국에서 이 영화는 왜 15세일까. 19세로 하기엔 조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니면 이 영화에 별 관심이 없어서 15세로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를 일이다. 물론 이 영화를 나 혼자 봤다면 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15세를 믿고 우리 '어머니'와 같이 갔기에 이 영화를 끝까지 보는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알고보니 미국에서는 'R'등급으로 제한(17세 미만은 부모나 성인 보호자 동반 요망)이라는데 그래서 이걸 보고 대충 그리 한 건지도.

 이 영화는 하비 밀크의 성장기 등은 과감하게 들어내고, 40살이 된 하비 밀크의 또 다른 시작을 쫓아간다. 하비 밀크는 동성애자가 차별을 받는데서 좌절하지 않고 그 자신이 동성애자로서 힘을 발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한 줄로 표현하기는 쉽다. 그렇지만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계속 끊임없이 옮겨 행동하는 과정을 보면서 아직도 피하기를 더 좋아하는 내가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타 브라이언트의 말을 보며, 불과 몇십년전에는 지극히 현실이었음을 생각하면 너무나 무서웠다.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고정관념, 편견 등에 사로잡힌다. 이성적으로 말은 하더라도 행동은 다르게 할 수 있다. 나도 아닌 척, 고상한 척 하려해도 알게 모르게 편견으로 사람을 대하는 때가 얼마나 많은가 가끔씩은 반성하곤 한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변해도, 이상하게도 잘못된 것을 알아도 깊이 박힌 고정관념들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틀리다고 해도 믿지 않거나 개의치 않기도 한다. 사람들은 사실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알고 있는 것, 알고 싶어하는 것, 현실이야 어떻든 간에 그렇게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는 '동성애'가 그런 문제였지만 나도 무의식적으로 다른 문제에 대해 그렇게 행동하고 있을지 모르겠고, 현실에서는 동성애가 아닌 다른 이유로 수많은 하비 밀크가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믿는 진실 때문에 서로 미워하고 적으로 살고 있는 걸 생각해보면 마음이 아프다.

 사람은 영웅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은 영웅을 죽일 수도 있다. 하비 밀크도 사람들이 그를 만들었고, 결국 아이러니하게 사람이 그의 목숨을 거두었다. 열정적이고 솔직했던 하비 밀크의 삶. 그의 삶은 영화에서 나왔던 그의 생일파티 같았다.

 그렇지만 그의 삶을 숀 펜이 연기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과연 현재의 '밀크'가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실제 하비 밀크와 외모를 매우 비슷하게 보이게 했다. 숀펜은 거의 연기꾼인 것 같다. 사생활이야 어쨌든 간에 그는 원래 그랬다는 듯이 그 인물로 보인다. 아카데미 상을 몇 번 탄 것이 당연한 것만 같이 그는 모두를 사로잡는다.

 또한 실제 인물들을 사실감있게 연기한 다른 배우들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메마른 사막같았을 것이다. 이 영화의 생동감은 배우들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외로 조연들이 대부분 유명한 영화들에서 한 번씩 얼굴을 비친 사람들인데 이럴 때마다 나는 항상 인터넷을 검색해서야 알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배우들도 본래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스파이더맨에서 나왔던 제임스 프랑코, 터미널에서 나왔던 디에고 루나, 스피드 레이서의 에밀 허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특히 에밀 허쉬는 정말 알아보기 힘들었다. ^^;;

 내가 처음에 투덜투덜 댔던 것은 아무래도 이 영화가 단순한 재미를 위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재미가 없더라도, 외면하고 싶더라도 꼭 봐야 하는 것이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내 생애 최고의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평가를 좀 덜하는 것일 뿐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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