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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1 - 10점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살림


 유명한 원작이 있는 영화는 항상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다. 반지의 제왕 같이 원작을 잘 살리는 경우에는 득이 되지만, 원작이 너무 잘 알려진 경우 독자들의 기대감을 실현시키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반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책으로서의 '시간 여행자의 아내'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호흡이 느린 책이다. 물론 좋은 말로는 호흡이 느린 것이지만, 좀 좋지 않게 말하면 지루할 수도 있는 책이다. 왜 그런가 하면, 초반에는 뛰어난 소설적 설정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지만 스토리가 진행 될 수록 캐릭터를 잘 나타내기 위해서 억지로 에피소드를 구겨넣은 듯한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또 모든 장면을 세세하게 묘사했기 때문에 초반 이후로는 흐름이 느린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또한 시간 여행자의 아내가 가지는 매력이다. 그 과정에서 클레어와 헨리의 관계가 가지는 특별함에 대해 당위성과 더 깊은 여운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면 해피엔딩도, 배드엔딩도 아닌 결말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동화적이고 천편인률적인 요즘의 보편적인 사랑이 아니라 사랑에 대해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사랑에 대해 다시 정의를 해준 것 같은 느낌이다. 헨리와 클레어의 사랑은 다분히 맹목적이고 때론 무모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지 않고서는 그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너무 달콤한 것도, 너무 슬프지도 않은 사랑 이야기를 바란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영화로서의 '시간 여행자의 아내'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원작보다도 더 지루하다. 결코 원작에 성공적이지 않은 것이 맞다. 영화는 책의 내용을 충실하게 잘 따라가는 듯 하다가 갑자기 히어로즈의 히로 나카무라라도 데리고 온 듯 내용이 갑자기 툭툭 튀어나온다. 영화라는 매체 특성상 결코 적지 않은 내용의 원작을 다 보여줄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캐릭터와 스토리를 확실히 이해시키지 않고 부연설명없이 무조건적으로 진행한 것 같은 느낌이다. 관객입장에서 보면 불친절한 영화다. 때로는 내가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이해되지 않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보단 TV시리즈에 더 맞았을 지도.


 결국 승부는

 책이 영화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책으로만 보기보다 영화로 보면 책으로 상상했던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니만큼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여길 건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레이첼 맥아담스의 경우 소설에서 나오는 클레어와 매우 흡사한 모습이라 상상만 했던 모습을 더욱 실현시켜 주기에 영화를 너무 평가절하 하는 건 비약일 수도 있겠다. 결국은 둘 다 보는 게 좋겠지만 영화를 더 즐기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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