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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스릴러물이나 추리물은 대개 여러 과정을 지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해결되는지를 보는 것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대개의 추리물은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는다. 주인공과 함께 누가 범인인지를 찾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의자 X의 헌신은 이러한 법칙을 뒤집고 너무나 쉽게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범인을 처음부터 보여준다. 대개의 범인들은 주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범행을 저지르지만 용의자 X의 헌신 속의 범인은 물론 결과적으로는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 과정이 마치 정당방위라도 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이미 답은 뻔히 있는데 한 사람은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한 사람은 처음에는 관심이 없다가 사건을 파헤치려 한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것이다.

 파헤칠 수록 결말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범행의 범인을 알아내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곧바로 좋은 결말로 이어진다. 그러나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리하는 과정 자체가 아니라 헌신이 영화의 축이다.

 처음에 물리학자인 유카와 교수는 형사인 우츠미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설명하려고 한다. 그는 비이성적이고 추상적인 설명이 아닌 이성적인 설명으로 사랑을 '이해'시키려고 한다. 그런데 영화 후반부에서 사랑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랑이란 애초에 이성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구조적인 독특함도 있지만 치밀하고 완벽한 두뇌게임만 바라고 이 영화를 본다면 별로 흥미를 주지 못할 것 같다. 그렇지만 그 너머에 있는 그의 헌신 때문에 이 영화는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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