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자기 앞의 생 - 10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문학동네


 아주 오랫만에 다시 읽은 책이다. 아마 이 책을 고 1때인가 고 2때인가 읽었을 것이다. 어쩌다가 그냥 책장에 보니 이 책이 있다는 것이 문득 기억이 났다. 어떻게 우리는 정말 기억할 것만 같은 많은 사실들도 이렇게 쉽게 잊어버리는지. 하밀 할아버지가 더 이상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것이 더 슬픈 것은 그것이 슬프지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에서 그럴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맞이한 자기 앞의 생은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어떻게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는데도 이런 느낌이 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아직 바보 같게도 그 때 다짐했던 파울로 코엘료의 책들과 로맹 가리가 쓴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같은 책을 아직도 읽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이 다가왔다.

 14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생각이 깊은 모모가 말해주는 이야기는 너무나 진실하고 멋지다. 이건 멋진 표현으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멋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멋있다는 말이다. 만약에 나도 멋진 소설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소설이 아니라 에밀 아자르의 이 소설 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 물론 하루키의 것도 멋지지만 나는 가면 갈 수록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멋진 표현을 연구하는 것보다는 진실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말이다.

 어째서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동일인이라는 것이 밝혀진 오늘에도 에밀 아자르가 지었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에밀 아자르를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고 싶은 것일까.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