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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별로 적을 게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리해보니 문화생활(문화생활이라 쓰고 거의 대부분 뮤지컬이라 읽는다)을 3분기에 꽤나 했던 것 같다. 그래서 4분기에는 아무래도 은행 잔고로 인해 아무래도 좀 이보다 횟수가 줄어지거나 뮤지컬보다는 전시회를 가거나 아님 영화관으로 보러 갈 것 같다.



20160714 노트르담 드 파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마이클 리-홍광호의 환상의 조합. 이걸 누가 마다하지 않으리오. 나는 누가 뭐래도 꼭 봐야만 했다. 10년 좋아했던 조승우를 기다리던 때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더 이상 유튜브에서 말고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기뻤다. 솔직히 누군가가 미련하게 계속 한 명을 좋아하고, 또 여자가 남자 하나만 바라보고 기다리고 이런 내용 자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곡들이 필요 이상으로 멋진데다 마이클 리가 '대성당들의 시대'를 부르고 홍광호가 에스메랄다 하나밖에 모르는 콰지모도라는데 나는 좌석을 뭘로 할까만 고민했을 뿐 예매를 바로 해버렸다.


블루스퀘어 자체가 공연을 보기에 별로 적합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데다 재정상태를 고려하여 3층에 예매를 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일지 고민이 많았다. 물론 내가 몽골 사람처럼 전방 500미터 밖에서도 '아하 저 사람의 아이라인이 비뚤어졌구만' 할 정도로 시력이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감상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블루스퀘어의 경우 1층, 2층, 3층이 구조가 서로 다 복잡하게 되어 있어서 입장 하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2층도 불편하지만 3층의 경우 특별히 불편하고, 혹시 몸이 불편하시거나 노인이신 분들은 엘리베이터 등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3층 가서 보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긴 하지만 내가 멀리에서 보아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안무나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인지 힘들어서 댄서들과 앙상블들이 지친 것처럼 보였던 기억이 나고 3층이기에 한계는 있었겠지만 고려해도 음향이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그 모든 것은 배우들의 호연으로 묻혔다. 신부이며 악역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핫했던 최민철과, 완급 조절의 신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윤공주, 역할에서 요구하지도 않는 귀여움까지 장착한 마이클 리, 그리고 말로만 대단하다 들어왔던 홍광호는 마지막 곡인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에서 블루스퀘어 지붕이 뚫려버릴 것 같은 엄청난 성량을 보여줬고 감독들은 그 곡이 끝나고 나서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고 커튼 콜이 끝날 때까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아직도 마지막 곡의 여운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20160802 스위니토드

샤롯데씨어터



사실 스위니 토드는 그리 볼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극 내용이 매우 어둡고 난해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8월에는 위키드 관람을 계획 중이었기 때문에 예산상 월 1회 뮤지컬 관람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일단 스위니 토드는 제쳐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여름 휴가와 겹쳐서 어디 먼 곳으로 가는 대신 스위니 토드를 보게 됐다. 해보니 어디 멀리 가는 것보다 차라리 그 돈으로 뮤지컬을 몇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일단 이전 초연에서 들었던 난해하다는 평과 달리 이번 재연에서는 스토리가 이해하기 쉽고 매우 명확했다. 그리고 배우들도 상당히 베테랑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어려운 극을 잘 받쳐준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손드하임, 손드하임 하나 했더니 손드하임은 곡만으로 극 흐름을 표현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곡이 죄다 불협화음인 것 같은데 오히려 그 안에서 정교한 짜임새가 느껴지는 특이한 곡들이 많다. 그래서 뮤지컬로 들었을 때 말고는 음원을 찾아서 듣지는 않게 되는 것 같다. 이 스위니 토드의 곡들은 특히 라이브 연주와 함께 들어야 그 느낌을 제대로 알 수 있지 녹음한 것으로는 매력이 덜 드러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양준모의 경우 일단 캐릭터가 자신의 면도칼로 살인을 하는 캐릭터인 만큼, 전체적인 모습이 캐릭터에 잘 부합되었고, 부성애와 분노로 인한 광기 등을 제대로 잘 부합시켜 표출해냈다. 그리고 러빗 부인인 전미도와의 케미도 아주 적절했던 것 같다. 러빗 부인이 좀 더 사랑스럽게 보이게 해주는 느낌이었달까. 


솔직히 전미도의 러빗 부인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말을 쓸 수가 없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트집 잡을 것이 별로 없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 팬이 될 정도였다. 그 외에 다른 배우들도 다 호연이었지만 자기관리의 신으로 보이는 서영주와 장래가 촉망되는 김성철도 인상에 남았다. 


무엇보다 스위니 토드의 앙상블은 여태까지 내가 본 뮤지컬 들의 앙상블 중 가장 잘 해냈던 것 같다. 일단 극 자체가 앙상블이 이끌어가는 비중이 높고, 다른 뮤지컬은 주로 댄스에 집중되는데 노래도 그렇고 연기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런데 앙상블의 집중력이 상당히 높아서 더욱 극에 몰입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


잔인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동시에 음악이 매력적인 뮤지컬이라 재미있게 본 건 틀림이 없으나 다시 삼연을하게 된다고 하면 또 볼 지는 그건 잘 모르겠다.


 

20160818 위키드

예술의 전당



 

사실 위키드 옆에 느낌표를 엄청 많이 찍고 싶다. 위키드는 내가 무엇이든 조승우가 나오는 뮤지컬 다음으로 가장 보고 싶어하던 뮤지컬이었다. 다행이 몇 년 전부터 우리 나라에서 하기 시작했고, 기대가 컸다.


그래서 초반 부분에는 솔직히 약간 실망을 했다. 원래 극을 시작하면 극 시작부터 관객들을 실제에서 벗어난 것처럼 홀리게 할 정도로 강한 몰입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진 않았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약간 실망하던 찰나, 박혜나의 '마법사와 나'가 시작되면서 나의 실망감은 반전되었다.


지금 위키드를 더욱 좋아하게 된 건 극을 끝까지 다 보고 내가 생각했던 위키드보다 실제의 위키드가 달랐지만 그 다름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여러 번 작품을 했던 박혜나와 정선아의 연기가 참 좋았다. 여러 번 뮤지컬을 보았지만 이 뮤지컬을 보고 나서 다시 처음 뮤지컬을 봤을 때 처럼 마음이 두근거렸던 것 같다. 



20160910 킹키부츠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이 뮤지컬은 정말 거의 고민 없이 그냥 재밌는 걸 보고 싶어서 골랐는데 재미 그 이상이 있는 작품이라 깜짝 놀랐다. 다만 약간 오히려 큰 극장 보다는 작은 극장에서 하는 게 더 재미있어 보이는 뮤지컬이란 걸 제외하고 말이다.


2층에서 보긴 했지만 내가 갔던 블루스퀘어가 맞나 싶게 음향 상태가 괜찮았고 편곡도 세련되고 신나게 잘 됐다. 무엇보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엔젤들이 참 적절하게 캐스팅 되었던 것 같다. 


일단 킹키부츠의 주요 인물 자체가 우리 나라에서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드랙퀸'을 다루고 있는 만큼 그저 희화화하고 끝내는 작품은 아닐까 걱정됐는데 그보다 우리와 다른 사람에 대해서 '그대로 받아 들이고', 지친 사람에게는 꿈을 꾸게 하는 그런 멋진 뮤지컬이라서 마음에 남는다. 


강홍석은 정말 얄밉게 노래를 잘 부르는 것 같다. Land of Lola같은 노래에서 폭발하는 듯이 부르다가도, 곡의 강약을 아주 알맞게 조절할 줄 아는 것 같다. 오히려 파워 면에서는 오리지널 캐스팅 OST보다 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이지훈은 베테랑답게 극을 잘 이끌고 나갔고, 중간에 찰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이 작품에서 놀란 건 김지우의 호연이었다. 이 작품이 담고있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가 편견을 버리자는 것일텐데, 나도 몰랐는데 나도 김지우에게 어느 정도의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한창 후에 로렌이 김지우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능수능란하게 로렌이란 캐릭터를 잘 보여줬고, 노래도 안정적이다 못해 뛰어났다.


이 작품은 곡도 좋지만 작품을 둘러싼 분위기가 계속 밝고 힘차기 때문에 또 누가 한다고 해도 흥겨운 걸 좋아하는 우리네 심성에 맞게 잘 될 것 같다. 다만 나중에는 꼭 1층에서 봐서 엔젤들이 런웨이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봐야겠단 다짐을 하고 있다.



20160917 꿈을 그린 화가, 호안 미로 특별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호안 미로는 솔직히 잘 모르다가 이전에 스페인에 갔다가 이런 작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름대로 미술관련해서 책도 몇 권 읽고 케이블에 ART TV인가 영국 아저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간혹 보고 그러는데 왜 이전에는 몰랐는지 잘 모르겠다.


저렇게 좋아보이는 인상과는 다르게 이 분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술가의 고집과 예민함을 많이 지니셨다고 한다. 역시 사람 좋은 걸로는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작품을 만들기는 힘든 것 같다. 일단 작품을 보고나면 재미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내 조카가 그려도 이것보단 잘 그리겠다'하는 느낌이 얼핏 나기도 한다. 특이한 건 유화에서 느껴지는 두텁고 강렬한 느낌 보다는 가벼운 느낌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여백이 많아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작품을 봐달라고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몇몇 작가의 경우 자녀와 관람하기가 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호안 미로의 작품이야 말로 부모님과 자녀가 같이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도슨트 진행을 하면 열심히 듣는 편인데, 도슨트 진행 중에 어떤 초등학생이 눈에 띄었다. 그 친구는 호안 미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미친 사람인 것 같아요!'라고 솔직히 말했으며, 여러 어른들은 생각하느라 바쁜 와중에 필터링 없이 바로바로 생각을 말했는데 오랫만에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계속 어린 아이 같이 살 수는 없겠지만 정말 무언가에 솔직해 지는 것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보통 미술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 시대로 이어주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건데, 이번에는 오히려 현실이나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던 독특한 경험이었다.



마치며


7월을 제외하고 보고 싶었던 작품들의 러시로 월 2회 이상 문화생활로 재정상태가 그리 좋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아마도 일단 10월의 문화생활은 건너 뛰고, 11월, 12월에 진행할 것 같다. 11월과 12월에는 몬테크리스토와 아이다가 있기 때문에, 아마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은 두 개 모두를 보게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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