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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3월엔 재정을 위해(...) 그냥 쉬었고 4월엔 바쁜데다 출장까지 있었던 터라, 5월에 들어서야 문화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작을 뮤지컬 '빨래'로 하게 되었다는 것을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20160527 빨래

동양예술극장 1관



솔직히 뮤지컬 몇 편 봤다는 사람치고 빨래를 모른다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이나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처음에 나는 오히려 그렇게 큰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거의 상시공연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뭔가 안달복달하지 않아도 언제나 만날 수 있는 동네친구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오히려 나는 봐야지, 봐야지 되뇌이기만 하고 직접 보러가지는 않고 있었다.


무려 11년이나 된 공연이라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지금까지는 뮤지컬을 중극장 이상 뮤지컬만 봤었는데, 과연 그걸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못된 마음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는 빨래를 보고나서 그런 생각을 모두 없애버리게 됐다. 이건 정말 다른 종류의 감동이란 걸 알게 된 것이다. 원래 내용도 좀 쓰고 연기가 개별도 어땠는지도 써야 하지만 내용도 워낙 알려진 내용이고, 연기도 모두 다 잘 하기 때문에 쓸 필요도 없는 것 같다. 다만 애정을 담아 주인할매 역의 조민정 및 솔롱고 역의 노희찬은 칭찬하고 싶다. 노희찬의 경우는 연기도 좋지만, 연기보다는 노래가 매우 뛰어났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호흡, 공감이 십분 가는 내용들, 신나고도 아름다운 노래, 그리고 놀랍도록 신경 쓴 디테일까지, '빨래'는 삶에 지친 모든 사람들에게 건네는 피로회복제같은 느낌이다. 내색하지 않을 뿐 모두가 저렇게 지쳐있구나, 모르던 사람에게 마저 나도 위로를 건네고 싶게 만들고 모두가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고 자각하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 바로, 빨래다.


솔직히 고민만 많이 했지 다른 작품들 같은 경우는 다시 볼 것이라는 결정조차 쉽사리 하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빨래를 보고 분명한 것은 나는 이 작품을 한 번만 보는 것으로 남기진 않을 것이란 거다. 무려 100번 정도는 봐줘야 마니아라고 불릴 수 있는 공연이라니, 동네 할머니가 아무렇지 않게 나눠 주시던 뻥튀기처럼 질리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작품이다.



20160625 위아더나잇 그대처럼 선명한 것

웨스트브릿지




저번에 민트페스타를 가서 여러 뮤지션들의 공연을 봤지만, 결국 아이팟으로 자주 듣게 된 곡들은 위아더나잇의 곡들이었다. 야광토끼는 레코딩 된 곡이 더 듣기가 좋다는 걸 인정했다는데, 미안하지만, 위아더나잇도 레코딩이 더 듣기가 좋은 것 같다고 느꼈었다. 그렇지만 이 잘생긴 사람들은 아무래도 조금만 있으면 곧 또 제2의 누군가로 칭송받으며 멀어질 일이 얼마 남지 않은 것만 같아서, 공연에 가자는 지인의 제안을 덥썩 받아 들여버렸다. 무려 어마무시하게도 스탠딩 공연이었으나, 아마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을 것만 같고 저번에 들어보니 그렇게 힘들 정도로 신나서 힘 뺄 정도는 아니겠구나 하는 작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기 전에 사실은 좀 걱정을 했다. 공연 내용이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공연 장소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보니 무려 스탠딩 공연인데 계속 티켓이 매진되지 않고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갔는데 짠내나는 상황이 생기는 건 아니냐며 걱정을 하고 들어갔는데 다행히 걱정할 정도는 아닐 정도의 인원들이 있어 역시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렸구나 했다.


오프닝은 오곤과 램지가 장식했고, 첫 등장을 은근한 정성을 들여 '짜잔'하고 나타나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그 동안 나보다 적어도 세 살 이상은 어린 걸로 알고 알고 있었는데, 중간에 영국에 공연을 하면서 부랴부랴 찍었다는 영상들에서 성룡 영화에 보면 나오는 엔딩신처럼 발바닥을 서로 마주치게 공중으로 뛰어대고 하는 게 어쩐지 아재 감성이 느껴져서 의아했다. 이 후기를 쓰는 오늘에야 이 분들이 나하고 동갑이거나 혹은 한 살 많거나 한다는 걸 알았다.


나보다 어린 지 알고 공연 후기의 테마는 '미숙한 세련됨' 뭐 이런 식으로 잡아 가려고 했었는데, 30대에는 어느 정도 찌든 감성이 나도 모르게 나오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는 걸 보면 아직도 마음 속에 소년을 둔 채로 작업들을 하고 있나 싶다. 왜냐하면 노래 노래마다 30대라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무언가 순수한 모습이나, 어색하면서도 멋있어 보이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해서 어찌보면 약간의 허세라고 볼 수도 있는, 우리가 평소 '청춘'이라고 지칭하는 것의 한복판에서 뽑아낸 것 같은 곡들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뭔가 나에게는 향수로 느껴지는 것들. 무언가 편견을 담고 싶진 않지만 아마 이래서 30대 여자와 30대 남자의 차이 같은 글들이 흔하게 나오나 싶기도 하고.


민트페스타에서 보고 솔직히 그다지 큰 기대는 하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 이상이었고 돈이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민트페스타에서는 여러 팀이 나오다 보니 아마 세팅을 제대로 맞춰서는 못한 것 같은데 제대로 세팅을 해서 사운드가 참 괜찮았다. 조명도 곡에 맞춰 참 괜찮았고, 무엇보다 곡마다 나오는 배경 영상들도 음악에 잘 맞추어서 이전 윈도우 배경화면스럽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고 조화로웠던 것 같다. 무려 장소도 웨스트브릿지가 상상마당보다 더 깔끔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별, 불, 밤', '열기구'도 따라 부르고, 이건 뭔가 싶었지만 갈수록 무언가 중독성이 심한 지라 수능 금지곡으로 해야 할 것 같은 티라미수 케익도 그렇고, 무엇보다 신곡으로 곧 발표될 거라는 Brother가 너무 좋았던 터라 나오자 마자 아이팟에 넣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려 마지막에 가면 갈 수록 뭔가 락 스러운 곡들을 많이 배치 해서 멤버들이 뛰도록 권고까지 했으나, 역시 나는 기력상 뛸 기운까진 없었다.


무려 곡뿐만 아니라 중간에 토크까지 감행했는데, 역시 토크에서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런 단독 콘서트의 경우 실제 웃겨서가 아니라 팬심으로 웃어줘야 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드러머 김보람이 MC를 참 잘 봐서, 나중에 라스에 나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건 콜라보하고 싶은 뮤지션을 우리가 아는 그 '지용이'로 꼽은 함필립의 대답이었다. 김보람의 설현도 나쁘진 않았지만 '지용이'가 이미 나온 터라 밀리는 감이 없지 않았다.


보통 이런 그룹(?!)의 공연에 가면 여초가 심한데 웬일인지 멤버 다섯 명이 모두 남자인데 남자 지인들만 온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남자들이 오히려 더 많았던 것 같다. (멤버 1인 당 남자 10명만 데리고 와도 50명은 될 테니...) 이러한 관객의 성비 마저도 꽤 마음에 들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스탠딩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운전하는 사람은 멀미를 하지 않는데 같이 가는 사람은 멀미 한다고. 아마 본인들은 나하고 동갑이라고 해도 계속 서서 음악에 심취해 연주를 하니 별 문제 없었겠지만 이제 나는 서른 하고도 하나라서 옷은 내 마음대로 입는다고 쳐도 몸이 그렇게 많이 움직이지도 않고 서있기만 해도 참 힘들었던 것 같다. 두 시간 걷는 건 문제가 없는데 계속 서 있는 건 힘들어서 다음에 콘서트 할 때는 꼭 잘 돼서 앉아서 볼 수 있는 큰 공연장에서 했으면 좋겠다. 다음에 또 스탠딩한다고 하면 인스타 계정도 없는데 가입해서 그러지 말라고 댓글 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요새 뮤지컬을 좋아하는 건 아마 안락한 의자도 한 몫 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아마도 락페스티벌 같은 건 내 후대 자손들에게 적극 권장해야 할 일이지 나는 참여하면 안 되겠다는 결심에 한 번 더 확신을 심어줬던 것 같다. 원래 내가 곡을 좋아하는데 편애가 상당히 심하지만 위아더나잇의 곡은 내가 보기에 객관적으로 봐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만한 구석이 상당히 많은 곡이기에, 아마 이런 조그만 스탠딩 공연은 앞으로는 나의 추억으로만 남지 않을까 싶다. 일단은 다음 공연 보단 신곡 Brother를 기다리고 있다.



마치며


지금은 무려 7월에 홍광호와 마이클 리 캐스팅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를 예매해 뒀다. 상반기 보다도 하반기에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공연(이라쓰고 뮤지컬이라 읽는다)이 참으로 많기 때문에 통장 잔고는 조금 흐리겠으나 마음만큼은 좀 넉넉해질 것 같다. 뮤지컬만 너무 보지 말고 공연이나 연극, 전시회를 가자고 다짐은 해놨는데 왜 자꾸 뮤지컬로 향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뮤지컬은 한 번 보고 나면 다른 걸 더 할 수가 없어서 그런 경향이 큰 것 같기도 하고. 거의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문화생활 하기를 잘 실천해 와서 앞으로도 한 달에 한 번씩 하고 또 이렇게 써 놓고 기억을 되살려 내곤 해야겠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8월에는 서울소울페스티벌이 있는데 Maxwell, Musiq souldchild 등 특히 꼬꼬마때 좋아했던 뮤지션들 총출동+크러쉬까지 나오는데 무려 티켓 가격이 1일권이 10만원을 넘는 지라 티켓 오픈은 했지만 예매는 하지 않았다. 아마 8월이 될 때까지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만 할 것 같은 조금 슬픈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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