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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다보면, 회의를 끊임없이 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 하게 되는 게 회의록 작성이다. 회의 10분 했는데도 회의록 쓰라고 하는 그런 분이 있다면 참 그렇지만, 내 경험상 정말 귀찮긴 하지만 대부분의 회의에서 회의록은 꼭 써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한 평생 그것만 한다는 보장도 없고, 만약에 한 평생을 한다고 해도 모두 잊어버리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귀찮은 일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업무이고 특히 회의는 중요한 업무 때문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의록을 쓸 때는 최대한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알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쓰면서도 보기 쉽도록 간결하게 (모순적인 것 같긴 하지만) 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회의록 작성의 잘못된 예


회사 선배와 회의를 같이 가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회의록을 쓰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고, 보통은 회의록 검토부터 시작한다. 회의록 검토는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다. 이것저것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적었다가, 다 쓰여진 회의록에 빠진 것 같은 내용 메모 몇 개 달면 끝나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이걸 직접 쓰면 그 때부터 말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회의가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고 하자.


A 팀장: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괜찮을까요?

B 교수: 음, 임상을 그 디자인으로 가지고 가면 이전에 허가기관에서 질의를 수도 없이 하고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 디자인 보다는 요새 대세를 따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네요.

A 팀장: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하면 될까요? 


이런 식으로 서로 사람끼리의 대화가 오고가는데 이걸 회의록으로 써야 하는 건데 난감하다. 아마 아래처럼 적으면 그만이지 왜 고민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A 팀장: 디자인 여부를 확인함

B 교수: 이전에 그 디자인으로 가지고 가면 허가기관에서 질의를 수도 없이 하고 힘들었음. 대세 따르는 게 적절할 것 같음

A 팀장: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하면 좋을 지 질문함


이렇게 적는 경우도 꽤 많이 봤는데, 문제는 이렇게 써놓으면 그 전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파악하려면 다시 회의록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다 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회의록도 나름 공식 문서이므로 날것의 표현은 자제하는 게 나중에 보기 편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쓰는 회의록은 속기록같은 역사적인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라, 업무를 위해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저런 속기록 스타일로 작성한 사람이 있을 때는 아무런 노력 없이 썼다고 생각해버리고는 한다. 그래서 보통은 회사마다 회의록 format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아래와 같은 순서로 적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회의록의 구성 및 방법


물론 나보다 회의록을 잘 쓰는 사람도 많을 것이지만 지금까지 회사 생활하면서 아래와 같이 쓰는 게 나중에 회의 내용을 확인할 때 가장 편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추천하는 것이다.


Agenda를 확인 후 작성

보통 회의를 할 때는 중요한 일 때문에 진행하기 때문에, 상호간 어떤 사항에 대해 논의할 것인지 Agenda를 확정하고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주제로 할 것인지 머릿속에 담아두고 회의록을 작성해야 제대로 초점을 맞춰서 작성할 수 있다. 대개 회의록 맨 앞에 Agenda를 써두고 시작한다. 만약에 Agenda가 없는 회의라고 해도 진행하다보면 중점이 되는 주제들이 있으므로 해당 사항을 정리하여 Agenda로 작성해 준다.


Agenda에 따라 회의 내용을 요약하고 구성하여 작성

Agenda가 보통 1. Introduction 2. Item 1 3. Item 2... 4. Close 이런 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본문 내용은 1. Introduction에 언급되었던 내용을 bullet point로 요약하여 작성해주고, Item 별로 언급된 내용을 작성해 주는 것이 좋다. 내가 왜 Agenda에 따라 회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면, 보통 사람이 얘기를 하다보면 A라는 주제 딱 하나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B, C 주제를 얘기하다가 또 A 주제를 얘기하고 그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기록 스타일로 시간 순서대로만 회의록을 작성하다보면 나중에 주제별로 내용을 총체적으로 확인하고 싶을 때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Item별로 기재를 모아서 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Action Item 작성

회의록에서 잊기가 쉬운게 그래서 어떤 것을 추후 더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가 확인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의만 열심히 해놓고 그 회의 이후부터는 업무를 추가적으로 진행했어야 하는데 진행이 안 되어서 서로 탓 하다가 부서간에 다툼이 일어나는 게 한 두번이 아니다. 따라서 회의가 진행된 후에 회의 내용에 말미암아 진행할 업무가 생기게 되면 그 업무들을 목록화 하고, 어떤 팀이 할 것인지, 그리고 언제까지 할 것인지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 회의 진행시에 하면 더욱 좋고, 시간 상 안 될 경우에는 추후 메일로 Action Item만 모아서 상호간 확인 후 진행하는 것이 사실 무엇보다 가장 증요하다.



유의 사항


이외에 회의록 작성시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Introduction 및 맺음말 등 형식상의 내용은 최소한으로 유지

특히 서로 처음 만나는 미팅에서는 서로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 소개가 길어질 때가 있다. 이걸 미련하게 다 쓸 필요는 없다. 어느 부서나 회사의 누구인지만 간략하게 써두면 된다. 아니면 회사 소개를 할 때도 있는데 실제 회의에서 중요한 내용이 아니면 필요하지 않은 내용을 몇 페이지고 다 쓸 필요는 없다. 한마디로, 중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회의를 그냥 생각없이 참여하지 말고 어떤 내용이 중요한 것인지 인지를 하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 당시에 몰랐던 내용들은 구글링을 통해 보충

상식이 많으신 분들이 착각하기 쉬운 게 본인이 아는 얘기를 듣는 사람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얘기를 듣다보면 내가 회의록을 쓰기는 했는데 이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특히 모르는 학회의 약자라거나, 모르는 저명한 교수라거나, 아니면 모르는 업무인데 처음 들어보는 영어 단어라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다행히도 구글은 모르는 것이 없다. 확인 하고 나서 얘기가 정말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구글에서 찾아보고 모자라는 내용은 채워서 회의록에 기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찾아본 내용과 맞지 않다고 하면 같이 간 선배 등에게 질문을 하거나 해서 내용을 제대로 기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봐도 이해가 가도록 쓰기 (약어 등)


상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도, 업무를 하는 사람이 착각하기 쉬운 게 '동종 업계 사람들은 이 쯤 써줘도 모르는 게 없겠지'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임상시험 쪽이 공통된 약어를 많이 쓰긴 하지만 팀별로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약어를 쓰는 경우도 엄청 많다. 또 회의록을 실무자가 아닌 사람들이 보게 될 때, 모두 알 수 있도록 별도로 풀어서 써주거나, 용어에 대해 간략히 설명이나 혹은 배경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임상시험은 이직이 많다. 나 아닌 누군가 2-3년 후에 본다고 하더라도 내용이 이해가 가도록 신경써서 기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솔직히 나 아닌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예전에 쓴 걸 봐도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으므로,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물론, 정말 누가 봐도 이해가 가게 썼는데 특정한 사람들만 이해를 못하는 슬픈 경우가 있으면 그건 어쩔 수 없다.


  • 녹음하지 말고 그 때 그 때 끝내기

회의록을 나 혼자 쓴다는 것에 대해서 겁을 무지막지하게 먹은 나머지 녹음해서 쓰는 경우도 꽤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역사적인 목적이 아니라 업무적인 목적으로 회의를 한다. 일단 녹음을 해서 쓰면 안 좋은 게 녹음이 잘 안 될 수가 있다. 주변에서 겪은 얘기를 하는 것이니까 참고하기 바란다. 녹음본만 믿고 회의할 때는 멍 때리고 있다가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냐는 팀장님 말씀에 역시 멍 때리면 평가가 그리 좋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녹음이 잘 되었다 하더라도 문제가 뭐냐하면 회의 끝나고 나서 바로 회의록부터 찾는 높은 분들도 있는데 그 때부터 당장 써야 하기 때문에 일단 마음이 쫓긴다. 그리고 녹음된 것을 듣고 쓴다고 해도 바로 줄줄 써지지도 않는다. 


바로 찾지 않는다고 해도 일단 회의란 게 하고 나면 일거리가 생긴다. 일거리 확인하느라 바쁜데 회의록 쓰는 건 또 잊게 된다. 나중에 회의록을 써야할 때가 왔을 때는 기억이 안나고 무려 회의 후부터 계속 확인했어야 하는데 업무 확인 안 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멘붕이 오기 마련이다.


이래도 이해하기가 힘들면 예전에 선생님 수업 녹음해놓고 밀린 노트를 예쁘게 정리하자고 생각했다가 결국에는 예쁘게 정리도 안 되고 그냥 영영 미뤄버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회의가 끝날 때까지 회의록의 90% 혹은 95% 정도는 내용 뿐만 아니라 format까지 정리해서 완성해 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업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회사에서 간혹가다 보면 format 정리가 꼬여서 그것만 하루 종일-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PPT를 깎고, 워드를 깎고 그런 쓸데없는 고퀄리티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그건 정말 못할 일이지만, 회의록이라는 것이 말했든 역사적이진 않아도 업무적으로 계속 활용되기 때문에, 내가 봐도 나중에 잘 파악이 되도록 예쁘게 정리를 들여쓰기라든가 항목 순서도 잘 정리하고, 한글 단어 잘리지 않도록 하고, 표로 잘 정리하고 이런 게 은근히 중요하다. 사실 내 블로그에는 회사에서 쓰는 것만큼은 집중하기 싫어서 이렇게 길게 줄줄 쓰는 것이고, 회의록 정리할 때나 문서쓸 때는 이렇게 쓰지 않는다. :)



마치며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말해줬는데도 회의록 쓰기를 시작도 못하겠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회의록은 잘 썼다고 칭찬받고 그러긴 힘들다. 다만 회사 생활을 꽤 했는데도 못 쓴다면 업무 능력에 의심을 받게하는 중요한 아이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회의록에 업무 이해를 바탕으로 얼마나 회의를 잘 이해했는지, 문서 작성을 얼마나 잘 하는지, 중요 사항을 잘 파악했는지, 성실하게 참여했는지가 검토하는 사람이 보기에 바로 알아차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불어 내가 회의록 보고 업무 잘 파악하고 잘 하려면 잘 쓰는 게 좋다. 그러니까 회의 끝나면 바로바로 보낼 수 있게 잘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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