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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직장생활백서 카테고리에 서론-입사 준비-신입사원-직장생활 순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작성했다. 이것 말고도 이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들도 있지만, 그건 직장생활을 몇 년 하고 난 사람들이 하는 것이니 물론 힘들기는 하지만 맨 처음에 신입으로 시작해서 자리 잡는 것에 대한 것보다는 더 수월 한 것 같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실무자 레벨에서만 작성했는데, 왜냐하면 내가 아직 관리자 단계로 가지도 못 했고 관리자 단계로 가면 어떤 왕도가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형태로 업무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자기 자신은 실무 능력이 없지만 관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끌고 가는 사람도 있고,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도 있는 등 스타일은 다르지만 성과는 동일하게 나올 수도 있다. 가는 길이 달라도 결국 같은 곳에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떤 업무를 하려면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기본'이다. 전문성이 전부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프리랜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모여서 근무를 하는 곳이라면 지식은 전체 업무의 일부에 불과하고,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


전공과 관계된 업무를 한다면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만 놀랍게도 사람은 자신의 전공이 아니었던 것도 할 수 있다. 그러려면 가지고 있어야 하는 면들이 있는데, 내 전공이 아닌데도 해야 하는 것라면 일의 전체적인 구조를 잘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지엽적인 사항이 아니라, 이 일로 시작해서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 한 가지 일에 변화를 줄 경우 어느 정도의 여파가 있는지 전체 일 들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상세 정보는 더딜지라도 전체적인 구조를 잘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일에 대해 너무 깊이 파고 들어간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전체적인 그림을 못 그리는 경우가 있다. 


실무자 단계에서는 전체적인 그림을 못 그려도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관리자 단계로 올라갈 수록 상세 정보보다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업무를 해낼 수 있다. 물론 꽤 높은 관리자인데도 실무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고 조직관리에도 뛰어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바로 부하 직원들이 같이 일하기 싫은 상사가 되는 것인데, 그런 경우라고 해도 상사가 된 사람들을 보면 운도 있지만 확실한 이유가 없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어쨌든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이유가 단 한 가지도 없는 사람이면 자의든 타의든 직장을 계속 못 다니게 된다.



요새 직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간관계


예전에 선배들이 가끔 처음에는 일을 못하는 것은 똑같고, 일을 조금 더 잘 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간다. 직장이라는 것은 대개 20대 이상이 되어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인성이나 인간관계 형성 기술이 이미 고착되어버린 상태에서 들어가기 때문에 인성이나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도 직장에 들어가서 '나중에' 발전시킬 수는 없는 사항이다.


인성이나 인간관계는 어렸을 때부터 장기적으로 체득하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나라에 있는 부모님들 중 일부는 만약 공부를 잘한다거나 그것이 아니더라도 뛰어난 능력이 있으면 어느 정도 버릇이 없어도 그냥 이해해 주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무시했던 것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인이 된다.


같은 능력을 가진 A와 B가 있는데 A는 성격이 어느 정도 무난하고 B는 성격이 괴팍하고 논의를 해봐도 전혀 안 통하는 사람이라고 가정하자. 그럴 경우 B같은 상사가 있다고 한다면 아랫 사람들도 얘기하는 것 자체를 피하기 때문에 건설적인 방법이 새로 나올 수가 없다. 또한 동일한 업무에서 A와 B 중 선택해야 한다면 A가 그다지 업무적으로 나은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A가 선택을 받는다. 왜냐하면 같이 일하기 상대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B가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B가 계속 직장생활을 해 나가려면, A보다 몇 배는 일을 잘 해내서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참을 수 있을 정도로 업무 성과가 매우 뛰어나야 한다. 인간관계가 좋으면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데, 경쟁력을 높이려면 매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적이 많기 때문에 능력이 좋아도 직장생활을 계속 못하게 될 가능성도 많다.


그래서 재수없게도 실제 업무는 정말 별로이지만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 욕은 먹지만 실제 업무는 다 잘 하는 사람보다 출세를 잘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단지 인간관계 때문에 업적이 모두 무시되는 상황은 나로서는 정말 싫어하는 상황이고 때로는 거의 처음 본 사람과 성토하듯이 말한 적도 있었지만 그런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곤 한다. 이전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내가 그걸 아직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됐다.


다만 인성이 좋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관계가 좋다는 것과 동일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좋다'는 말의 의미는 타인에게 배타심이 적고, 양보를 잘 해준다는 것인데, 그 정도에 따라 건강한 인간관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람 자체는 악의가 없으나 다른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서툴거나, 혹은 악의 없이 불쾌감을 계속 불러 일으키거나 하는 경우도 있고 너무 많이 양보만 하는 경우 한쪽에 치우친 인간관계인데, 그런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인간관계 형성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경우, 아무리 때묻은 어른들이라고 할 지라도 기본적인 마음도 없이 뻔히 이용을 위해서 열심으로 대하는 인간관계임을 알아차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예를 들면, 계속 이기적으로 행동하다가 갑자기 잘 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잘 해 주면서 생색내는 상황인 경우 진심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너그러운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혹은 관리 차원에서 였다는 생각이 들어 더 큰 상심을 하게 된다. 한 마디로, 계속 같이 생활하다보면 가식은 쉽게 들통나기 마련이다.


어렸을 때는 무조건 순수하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인간관계를 활용하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에 100% 순수한 관계는 사실상 있기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여러 관계들 중에, 서로에게 최소한의 필요성도 없는데 지속하는 인간관계는 없는 것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진심, 마음가짐은 이미 어렸을 때부터 형성되어 완성된 것이기 때문에 당장 바꾸기 힘들다. 따라서 직장생활에 큰 무리가 없으려면 인간관계를 잘 형성하지는 못해도 크게 문제는 되지 않게 생활해야 한다. 가끔 TV를 보면 인간관계의 달인 같은 사람들이 나온다. 한 번 만난 사람이었는데 생일을 기억하고 선물을 주었다든가, 모든 지인들의 대소사를 챙긴다든가, 항상 흐트러짐 없이 예의를 다해 대한다거나 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 중에는 대부분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요새같이 다 같이 별 차이 없는 상황에서는 그 정도 해야 성공을 할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정도로 꼭 무조건 따라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최고로 무언가를 해 낼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하고 최악을 피하면 되는 것 같다. 무언가 다들 대단한 규칙을 세우고 그것을 따라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부만 대단하게 되는 것이라 최악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나 생각한다.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었을 때 쉽게 착각하기 쉬운 것이 상대방만 잘못 했다거나, 아니면 나만 잘못 했다거나 책임을 한 편으로 몰아버리는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관계라는 것은 어느 한 쪽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 서로 책임의 정도가 다를 뿐이지 한쪽만 일방적으로 잘못한 관계는 실제 생활에서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당신이 만약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었고 그것 때문에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생각해보면 된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사항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도 생각해보고 상대방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생각을 곰곰히 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잘못한 사항은 나도 그렇게 하지 않도록 명심하고 내가 잘못한 사항에 대해서도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되새겨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에는 다들 그렇긴 하지만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그리고 그 사람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게 됐는지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자책감도 너무나 컸고 그만큼 억울함도 많았다. 시간이 지나보니 이제 그런 사항을 용서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고 내 잘못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인간관계란 것은 상부에서 말하는 대로 무조건 비유를 맞춰 '네네'라고 하는 것이거나, 양보만 하거나 그런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갈등이 없는 상황이 정말 행복한 것일 것 같지만, 갈등이 없으면 다양성이 없어진다. 갈등이 없다는 것은 한 쪽이 계속 알게 모르게 져주고만 있다는 것인데, 그런 인간관계는 결코 좋은 인간관계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인간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동등하게 존중해 주고 서로가 그만큼 동등하게 주장할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한 마디로 무조건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오히려 누군가의 의지로 100% 움직인다고 하면 오히려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받을 수도 있고, 발전도 없을 수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그렇게 높은 직책의 사람은 아닌만큼 자유롭지는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봤을 때 내가 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관계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대등한 존중과 대등한 책임을 묻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단지 지금 취직을 해야 해서, 혹은 직장에 적응하기 바빠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이들이 많을 수 있지만, 항상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큰 관점을 가지고 업무를 하려고 한다면 큰 향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모든 게 인간관계에 달려있다는 말이 식상하고도 시시껄렁하게 느껴질 지 모르지만, 직장생활도 인생 내에 있는 하나의 활동이니 만큼, 인생에서 크게 중요한 것이 바로 직장생활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간관계에 대해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좋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실용적인 차원에서 그다지 나쁘지 않게만 유지해도 회사생활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진심을 듬뿍 담아 대하는 것이 힘든 경우라면 사무적으로라도 신경써보도록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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