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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해외 출장을 10번 넘게 갔다 왔는데, 주변에서 해외 출장을 부러워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아마도 이것도 경험하지 못했을 때 근사하게 느껴지는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보통 상상하는 해외 출장과 현실이 어떻게 다른지, 해외 출장에서 과연 어떤 것들이 있기에 그런 것인지 자세히 써 보고자 한다. 


더불어 해외 출장을 이제 처음 가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떨고 있는 어린 양이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해외 출장을 많이 가 본 사람은 아마 이 글을 안 볼 것 같다는 미약한 확신에서 하는 말이다.


나는 제약 회사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작성할 내용은 모두 제약회사 기준으로 얘기하게 될 것이니 참고바란다.



해외 출장은 왜 가는가?

해외 출장은 다양한 목적으로 간다. 사실 파트에 따라 가는 목적이 다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데이터 리뷰 미팅(데이터를 lock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미팅), DSMB (Data Safety Monitoring Board, 데이터 안정성 모니터링 위원회) 개시 미팅, 연구자 미팅, KOL(Key opinion leader, 주로 현지 유명 교수)과의 자문 미팅, 허가기관 대응 등등의 목적으로 갔고 아주 드물고 운이 좋게 해외 교육을 갈 수도 있다.


임상 운영(Operation)을 하는 경우에는 현지 site를 monitoring하러 가거나, 현지 CRO를 monitoring 하거나 혹은 audit(점검) 미팅에 가기도 하고 허가 파트인 경우에는 주로 허가기관 대응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더불어 해외 파트너사와 업무적으로 직접 보고 정리해야 할 경우가 있어서 그런 경우도 꽤 많다.


또 제약회사에서 임상데이터를 가지고 논문을 만드는데 논문을 발표하는데 도움을 주러 같이 학회에 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슬라이드로 발표를 하느냐 포스터로 발표를 하느냐에 따라 업무량이 달라진다. 포스터는 한 번 뽑으면 더 이상 수정할 일이 없기 때문에 괜찮지만 슬라이드로 발표를 하면(...) 끊임없는 수정 어택으로 발표하는 그 순간까지 힘들어 질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종양 관련 경력이 거의 5년이었는데 종양관련 학회는 가지 못해서 그것 하나는 참으로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상상과 현실-도대체 왜 다른가?

사람들이 해외 출장을 부러워 하는 것은 막연하게 해외에 가서 일하는 것은 근사할 것일 거다, 혹은 내 돈 주고는 못가는데 회사 돈으로 외국에 가서 짬짬히 여행도 하고 그러니 좋겠다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그냥 해외출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한국에서 하는  고생을 외국에서 고생하는 것


일단 한국에서 고생을 하면 그래도 사무실이나 나름대로 익숙한 환경에서 고생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해외 출장을 가면 대부분 내가 태어나 처음 가본 곳으로 가는 데다가, 한국어도 아닌 환경에서 일을 한다. 게다가 임원도 물론 힘들겠지만 실무자로 가게 된다면 그런 낯선 압박 속에서 업무의 압박까지 실제로 모두 받아내야 한다. 더불어, 한국에서의 시차로 인해 현지에 가서 한국과의 업무는 새벽에 일하고, 현지 업무는 또 낮에 일하고, 거의 잠도 못 자고 일 하는 경우도 많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그렇게 고생을 하다보면 '과연 나의 급여는 이만한 가치가 있는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눈물이 주르륵-흐르기도 한다.



실무적으로 힘든 점


이렇게 심각하게 말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그런 어린 백셩들을 위해, 더욱 더 자세히 기술해보고자 한다. 일단 사람은 내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환경으로 갑자기 옮겨가면 스트레스가 아주 높아진다. 그 스트레스가 아주 높아진 상태에서 일까지 하면 거의 대부분 내가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의 역치값을 넘기게 된다. 그래서 그냥 넘어갈만한 내용도 서로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한 마디로,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이상한 반응들도 곧 잘 나오게 된다. 그리고 더욱이 실무자의 경우는 어디다 예민하게 반응할 데도 없다;;


그래서 미팅 장소, 미팅 장소까지 교통편, 미팅에서 실제로 해야 할 일부터 시작해서 식당이라든가 여러 가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미리 알아 놓고 준비해 놓지 않으면 갑자기 변수가 터졌을 때 어찌해야 할 지 몰라 버둥버둥대게 되고 곧 이는 같이 간 상사분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어 워낙 큰 실수를 했을 경우에는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버둥버둥 대게 만든다.


그리고 일단 해외 출장이라는 건 대부분 외국인들과 업무를 하는 것이고 한국어가 아닌 영어가 되었든 어떤 언어든 외국어를 써야 한다. 원어민 수준이 아닌 이상 아무리 외국어를 잘한다고 해도 계속 그 언어를 써서 일을 하면 한국어로 해도 힘든데 힘이 두 배로 든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말을 끊임없이 내 머릿속의 번역기로 돌려야 하고, 한국어보다 집중해서 들어야 하고, 안 좋은 상황일 때는 외국어로 거의 싸우다시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다가 현지에서 준비하지 않은 일이 터져 추가로 일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마음속에 활화산이 치솟게 된다. 그래서 나는 열 번 넘게 해외 출장을 갔으나 편하게 다녀온 적이 거의 없다. 해외 출장을 열 번 넘게 갔는데도 갈 때면 제아무리 준비를 열심히 했더라도 마음이 항상 떨린다. 우리 나라에서도 그렇지만 해외에서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편하게 다녀온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일을 해야 하는 것이고, 해외출장=해외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해외출장=해외에서 한국보다 열일해서  고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해외출장=해외에서 노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같이 해외 출장을 같이 간 경우는 정말 고생 of 고생의 길이 열린다. 


그래서 혹시 첫 해외 출장으로 마음이 들떠있는 꼬꼬마 어린 양들의 경우는 정말 정신 제대로 차리길 바란다. 꼬꼬마 어린 양들이 그런 생각으로 대충 해외 출장을 가면 고생도 아닌 '지옥'이 열린다.



업무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


그래서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그나마 조금 안심할 수 있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Agenda


대개 Agenda라고 말하는데 미팅에서 어떤 것을 논의할지를 정해 놓은 것이다. Agenda의 별도 뜻도 있지만 Agenda는 거의 일정표와 같은 형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정말 아무렇게나 만든 예다.


09:00-09:30 Welcome comment

09:30-10:30 Introduction

10:30-12:00 Q & A

12:00-13:30 Lunch


만약에 CRO(수탁업체)와 진행하기로 했거나 혹은 CRO가 주체일 때는 보통 미팅을 할 예정이면 알아서 CRO가 전달해 주는 게 정상이지만, 사람이나 경우에 따라 정신을 못 차리는 경우가 있으니 안 오면 요청을 해야 한다. 미리 Agenda를 확인하는 이유는 Agenda를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미팅에서 계획도 없이 논의를 하는 것이고, Agenda를 미리 검토하는 것을 통해서 어떤 것을 논의할 지 미리 확인해서 정말 필요한 사항을 논의할 수 있게 미리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 업체에서는 A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하자. 그런데 Agenda를 확인도 하지 않고 일단 미팅에 갔는데 상대방 업체에서는 B만을 중심으로 Agenda를 짰다. 물론 그 자리에서 바로 A 주제를 얘기하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 업체들의 특징은 좋게말하면 철저하게 준비하고 나쁘게 말하면 임기응변이 안 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그럴 경우에는 이제 외국까지 나가서 비행기값 날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Agenda가 너무 기본 중에 기본이라, 정말 생초짜가 아니면, 안 챙겼을 경우 상사가 보기에 내가 안 챙긴 것이 아니라 실무자의 역량 부족으로 안 챙긴 것이라고 할 가능성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말 정말 최소한 미팅 1주일 전에는 서로 간의 협의가 완료된 Agenda가 있어야 한다. 물론, 미팅에서 딱 한 가지만 말한다든가 1시간 이내로 한다든가 할 때는 굳이 안 챙겨도 되는 경우도 있다.



업무 체크리스트, 질문 리스트 준비


업무 별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준비해가면 매우 좋다. 내가 아무리 일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미리 어떤 일을 할 지 정리해서 간 다음에 차례로 하지 않으면 내가 위에 말한 대로 외국에 가서는 여러 가지 안 그래도 힘든 점이 많기 마련이라 무엇인가를 빼먹기가 쉽상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 미팅을 준비하는 거라면, 미팅 장소 앞에 안내 표지판이 쓰여 있는지 여부, 참석자 이름표, 마이크 상태, 식사 준비,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기자재 준비, 선물 준비 등등을 list를 만들어서 체크해가면서 하는 것이 좋다. 


뭐 이런 것까지 다 하느냐고 묻는다면, 아까도 말했든 외국에 가면 극도의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변수는 다 조정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KOL 미팅인데 다 아는 사이면 모를까 서로 모르는 사람이 앉아있는데 이름표가 없다고 해보자. 그럼 미팅 분위기가 더 서먹서먹 할 것이다. 기자재 준비가 잘 안 되면 프레젠테이션을 막상 해야 되는데 화면이 안 나오거나 그런 불상사가 생긴다.


너무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 또한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 부분까지는 최대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 KOL 미팅을 하거나 혹은 파트너사라도 질의할 사항이 상당히 많은 경우에는 질의 리스트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질의 리스트를 미팅 하기 전에 보내 놓으면 더욱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우리 나라는 질문에 대해서 상당히 가볍게 생각하지만, 되도록이면 질문은 잘 작성해야 한다. 오히려 외국 사람들일 수록 개방형 질문이 아니라 주입식에서 봄직한 객관식으로 질문하는 것이 더 좋다. 예를 들어 '본 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가 아니라 "본 건에 대해서 A, B, C중 어떤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묻는 것이다. 질문에서 원하는 바를 잘 잡아 낼 수 있도록 질문도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KOL에게 질문할 때는 질의에 대한 background나 이유 등을 자세히 제시하고 예상되는 응답에 reference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KOL에게서도 양질의 대답을 구할 수 있다. 그 외에 Monitoring을 간다고 하면 어떤 것을 검토할 것인지 리스트를 만들어서 세세히 체크해야 정확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노트북

노트북을 안 가져가고 아이패드라든가 그런 미니기기들을 챙겨도 괜찮을 수 있겠지만 그건 상급자의 얘기고, 실무자의 얘기는 달라진다. 아무리 자료를 미리 아이패드에 다 넣어간다고 해도, 주로 VPN 서비스(회사밖에서도 회사 공유 폴더를 확인하게 해준다거나 함)를 이용해서 회사 폴더에서 갑자기 새로 찾아야 할 경우가 아주 많은데, 아직 아이패드나 갤럭시패드 같은 것들은 VPN 같은 건 잘 안 된다. 그리고 아무리 자판이 있어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노트북을 하나 가져가는 게 좋다. 보안이 철저한 회사들은 회사 관련 프로그램은 다른 노트북을 못쓰고 회사용 노트북만 써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 노트북이나 쓸 수 있다면 그냥 가벼운 거 하나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노트북이 두고 쓸 때는 큰 것이 좋지만 외국이나 돌아다녀야 할 때는 다녀본 결과 그냥 가벼운 게 최고 좋은 것 같다.


노트북은 대개 캐리어에 넣고 수하물로 부쳤다가 파손되면 보상이 안 되기 때문에 참고 바란다. 특히 캐리어에 Fragile등 파손주의 그런 태그를 다는데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는 그런 태그를 잘 달아주지만 외국 항공사는 그런 태그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서 나는 그냥 항상 캐리어에 Fragile 태그를 달고 다니고 여태까지 노트북을 몇 회간 넣고 다녔지만 잘 넣었는지 아직 파손된 적이 없다;;;;;;;;



노트북에 필요 파일 미리 넣기: 슬라이드, Protocol, IB, 이전 질의 응답, 중요 논문, 허가 관련 문서, CSR 등등

제 아무리 VPN 같은 서비스를 써서 국외에서도 국내처럼 공유폴더를 잘 볼 수 있다지만 그건 국내고 국외는 사정이 다르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서 접속하는 것인데 하나 자주 잊는 것이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는 것이다. 국외는 뭐 하나 할려면 한국사람들은 속이 터져서 죽는다. 그래서 정말 갑자기 생긴 것 말고 나머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중요 문서는 미리 바탕화면에 폴더 하나 만들어서 다 받아 놓고 가는 것이 맘 편하다.


메일에 다 있으니까 받지 말고 그 때 그 때 찾아야겠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해외에서 미팅까지 해서 일 처리 할 정도의 사안이면 그렇게 메일 찾을 시간 마저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미팅에 따라 필요한 파일이 다 다르지만 주로 저 정도면 될 것 같다.



계약서

계약서는 다 필요한 건 아닌데 특히 연구자들이나 아니면 파트너사와 한다든가 미팅하는 김에 하는 경우가 있다. TV에서는 무언가 체결식하면 멋있게 만년필들고 서명하고 사진도 찍고 그런 모습으로만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런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헤어지기 전에 서명 빨리 하느라고 바쁘다. 서명이라는 게 주로 1부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2부를 하고 서명 페이지에 찾아서 해야 하는데 은근히 뭐랄까 귀찮은 작업이다. 


그래서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계약서에 서명할 곳을 포스트 잇으로 표시하고 서명할 내용까지 옆에 포스트잇으로 다 붙여서 서명만 하게 만드는 것이 답이다. 안 그러면 서명할 때 내용 잘 못 쓰는 사람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정말 정말 많다. 



이전 관련 보고서

우리 나라의 문제점이자 장점이 보고서에 살고 보고서에 죽는다는 것이다. 물론 보고서만을 위해서 업무를 추가적으로 하는 건 정말 문제이지만, 보고서라는 것의 목적이 어려운 사항을 최대한 간단하고 보기 좋게 정리해서 널리 이롭게 한다는 것인만큼, 두고두고 볼 수 있게 명확하게 잘 쓴 보고서라면 이전에 문제집에 보면 개념만 쏙쏙 모아놓은 별첨 정리집처럼 회의 전에 한 번 보면 꽤 도움이 된다. 그대신 그럴 정도라면 보고서를 이중 삼중으로 출처도 맞는지 확인은 된 보고여야 한다.



회의록 format

원래 CRO와 진행을 하면 CRO가 회의록을 쓰는 것이 맞다. 그런데 회의록을 써 보면 알겠지만 업무에 익숙해 진다고 해도 상당히 쓰기 귀찮은 게 회의록이다. 외국인이라고 해도 개념있는 친구들 같은 경우는 말하지 않아도 '내가 회의록은 써서 몇 날 몇 일에 줄게'라고 얘기하지만 얘기 안 하면 미팅하는 동안 멍때리고 있다가 그냥 지나가는 그런 친구들이 있다. 그래서 당연한 건데도 깜빡하고 있다가 회의 끝나고 '나중에 회의록 주겠니?'라고 얘기하면 벙찐 표정을 짓는 친구들이 있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회의를 시작할 때 회의록을 주라고 미리 얘기해 놓는 게 좋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회의를 열심히 듣고 회의록을 제대로 쓸 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일부 성격 급한 상부 인원의 경우는 CRO가 쓴 회의록을 받기도 전에 현장에서 회의록 전달하라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라면 회사에서 쓰는 회의록 format을 미리 준비해 가서 바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냥 회의록도 못 쓸 판인데 영어로 대화가 오고 갔던 걸 회의록으로 쓴다는 게 후덜덜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회의록을 잘 쓰지 않고 녹음을 해 뒀다가 나중에 쓰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다가 내 주위에 녹음만 믿고 그냥 한국까지 왔는데 녹음이 제대로 잘 안 돼서 기억도 안 나고 쓰지도 못하는 그런 경우를 봤으니 되도록 그 자리에서 되도록 80-90% 이상 누구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써놓고 나중에는 조금만 다듬을 생각으로 쓰는 게 좋다. 그게 안 된다고 해도 예쁘지 않더라도 일단 내용은 거기서 다 적을 생각을 해야 한다. 나름대로 회의록에 대한 생각이 있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그건 나중에 따로 분리하고자 한다. 



현지 멤버 연락처

물론 메일 서명에 주로 연락처가 다 있지만 말했다 시피 급하게 연락할 때는 힘들기 때문에 연락처도 미리 정리해서 가는 것이 좋다. CRO 담당자라거나, 호텔 안에서 미팅을 할 거라면 호텔 미팅 담당자나 케이터링 담당자 등 필요한 사람 연락처나 주소는 미리 알아 가는 것이 좋다.



여정 관련 요소들


일단 일이 먼저이지만 해외 출장이라는 건 동선이 크기 때문에 관련해서 여정을 잘 준비해야 미팅을 잘 준비 할 수 있다. 일도 중요하지만 여정 관련해서 준비가 잘 안 되면 미팅 하기도 전에 망칠 수가 있기 때문에, 정말 정말 잘 준비해야 한다.



일정표 준비

일정이라는 것이 상당히 출장자 중심적인 것이라 상급자와 가느냐, 어떤한 상급자와 가느냐, 몇 명이 가느냐, 몇 팀이 가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지긴 한다. 그렇지만 나처럼 융통성 없는 그런 친구들은 미리 일정표(루트)를 짜 가는 것이 좋다. 해외 출장은 그냥 놀러가는 것과는 다르다. 놀러가서도 일정이 있기 마련이지만 다른 일정으로 바꾸거나 취소가 되어도 아쉬울 뿐이지만 일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는 그래서 앞에 나왔던 Agenda처럼 미리 모든 것을 준비한다. 공항-호텔간 택시로 몇 분이 걸리는지, 식당은 숙박하는 곳 근처 중 맛있는 곳으로 하고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 호텔에서 미팅 장소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 등등. 그리고 구글맵에 호텔이나 미팅 장소 및 식당을 별표 해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한 그 나라에서 택시는 카드를 잘 받는지, 현금만 받는지, 공항세를 내야하는지, 특이 사항은 무엇인지 등등 알아야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할 수 있는데 공항세를 현금으로만 내야 하는데 하나도 환전을 안 했다든지, 갈 나라 날씨가 추운데 얇은 옷만 가지고 왔다든지 이렇게 되었는데 일과 엮이면 짜증이 더 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상사가 '그래서 우리 호텔 어디로 가면 돼?'라고 물었는데 '그러게요...'이렇게 대답할 것인가 말이다. 


특히 호텔의 경우는 호텔은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도 다 아는 워커힐호텔, 신라호텔 이런 데 아니면 다른 호텔은 잘 모르지 않는가. 특히 영어 안 쓰는 나라에 가면 제 아무리 영어를 만렙으로 해도 못 알아 듣는다. 그러니 호텔 바우처는 미리 뽑아서 택시 기사님에게 주소를 바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아직도 길치이기는 하지만 일정 내에 적절하게 그나마 이곳저곳 다닐 수 있게 루트를 짤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프린트 준비

나도 내가 혼자 여행 갈때는 그냥 핸드폰에 일정표나 e-ticket, 바우처 이런 거 넣어서 가고 별도로 뽑고 이런 것은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출장 갈 때는 A4짜리 클리어파일에 이런 걸 다 넣어서 간다. 아니어도 뽑아서 여권 지갑이 커서 거기에다 다 넣어서 간다. 여행자보험증서까지도 다 넣는다. 


그게 거의 다 출장은 상사와 같이 가는데 미리 뽑아서 준비해놓고 그 때 그 때 보여주면 될 걸 스마트폰에서 꿈지럭 거리면서 찾았는데 주소 확대도 잘 안 되고 택시 기사님이 스마트폰 잘못 눌러서 또 없어졌다 그러면서 주소하나 때문에 미직미직 대고 있으면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다가도 사람이 보고 있으면 없던 열이 난다.


그래서 출장을 갈 때는 뭐든 최대한 다 준비해서 가는 게 그냥 좋다.



항공 일정 준비

항공권을 최대한 미리 준비할 수록 좋다. 일정이 급하게 잡혔거나 마지막까지 미팅이 열릴지 안 열릴 지 알 수 없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지만, 항공권은 미리 예약할 수록 금액이 더 적게 들고 미리 해야 좌석 배정도 더 좋은 곳으로 미리 할 수 있다. 어떤 분은 아무리 창가 자리에 앉아도 비행기에 들어가면 기내식도 안 먹고 잠만 자기 때문에 아무데나 앉아도 상관 없다는 사람도 봤지만 되도록이면 10시간 이상 타는 거면 무조건 통로 자리에 앉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통로 바로 옆자리라고 하더라도 그래도 돌아다니거나 화장실 갈 때 불편하기 때문이다. 좌석 배정은 요새는 항공사마다 인터넷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 꼭 해야 한다. 외국항공사의 경우는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전화를 해서라도 좌석 배정을 미리 하는 것이 좋다. 여행사가 다 잘 해줘야 하지만 간혹가다 그런 것 신경 안 쓰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발권할 때 통로 자리인지 잘 확인해야 한다.

 

또 직항이라면 상관 없지만 환승을 하는 것이고 특히 유럽이라면 두 시간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개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는 12시 근처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시간대에 출발하면 왜 그런 지 모르겠지만 유럽으로 갈 때는 중국 영공(?!)을 지나야 하는데 그 때는 중국에서 항로가 혼잡하다며 붙잡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행기 탄 지가 한 시간인데 무려 인천에서도 출발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한 시간 반으로 환승 시간을 잡으면 유럽에 도착하면 30분만에 환승을 해야 하는 어마무시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30분이면 길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련되고 화려하며 편리한 환경을 자랑하는 우리의 인천국제공항과는 달리 외국 공항들은 터미널 사이의 거리가 멀어 버스나 지하철(...)같이 생긴 이동수단으로 한창을 움직여야 하는 경우도 많고 게이트도 복잡하다. 그런데다가 가면 보안검색대도 다시 통과하고, 입출국 도장도 찍어야 하는데 비행기는 출발 시간 보다 20분은 먼저 탑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놓칠 가능성이 많다.


재수 없으면 1시간 남았어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시간 정도 남았을 때는 내리기 전 승무원에게 미리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전에 같이 가는 멤버들이 어느 곳에 앉았는지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비행기는 실명으로 예약하긴 하지만 자리를 서로 바꿔 앉기도 하고 해서 사람이 많으면 승무원이 파악을 하기가 힘들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하니 빨리 가야 되면 미리 잘 알아 두자. 미리 도움을 요청하면 조금 더 빨리 나갈 수 있도록 내리기 한 20분 전 정도에 비즈니스석에 앉게 해 주고, 또 항공사 직원의 도움을 받아 보안검색대 등도 fast track으로 가게해서 최대한 비행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준다.


내가 이렇게 압박적으로 서술한 이유는, 실제로 비행기를 이런 식으로 놓쳐서 거의 열 명이 되는 사람들이 거의 청바지나 트레이닝복을 입고(...) 미팅을 진행한 흑역사가 있어서다. 



기내용 캐리어 준비

앞에 기술한 문제 때문에,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등으로 직항편으로 갈 때는 문제가 없지만 외항사 중에서도 수하물 문제로 문제가 많은(...) 일부 항공사 편으로 움직일 때에는 직항으로 가도 문제가 있을 수가 있다. 왜냐하면 정말 그런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비행기 연착으로 환승이 30분 남았는데 운이 좋아 어찌저찌 환승은 되었다고 해도 수하물이 30분 안에 다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우리의 빨리빨리 정신과는 달리 외국에서는 우리가 보기에는 최선을 안 하는 것처럼 일을 한다. 


그래서 장기 출장일 경우에는 기내용 캐리어와 수하물 전용 캐리어를 따로 준비하거나, 아니면 기내용 캐리어에 될 수 있는 한 다 넣어서 가는 것이 가장 좋다. 그것도 귀찮으면 배낭을 하나 준비해서 최소한의 세면도구하고 정장 한 벌 정도는 가져 가든가 말이다. 나처럼 청바지 입고 미팅하게 되는 불상사를 막고 싶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수하물 분실도 있지만 수하물이 연계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대한항공에서 에어베를린으로 이동한다고 하자. 연계가 되면 대한항공에서 수하물을 부쳐도 에어베를린에서 내릴 때도 수하물을 찾을 수 있다. 연계가 안 되면 대한항공에서 도착한 첫 장소에서 수하물을 찾아서 다시 수속하고 수하물을 부쳐야 한다. 외국 항공사들은 거의다 키오스크 기계로 체크인하거나 그런 시스템이 없는 경우가 많고 카운터를 통해 항상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수하물이 연계가 되거나 하려면 연결편이 같은 항공 동맹에 있는지를 봐야 한다. 주요한 항공동맹에는 대한항공의 스카이팀, 아시아나의 스타얼라이언스, 원월드 등이 있는데 유럽 쪽은 아쉽게도 대한항공이 속해있는 스카이팀보다는 스타얼라이언스가 더 괜찮은 것(...) 같다. 같은 항공 동맹이면 이것저것 잘 해결이 되지만 아니면 해결이 잘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 미국에 직항도 많지만 직항이 없는 곳도 많다는 점이다. 유럽은 예를 들어 독일에 가려면 이탈리아를 거친다던가 다른 나라를 거쳐서 들어가는데 미국은 미국에 들어가는 순간 '국내'이기 때문에 일단 들어서면 '국내선'이라 무조건 수하물을 다시 찾아서 넣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국도 직항 아니면 그냥 되도록 기내용 캐리어를 추천한다.


더불여 짐이 연계되었다고 해놓고 중간에 갑자기 수하물이 나왔는데 안 찾아서(...) 분실되는 경우도 있고 하니 baggage tag을 잘 갖고 있다가 연결선 카운터에서 짐이 잘 오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 되고, 더불어 인천에서 출발할 때 항공권을 미리 끊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중간에 가서 또 다시 끊어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 계속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부재중 메일 설정

대개 출장을 가면 1박 4일을 하더라도 어쨌든 실제 자리에서는 4일이나 비우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부재중 메일을 설정해서 메일을 보낸 상대방에게 당장 일 처리가 어려운 것을 알려주는 게 좋다. 또 같은 프로젝트를 백업하는 동료가 있다면 동료 메일 주소 등을 기재해 놓아서 일을 놓치지 않는 게 좋다.



임원 출장 시...

어디까지 써야 할 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40대 중반, 50대 이상의 남자 어른들은 외국에서도 한식을 꼭 드셔야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외국에 체류 경험이 길다고 해도 많은 분들의 경우라고 해도 예외가(...) 없다. 물론 나도 해외 출장 가기 전, 돌아오고 나서는 꼭 김치찌개를 먹고 싶고 기내식으로는 비빔밥을 먹는 그런 사람이지만 한국에 있을 때 그런 것이고 외국에서는 한식 먹는 곳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굳이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임원 분들의 한식에 대한 어떤 귀소본능은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아무도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런 귀소본능이 극에 달하여 분노로 치닫기 전에 그냥 근처에 보험삼아 한식당을 두어개 정도 알아 두는 것이 좋다.


만약 너무 바빠서 이것조차 하지 못했다면 컵라면을 되도록 많이 챙기는 것이 좋다. 평소에는 절대 드시지 않으시지만 라면을 드리는 순간 표정들이 달라지신다. 우리가 좋아하는 특이한 라면 말고 클래식하게 신컵을 챙기는 것을 강추하는 바이다. 



개인적인 것들


이렇게 고생 하고 회사돈이긴 해도 돈 몇 백을 흩날리며 이 먼 땅까지 왔는데 일만 죽으라고 하고 정말 티끌 하나도 못 건지고 간다면 회사 생활을 장기적으로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일을 다-하고 난 뒤 그나마 건질만한 것들을 말해 주고자 한다.



마일리지

대개 회사에서 출장을 갈 때는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데, 대개 센스 있는 여행사 직원들은 알아서 마일리지를 다 쌓아주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마일리지 번호가 아예 없었다고 하면 항공사에서 가입하고 여행사 직원에게 미리 알려주면 나중에 따로 마일리지 쌓을 때 복잡할 필요 없이 알아서 진행된다. 더불어 없었다고 하더라도 대개 법인카드는 항공사 마일리지랑 연계 되어 있어서 저절로 생성되는 경우도 있으니 확인할 것.


앞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같은 항공 동맹인 경우에는 외항사를 타도 알아서 합산되는데 같은 항공 동맹이라고 해도 안 쌓였으면 내가 다 확인해서 따로 쌓아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원월드 마일리지는 그냥 날린 게 태반인 것 같다.


마일리지를 쌓아서 무얼 하느냐 하면 보너스 항공권이 나온다. 마일리지로 면세품도 사고, 호텔도 예약하고 등등도 할 수 있지만 마일리지는 보너스 항공권이 가장 큰 이득이다. 그렇지만 이게 쉽느냐 하면 절대 아니다.


나는 지금 열 번을 넘게 출장을 갔고 거의 일 년에 최소 세 번 이상은 출장을 갔는데 마일리지가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다. 보통 유럽이나 미국을 가면 편도에 5천 마일 안팎이 쌓인다. 대한항공 기준 성수기가 아니라 평수기 일 때 유럽 보너스 항공권 마일리지 기준이 7만 마일인데 이렇게 타려면 유럽/미국을 7번 왕복 다녀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7번이면 적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려는 위치에 따라 대한항공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아시아나를 타야 하는 경우도 있고 또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도 안 되고 외항사로만 갈 수 있는 곳도 있는데다가 유럽만 가는 게 아니라 아시아 쪽을 가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마일리지가 항공사 별로 흩어지게 되고 대한항공에서는 모닝캄, 아시아나에서는 다이아몬드나 골드로 불리는 우대 멤버가 되기는 그나마 쉽지만 보너스 항공권 하나 받으려면 정말 몇 년을 가도 못 모으는 경우가 꽤 많다.


그리고 보너스 항공권이 막상 나와도 보너스 항공권은 시간대가 좋지 않거나 까딱하면 자리가 취소되는데다가 경쟁률이 어마무시해서 마일리지로만 간다는 생각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유럽을 가는 사람이 아니면 그냥 접어 두는 게 좋다. 그리고 그 정도로 다니는 사람은 또 마일리지가 많아도 쓸 시간이 없다는 게 함정인 데다가 시차 적응하다가 병난다.


나도 모닝캄 되기 전까지는 출장은 계속 가는데 언제 과연 모닝캄이 되나 기다렸던 것 같은데 막상 되어보니 수하물 하나 더 가져갈 수 있고, 탈 때 빨리 타고 짐 좀 더 빨리 나오고, 라운지도 네 번 쓰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어마어마하게 좋은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해외 출장 갈 일이 생기는 것보다는 한국에서 잘 해결하는 게 답인 것 같다. 


게다가 모닝캄 위에 스카이 엘리트인가 뭔가 하는 레벨도 있다. 그런 레벨 갖고 있는 사람도 꽤 된다. 그래서 모닝캄이 얼마나 대우 받는지도 솔직히 그다지 잘 모르겠다;;



PP 카드

나는 여태까지 PP카드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대개 환승을 한 번만 하면 되는 나라에 갔다 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환승 두 번이 필수인 아주아주 먼 나라에 가야 하는 경우에는 PP카드가 필수이다. PP카드란 Priority pass의 약자로 세계 어디서든 라운지를 쓸 수 있는 카드이다. 물론 무제한인 경우도 있는데 횟수 제한이 있는 경우도 꽤 많다. 


모닝캄이면 라운지 네 번 쓸 수 있느냐고 할 지 모르지만, 모닝캄은 대한항공 라운지만 되는데다가, 되는 곳도 인천하고 LA인가 몇 군데 한정적이다. 내가 알기로는 그렇게 지정하는 라운지도 고정적인 게 아니라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외항사를 이용할 때, 일정상 환승 시간이 4시간을 넘을 때, 그리고 특히 24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하는 남미에 가야 할 때는 그냥 올 때 갈 때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PP카드가 필요할 것 같다. 면세점 구경하거나 식당에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면세점이 그렇게 큰 건 인천이고 세계 대부분의 공항은 인천 공항보다 거의다 그렇게 좋지가 않다. 또 식당이나 가게는 밤에는 닫는다. 밤 12시에 비행기 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 라운지에 가는 게 제일 낫다. 


PP카드를 발급받으러면 따로 해도 되지만 일부 신용카드를 발급하면(주로 연회비 10만 원 이상) PP카드는 끼워 주는 경우가 있다. 아마 연회비 10만 원 이하인 신용카드는 횟수에 제한이 있을 테니 앞으로의 계획에 따라 받으면 될 것 같다. 


그리고 해외에 가면 공항세를 그 나라 돈으로 내야하는 경우나 유럽은 특히 택시비를 대부분 현금으로 받는데 그런 게 아니면 거의 환전을 해도 여행 가는 거 아니면 쓸일이 많이 없다. 그래도 해외 결제 가능 카드 하나 정도는 만들어 두고 그걸로 쓰는 게 좋다.



면세 : 이건 꼭 사야해!!!!!

나는 면세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첫 비행기를 탔었다. 이제는 너무 잘 알아서 탈이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어려운 듯이 보이지만 나중에는 한 번 사고 나면 이것보다 쉬운 것이 없는 것이 바로 면세이다. 


주로 내가 이용하는 것은 인터넷 면세점으로 인터넷 면세점은 상당히 많다. 일단 대표적으로 신라, 롯데도 있고 동화, 신세계 등등 다양하다. 면세점 마다 제품이 다르고 할인이 다르기 때문에 골라서가는 것이 좋다.


일단 인터넷 면세점이 가장 좋은 것은 한 달에 거의 퍼주다시피 하는 적립금 때문이다. 적립금은 XX면세점 X월 적립금을 검색창에 치면 바로 5만원 쯤은 쉽게 확보 할 수 있다.


근데 함정인 것이 적립금은 구매하려는 물품 가격의 30%라든가 제한이 있다. 그래서 적립금을 다 쓰려면 결국은 많이 사야 한다. 또 쿠폰도 엄청난데, 문제는 면세점 물건이 쿠폰이나 적립금이 금지되는 상품이 있다. 그럼 결국 또 많이 사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립금이나 쿠폰이 되는 물품이 많기 때문에, 나는 10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아메리칸 투어리스터 수하물용 캐리어를 2만원인가 3만원에 샀던 좋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과잉 구매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아직 면세에서 산 것 중에 후회한 것은 없었다.


다만 문제가 인터넷 면세는 여행 일정이 확실히 되어야 살 수 있다. 여행 일정을 미리 등록하고 그 여행 일정과 맞아떨어져야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급하게 일정이 잡히다보면 물건이 없거나 3시간 안에 살 수 있는 물건들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되도록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출국 전에도 기회는 있다. 공항면세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항면세점이 인터넷면세점보다는 비싸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공항면세점이 전 세계 어느 면세점보다 저렴하며 우리나라 백화점이나 때로는 인터넷보다 더 저가일 때가 많다. 특히 가방 같은 건 상대적으로 신상인데도 저렴한 것들이 많다. 


이것도 놓쳤다라고 하면 기내면세점을 추천한다. 기내면세점이 특히 좋은 것은 돌아 올때 물건을 받아보도록 미리 신청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만 내게 가장 메리트는 정말 하나도 살 시간 조차 없었을 때 나를 위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꼭 나를 위하지 않아도 선물을 깜빡했다면 기내에서 살 수가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기내 면세점은 정말 물건이 많이 동날때가 있으니 되도록 비행기 타자마자 미리미리 사야 한다. 특히 인기가 많은 홍삼 같은 것들은 정말 그렇다. 그리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내 기억으로는 해외 결제 가능 카드)만 되고 체크카드는 되지 않으니 해당 사항도 참고 바란다.


내가 기내면세점을 이용했을 때는 거의 대부분 다른 사람들 선물은 죄다 샀는데 정작 내 물건은 하나도 안 사서라든가, 정말 시간이 없어서 이것이 최후의 보루라서, 혹은 선물 구입용이었다. 아직 시내에 있는 면세점은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 아마 간다고 하면 실물 확인 후 인터넷 면세에서 사려고 그럴 것 같다.

 


선물 

선물은 금지하는 회사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동료들간의 정을 함양시키기 위해서 작은 선물은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선물은 내 기준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로 총 가격 3만원 이하로, 되도록 우리 나라에서는 찾을 수 있거나 혹은 우리 나라에서도 팔고 인기도 있지만 현지에서는 저렴한 것들이 좋다.


면세점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립스매커 립밤 세트(립밤 용기가 코카콜라등 독특한 디자인임), 여자 동료들에게는 립스틱이나 립글로즈 5종 세트(클리니크 정도 가격대), 로레알 아이크림 세트, 록시땅 핸드크림, 조금 가격이 있는 건 록시땅 미스트 등이 있다. 그 외에 면세용으로 나온 각 회사의 향수 미니어쳐 세트도 선물로서는 괜찮다. 혹시나 염려에서 말하는 건데, 예를 들어 립글로즈 5종이나 향수 미니어쳐 세트 5종이면 한 세트 전체를 개별로 돌리라는 게 아니라 한 세트 내에 있는 5개 중에 1인당 한 개씩 가지라고 하라는 거다.


립스틱은 너무 많아서 그냥 그렇고 로레알 아이크림도 쓰지 않을 것 같고 록시땅 핸드크림의 그 명성과는 달리 나에겐 맞지 않는데다 향수도 쓰지 않기 때문에 별로이지만, 저 정도 주면 괜찮다고 다들 괜찮다고 생각하고 나도 내가 저 정도 선물을 받으면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외에 외국에서 저렴한 것으로는 미국에선 버츠비 립밤, EOS 립밤, 프랑스나 유럽에서는 꼬달리, 유리아쥬, 바이오더마, 눅스 등등의 립밤(유럽에서는 이런 립밤들이 거의 대부분 니베아와 가격이 비슷하다), 바이오더마 센시비오 클렌징워터 100ml이나 250ml 정도, 독일에선 핸드크림 등이 있다. 정 이런 거 모르면 올리브영에 가보고 거기에 있는 유럽이나 미국 물건 가격 써 놨다가 외국에서 한 반 값 하면 사면 크게 실수는 안 한다.


립밤이나 핸드크림이 그냥 무난하다. 그냥 언제든 쓸 수 있고 남녀 모두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도 부담스럽다면 먹는 것이 좋다. 초콜릿은 유럽에서는 린트 초콜릿, 노이하우스, 미국에서는 씨즈캔디스, 기라델리가 현지 가게에서 사면 싸다. 그러나 고디바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비싸니 그냥 샘플 줄 때 먹어보는 걸 권한다. 일본은 로이스 초콜릿이 괜찮고 도쿄바나나나 특산물로 조그만 빵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맛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초콜릿의 경우 나누어줘야 하므로 개별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선물로 할 건 정말 많지만 이 이상은 거의 대부분 비싸기 때문에 정을 좀 건네려다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니 패스.

내가 받기 싫은 것은 실제로 맛도 모르는 채로 단지 싸서 산 차, 성분을 알 수 없는 데다가 향이 무진장 강한 비누, 이상한 맛이 나는 사탕 같은 것들이다. 주고 욕먹지 말고 줄 거면 제대로 주자.


선물이란 내 돈 주고 사진 않겠지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것들을 사는 것이 좋은 법이다. 



쇼핑 & 맛집 & 투어

쇼핑은 유럽이든 미국이든 현지 아울렛이 가장 좋은 것 같다. 그렇지만 유럽은 아울렛이 정말 교외 of 교외에 있어서 현지인이 아니면 알기가 어렵고, 미국도 아울렛이 싸긴 하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그런 때가면 미국은 우리 나라에서 파는 물건들 보다 대부분 매우 저렴하다. 


미국에서도 미국 현지 브랜드가 아니라 다른 브랜드 것을 사면 비싸므로 현지 브랜드가 무엇이 있는지 사전 지식이 필요하고, 바쁘니까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쇼핑몰을 하나 알아 두는 게 좋다. 현지라고 막상 싼 게 아니니 미리 비교해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맛집은 역시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미슐랭 3스타 받았다고 거기 가는데 한 시간 이상 걸리면 본인 혼자 갈 때는 상관 없지만 다른 출장자들과 다 그렇게 갈 수는 없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숙소에서 가까우면서 괜찮은 맛집을 가야 그 나라 음식 하나라도(...)  제대로 맛볼 수가 있다. 


투어도 가긴 가야 하는데, 일 다하고 나면 한 세 시간 정도 마련이다. 그 대부분 그 몇 시간 안에 쇼핑 및 투어를 클리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은 제 돈주고 가는 게 가장 좋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시티투어 버스가 제일 낫다. 나도 일일이 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시간은 아깝고 한다면 현지 시티투어버스가 제격이다. 한국어 나오는 시티투어버스가 많으니까, 잘 활용해보자. (특히 윗분들과 간다면 더더욱...)



마치며


정말 이 정도로 얘기해줬는데도 준비를 못한다면 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출장 가서 다른 생각 먼저 하지 말고 일단 일 열심히 하고 나머지 짜투리 시간을 야무지게 써서 예전의 나처럼 힘들어하지 말고 행복하게 출장을 잘 다녀온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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