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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직장생활백서 카테고리에 올릴 글은 이 글 외에 두 가지만 남았다. 직장에서 쓸 수 있는 실무 사항이나 그런 것을 다 쓰면 좋겠지만, 그렇게 모든 과정을 예상해서 이 곳에 다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그것을 다 쓸 수 있어서 글을 보는 사람 아무나 다 직장생활 몇 년 차 된 사람처럼 일을 할 수 있다면 아마 회사들이 굳이 경력직을 고용할 필요가 없을테니 말이다.


임상시험에서 실제로 업무하는 사항은 이보다 훨씬 상세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임상시험에 따라 업무가 달라지는 것인데 각 임상시험이 적응증, 환자 수, 디자인, 약물의 특성, 평가변수가 모두 다르므로 그에 따라 업무가 모두 달라지는데, 나도 모든 임상시험을 접해본 것도 아니고 해서 나부터가 모든 것을 작성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 이런 세부적인 사항은 직장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배우는 것이다.


또 상세 업무 언급을 많이 할 경우, 내가 일했던 혹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자세한 사항이 나올 수도 있고 해서 매우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항만 작성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 카테고리에 작성할 사항은 이 글 외에 두 가지 밖에 남지 않았다. :)



우선순위 매기기


이 일은 업무가 많은 사람에게는 가장 중요한 업무지만 업무가 그다지 많지 않다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업무가 많아서 계속 야근을 하고 있다거나 한창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상사가 '내가 하라고 한 건 이 일인데 지금까지 뭐하고 있었느냐'라는 꾸지람을 자주 듣고 있다면 이걸 잘 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잘 매겨서 가장 좋은 것은 집에 빨리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업무를 잘 해낸다는 것이 우선순위를 매기는 가장 중요한 이유지만, 업무를 잘 해내야 집에 갈 수 있으므로, 거창한 이유보다는 개인적으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기준을 정한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언제까지 마쳐야 하는가?

2. 어떤 업무를 '상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3. 나 혼자 할 수 없고 업무를 팀원간 나누어서 진행해야 하는 업무인가?

4. 나 혼자 일단 하는 업무라 해도 상부 confirm 후 진행해야 하는 업무인가?

5. 내가 하루에 해낼 수 있는 업무량에 비교했을 때 해야 할 업무는 어느 정도의 양인가?


예전에는 매일 출근하면 문서 검토 세 네 건, 허가기관과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에서 질의 사항 두 건 이상, 보고서 작성 하나 이 정도를 해내야 되는 때가 많았다. 8시 반에 출근해서 6시 반에 퇴근하면 점심 시간 빼고 9시간인데, 하루에 새로 주어지는 거 말고 이전에 하던 업무까지 합하면 업무 하나에 한 시간씩만 잡고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일만 한다고 해도 하루가 모자란다. 그래서 야근의 늪으로 빠지기가 쉬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출근하면 저 순서에 따라 업무를 일단 쭉 쓴 뒤, 우선순위를 매겼다. 업무가 많기 때문에 due date가 오늘까지 해야 하는 것, 혹은 내일 오전까지 해야하는 업무를 중심으로 먼저 해결하고, 업무 강도가 비슷한 것이 있을 경우에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 보다는 상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업무를 먼저 해결했다. 또한 나 혼자 진행할 수 없는 업무라고 생각했을 경우에는, 업무를 나누어야 하는데, 이때는 업무를 오전에 빨리 나눠야 한다. 내가 다른 업무를 신나게 하고 있다가 한참 후에 나눠서 하면 업무를 나누지 않은 시간 동안 다른 업무를 하거나 혹은 업무가 딱히 없었을 경우에는 비는 시간이었다면 그 시간만큼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일을 나눠야 하면 아침에 거의 출근하자마자 나누고 다 같이 그날 오후 세 시까지 하면 다 끝내고 집에 갈 수 있는데, 다른 업무가 바쁘다고 미루다가 오후 세 시 쯤에 나누면 그만큼 업무 시작이 늦어져서 재수 없으면 야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가끔 어떤 사람들 중에 업무를 오후 세시 정도나 아니면 다섯 시(!)에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분위기상 일부러 야근을 독려하려고 그런 경우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일머리 지수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을 나눌 수 없고 나 혼자만이 가능한 그런 업무가 있다. 나만 혼자 진행시키던 업무라 아무도 정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경우 실수하기 쉬운 게 상부에서 confirm 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업무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문서 검토 요청을 월요일에 받았고 목요일까지 달라고 했을 때 '그럼 목요일에 주면 되겠네!'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룰루랄라 하다가 목요일 오후까지 업무를 다 해서 전달하려고 보니 상사가 '나한테 확인을 받고 나가야 하는 건 아닌지' 물어본다. 혼자서 할 때는 몰랐는데 알고보니 상사도 그 위의 사람에게 또 다시 confirm 받을 사항이 있는 건이었다. 그렇게 되면 결론적으로 목요일에 자료를 보내지 못하고 미뤄서 보내게 되거나 꼭 목요일까지 해야 하는 일이었다면 상사까지 야근을 시키는 사람이 된다.


처음에는 어떤 일을 confirm 받아야 하는지 어떤 것은 아닌지 감이 잘 안온다. 그래서 항상 어느 정도 buffer를 두고 일해야 한다. 월요일에 부탁을 받았고 목요일에 줘야 한다고 했으면, 상사의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상사에게 특별한 일정이 없다고 하면, 화요일 오전이나 오후 시작까지는 끝내야 수요일 오전까지 상사 confirm 후 수요일 오후-목요일 오전에 상사의 상사에게 confirm 받고 목요일 내에 내보낼 수 있다.  


신입사원 때는 내 앞길도 못 가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야가 제한적이다. 업무를 하려면 나 말고도 상사, 팀원, 다른 팀도 같이 시야에 두고 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일을 해결하지 못 하니까 자꾸 욕을 먹게 되는 것이다.


그것 말고도 내가 업무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주제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업무 속도가 그리 빠릿빠릿한 편이 아니라서 속상했던 적도 꽤 많았는데 계속 살펴보니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상세히 보기도 하고 너무 많은 양을 하게 되면 집중력이 조금은 떨어지는 타입이라서 그렇다는 것을 알았다. 업무가 빠른 것이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업무가 지나치게 빠른 사람들을 보면 대충하거나 혹은 중요하게 해야 하는 사항을 확인을 안해서 그런 경우도 꽤 많다. 업무를 빨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앞으로 문제가 없도록 진행하는 것이다.


누구도 그 일을 할 수 없고, 그런데 오늘 내로 다 할 수 없는 업무라면 due date 조정을 해야 한다. 그건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해보고자 한다.



Due date 관리법


나는 직장 생활의 삶의 질은 바로 'due date 관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야근을 주로 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시간 내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간혹 특히 업무를 잘한다고 널리 알려진 사람의 경우 그 사람 말고는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한 사람만 야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웬만큼 전문적인 사항이 아니면 업무를 나눌 수 있는데 일부러 나누지 않거나 혹은 '못' 나눌 때 일어나는 것 같다. 일부러 나누지 않는 경우는 완벽주의이거나 아니면 남들에게 알려주기 싫어서 그러는 것이고 '못' 나누는 것은 업무를 원래 잘 하는 사람은 업무를 쥐어주면 알아서 잘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업무를 파악하고 진행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사항이라 그 과정에 어떤 세부 사항이 있는 것인지 설명을 구체적으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래를 천성적으로 잘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 하느냐고 하면 딱히 말을 못할 수 있는데, 노래를 노력해서 배운 사람이라면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몸이 구조적으로 어떤 형태를 띄어야 잘 나올 수 있는지, 흉성/두성은 어떻게 나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실무를 처음부터 너무 잘 하는 경우 관리자 level로 갔을 때 아랫사람들이 왜 이런 식으로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되면서도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을 설명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더 들자면, 축구 선수로 뛰어났던 사람이 감독을 잘 못하는 경우가 꽤 많지 않은가. 타고나서 잘 하는 사람은 구체적인 방법을 별로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못하는 사람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발견하려고 하기 보다는 타인에 대한 이해를 못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아무튼 직장에서의 삶의 질을 위해 due date 관리법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1. 업무를 당장 해야 한다고 말할 때는 안 된다고 얘기해라!

2. 오늘 걱정도 오늘, 오늘 업무도 오늘. 내일 업무는 내일까지 해라.

3. Due date가 있는 업무인데 답이 없다면, reminder를 보내라.

4. 상대방이 due date 내에 못 준다고 하는 경우 차선의 due date를 정해라.


나는 업무를 할 때 가장 혐오하는 사람이 이 업무가 어떤 것 때문에 하는 것인지, 업무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어야 서로에게 좋을 지 고민도 전혀 없고 왜 당장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당장해야 된다고 생떼를 쓰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어떤 다른 팀 사람이 '당장 해 주세요'라고 해서 '당장 해야 하는 이유가 어떤 건가요'라고 물으면 '저희 팀장님이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말고는 어떤 근거도 말을 못하는 사람 말이다. 나는 매일매일 내가 해야할 그 날의 업무들이 이미 쌓여있는데 그런 건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저희도 당장 해야 하는 업무가 있는 상황이라서요, 정말 당장해야 하는 것인지 확인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아무 근거도 없이 단지 '상사의 지시'라는 생떼를 계속 쓰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내 상사에게 '지금 다른 팀에서 당장 업무를 해달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는 경우 이 업무를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하고 해당 직원에게 '지금 그럴 경우 우리 업무를 못 하는 상황이라 우리 상사에게 보고했으니 윗분들끼리 얘기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하고 끝냈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상황은, 당장해달라고 하는 대부분의 경우 자기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당장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당장 될 수 있다면 정말 가장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일을 딱 한 가지만 할 때 가능한 얘기이고, 일이 여러 가지일 때는 모든 것을 '당장'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선순위를 매겨야 하는데 한 번에 여러가지 업무를 맡기면서 당장 하라고 한다면 어떤 업무에 대해 우선순위조차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나는 효율적인 업무에 대한 고민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싫다. 


이전 직장에서 업무가 많은 때가 참 많았기에, 나는 나 스스로를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칭했다. 내일까지 줘야 하는 업무를 오늘 내에 다 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려면 야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내일 일이 새로 생기지 않으면 뭐 괜찮을 수 있겠지만 내일은 원래 하려던 일 말고도 일이 또 온다... 내일을 모두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날 일까지만 그 날 하고 끝내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나도 상대방에게 요청할 때가 있다. 그럴 경우에 '언제까지 해 주세요'라고 얘기하거나, 혹은 해야하긴 하나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해야하는 업무의 경우 딱히 due date를 얘기하지 않고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이런 경우 만약 상대방에서 답변을 원하는 때에 안 줬다고 치자. 그렇다면 나로서는 일단 해 달라고 요청을 했으니 내 책임은 그만일까? 그런데 그렇게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는 업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어쨌든 내 쪽이므로 일이 안 되면 내가 그만큼의 무게를 가진다.그리고 업무가 많은 경우 메일이 너무 많아서 놓쳐서 그런 경우도 진짜 있긴 있다. 그래서  reminder를 보내는 것이 좋다. 그런데 reminder를 시도 때도 없이 매일매일 주고 그러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면 엄마가 매일매일 잔소리하는 느낌이라 나중에는 사람들이 잘 무시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reminder의 주기는 보통 급한게 아니라면 1주일이고 급한 것도 2일 정도이다. 정말 급한 경우에는 당장 달라고 할 때도 있지만 웬만하면 그렇게 안 하려고 몹시나 노력한다.


너무 급한 업무가 아니라면 서로 업무를 확인하여 차선의 due date를 정해 due date를 약간 늘리는 것도 좋다.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니. 무엇이든 정확한 목표가 있을 때 정확한 결과가 나오니 유의하는 것이 좋다.



문서 검토하는 법


간혹 100장이 넘어가는 문서 검토 요청을 하면 comment 가 없다고 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럴 경우에는 팀별 업무와 전혀 상관 없는 문서라서 볼 필요가 없어서이거나, 아니면 어떻게 볼 지 몰라서 그러는 경우이다. 그런 경우 대개 맞춤법 검사만 엄청해서 검토라고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나도 정말 입사한지 몇 달 안 되었을 때는 문서 검토하라고 하면 그랬었다.


물론 허가문서에서는 맞춤법이나 오기 수정이 매우 중요하다. 숫자가 오타가 났을 경우, 오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Sample size를 200명이라고 해야 하는데 20000명이라고 했을 경우 오타라고 생각하지 않고 말 그대로 20000명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문서를 모두 다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제출하기 전에 찬찬히 봐야 할 상황이지, 전면적 문서 검토에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 한마디로 집을 짓고 나서 못을 막아야 하는데 아직 기둥도 안 놓아졌는데 못부터 박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가 문서를 검토하는 법은 다음과 같다. Sponsor가 업무할 때의 기준이다.


1. 일단 이전 Draft 혹은 관련 문서와 비교한다. 워드의 비교 기능을 활용하면 좋다.

2. 그 다음에 전체 문맥을 검토한다.

3. 세부 내용을 source document와 서로 맞춰 볼 사항을 목록화한다.

4. 세부 내용과 서로 맞춰볼 사항을 목록화 한 사항을 하나하나 확인하여 맞는지 살펴 본다.

5. 적용 여부 결정이 필요한 사항을 목록화 한다.

6.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7. 최종 검토 의견을를 최종화 할 업체에게 보내거나 혹은 본인이 최종화한다.


문서라는 것은 처음부터 술술 써지는 것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 문서를 쓰기까지에는 배경 자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Protocol에는 여러 논문들을 활용해서 쓸 수 있고, 통계분석계획서는 Protocol 내용을 활용하고, 결과보고서에는 분석 자료 외에 이상반응 사항이라든지 기타 자료의 정보가 들어간다. 그래서 처음 문서를 보는 상황이라면 문서가 작성되는데 어떤 자료들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는지 서로 맞춰봐야 한다.


그렇지만 이전에 작성되었고 두번째로 업데이트 된 문서 같은 경우에는 이전 문서와 워드 내의 비교 (검토 탭>비교에서 원본 문서에 이전 문서를 넣고 수정한 문서에 이번 문서를 넣으면 알아서 변경 내역을 tracking 해 줌)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문서 형식이 미묘하게 다를 때는 Tracking 표시가 제대로 안 될 때도 있으니 직접 확인 해 보는 것도 가끔 필요하다.


그 다음에 전체적으로 문서의 구성 및 문맥이나 표현 등을 살펴본다. 예를 들어 어떤 약이 결론적으로 좋다라고 언급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성이 어색하지 않은지 살펴본다. 약을 좋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구성을 잘 해야 한다. 뛰어난 컨설팅 업체들은 이런 구성을 잘 잡아내고 허가기관이 어떤 측면으로 볼 지를 미리 알고 있기때문에 많은 자문비를 받는 것이다. 


그냥 '이 약에서 이런 이상반응이 일어났고 약의 효과가 더 좋았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 약과 유사한 구조를 지닌 다른 약의 Historical data를 보았더니 동일한 패턴의 이상반응이 나타났고, 약의 효과의 경우 효과 차이가 더 우월한 것으로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언급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약의 효과를 받아들이기 쉽게 된다. 이런 식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알려고 하고 어떠한 관점에서 문서를 봐야지, 허구헌날 무엇인지 모르는 문서니까 나는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위안하며 그 문서가 무엇인지 알려는 노력도 하나도 안 하고 맞춤법만 검토하는 사람은 몇 년이 지나도 맞춤법만 본다. 생각없이 일하면 일이 늘지 않는다. 


그렇게 문서를 전체 보다 보면 내가 처음에 여러 다른 source document 문서와 비교를 했다고 해도 또 다른 문서에서 정보를 가져온 상황이라 별도로 다른 문서와 확인해야 할 상황이 있다. 일일이 하나하나 생길 때마다 문서별로 check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어떤 문서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사항을 메모로 작성해 놓고 전체 문맥 검토 후에 한꺼번에 다른 문서에서 내용을 제대로 가져온 것인지 check 한다. 그 다음에 내용이 맞으면 괜찮은 것이고 내용이 맞지 않는 것이면 comment를 작성한다. 


그렇게 전체적으로 보다보면 문서 내용이 전체적으로 적절할 수도 있고 이걸 이대로 넣어도 되는 건가 싶은 부분이 걸러지게 되어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적용을 할 지, 수정을 할 지, 삭제를 할 지 결정을 해야 한다. 이 때 거의 상부 보고가 필요하며, 상부 보고 시에 comment 하나 생길 때마다 가서 하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결정 받을 사항을 한 번에 모아서 한 번에 받고 끝내는 것이 시간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때로는 상부 결정이 아니더라도 일반 동료들간에 논의를 해서 결정해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적용 여부가 끝나고 나면 Sponsor의 경우에는 CRO나 기타 vendor로 최종 정리된 검토 의견을 송부한다. Sponsor라고 해도 자체적으로 문서를 완료 시키는 경우에는 해당 결정 사항에 따라 문서를 마무리 한다. 그리고 이렇게 최종 검토까지 작성하는데 서로 적용 여부를 논의했던 문서의 경우는 추후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문서에서 문제를 추적하기 쉽기 때문에 저장해 두는 것이 좋다.


만약 다른 팀에 검토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마지막 단계라면 의견 전달 시 일단 source document와 찾아보고, 이유와 대안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제시 사항 없이 그저 '이건 그냥 아닌 것 같습니다'같은 comment를 보내는 것은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서 자체에 Tracking을 해서 제공하는 것도 좋고 변경했을 경우 변경한 사유에 대해서 작성하여 제공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상부 보고 요령


나는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말하는 걸로 문제가 있을 지는 몰랐다. 대학 다닐 때 발표도 자주하고 해서 나는 말 하나는 잘 하는 사람인지 알았는데, 아니었다. 처음에는 '나는 잘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내가 아는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왜 이렇게 이해를 못하나'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하는 말만 그렇다는 걸 알고 내가 말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찬찬히 보니 나는 다른 사람이 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전에 급한 업무를 빨리 말하기에 급급해 했고, 당황하면 내가 열심히 업무를 한 사항에 대해서 상세히 말하는 것에 서툴렀고, 중요한 사항 보다는 세부 사항을 모두 다 얘기했고, 때로는 반대로 다른 사람이 배경을 모르는 데도 업무만 얘기했다.


여러 문제점을 파악하고 난 뒤 나는 내가 일반적인 말하기는 별 문제가 없으나 상대방에게 '보고'하는 것은 많이 다듬어져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납득할 수 있었고, 그 후 보고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업무 진행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줄어들었다. 업무는 별로인데 보고만 잘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냥 업무를 잘하는 것보다 보고만 잘 하는 사람이 더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보고만 잘 하는 것으로 직장생활을 버티는 것은 매우 힘들기도 하고 지양해야 할 일이지만, 그만큼 보고라는 것이 참 중요하다. "잘"하는 것 까지는 아니어도 욕은 안 먹으러면 아래와 같이 진행해야 한다.


1. 일단 업무 및 배경, 그 외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안들에 대해 파악을 잘 해야 한다.

2. 상부의 관점이나 취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3. 모든 사항을 다 얘기하기 보다 결정 사항을 중심으로 필요한 사항을 요약하여 보고한다.

4. 배경 사항이 복잡하여 얘기하기가 힘든 경우, 보고서나 파워포인트 등 시각적인 자료를 잘 활용한다. 

5. 보고가 다 끝나고 나면 앞으로 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서로 확인을 하고, 일정을 정한다.


일단 보고를 잘 하려면 본인이 이게 뭔지 잘 알아야 물어봐도 대답할 수 있고 말이 술술 나온다. 알지도 못하고 보고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정말 많다! 이럴 경우에는 전격적인 보고를 하기도 전에 한창 안 좋은 얘기만 듣다가 끝날 수도 있다. 그리고 워낙 복잡한 상황이면 현재 안 말고도 어떤 방안이 있을 지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상부의 관점이나 취향을 잘 파악해야 하는데, 이런 것은 몇 번 보고해보면 어느 정도 요구하는 사항이 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에 바로 알 수가 있다. 그 외에도 파란색을 좋아한다든가, 표를 넣는 걸 좋아한다거나, 한자 단어를 섞는 것을 좋아한다거나, 사람마다 여러 취향이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준비하는 것이 웬만하면 좋다.


일단 보고라는 것은 하부에서 상부로 하는 것인데 상부의 주요 특징은 시간이 없다. 아니면 시간이 없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들도 사람인 이상 한도 끝도 없이 보고를 받고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필요한 사항을 중심으로 보고해야 한다. 간혹 보고가 아니라도 그냥 발표를 할 때도 써져있는 글씨만 계속 읽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런 사람을 중요 사항이 뭔지 알려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일을 하다보면 아무리 정리 능력이 향상해도 글로 쓰면 정리가 잘 안되는데 말로 하면 쉬운 것이 있고, 말로하면 복잡하고 그림으로 보여주면 쉬운 것이 있다. 대개 보고서에 몇 날 몇 일을 쓰고 실제로 일은 잘 못하는 사람의 경우 가만히 보면 말로 보고하는데 내용이 너무 복잡하고 자신이 잘 파악을 하지 못하다보니 얘기를 잘 할 수가 없어 글자를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 쓰면서 계속 그것만 하는 경우가 있다. 모든 업무에 보고서를 모두 쓰는(!) 그런 사람도 있고.


그런데 문제가 이런 사람이 상부에는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가 있다. 나는 직장에 다니면서 월급을 받는 것이 보고하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하는 것 때문에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고라는 것이 중요한 사항이긴 하지만 보고라는 것은 상부에게 확인을 받거나 혹은 도움을 요청하거나 결정을 받는 것 때문에 하는 것이지 보고가 실제 업무를 대체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고서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정말 쓸모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회사의 경우 보고서 작성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말 다 했다.


그렇지만 내 머릿속으로는 잘 정리가 되는데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사항들의 경우 굳이 보고서가 아니라 하더라도 배경 자료라든가 그냥 수기로라도 간단히 작성해서 언급하면 말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보고가 중요한 이유는 아까 언급한 것처럼 상부에게 확인을 받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향후' 업무를 위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고를 하고 나서 그냥 언급만 하고 흐지부지 끝난 경우 끝까지 앞으로 어떻게 할 지에 대한 확답을 받는다. 어떤 안을 진행할 것인지, 이 안을 진행하기 위해서 세부 업무는 언제까지 해야 할 지, 상부에서 언급한 사항에 대해서 내가 이해한 사항이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이렇게 해야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삽질'을 예방할 수 있다.



마치며


내가 그 동안 회사생활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과 도움이 되었던 방법은 위와 같았다. 그 외에도 혹시 이 글을 보는 직장인들 중 더 좋은 꿀팁이 있는 경우 공유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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