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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짜증나는 일도 있고 내가 지금 돈 벌려고 뭐하는 건가 싶은 것도 있지만, 그 중에 내가 최고로 치는 것은 바로 '삽질'이다.


내가 내리는 삽질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삽질의 정의: 하지 않아도 될 업무를 부가적으로 진행하여 실제 진행될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되거나 애먼 시간을 뺏기게 되는 것


삽질의 배경 및 대처법


그렇다면 이렇게도 불합리하고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며 의욕마저 떨어뜨리는 삽질이란 것을 왜 자꾸 하게 되는 것일가. 삽질에는 여러 배경이 있으며 지금 삽질의 기미가 느껴진다거나 혹은 삽질을 하고 있다면 어떤 배경에서 나오는 것인지 원인 파악이 급선무다. 해당 사항에 대해선 대처법도 작성해보았다.



상급자가 뭘해야 하는지 파악도 안 되어 있는 채로 하급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림

이럴 경우 상급자도 뭘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하급자에게 상세한 지시를 내리지 못한다. 중간에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물어보아도 일단 알아서 하란 식으로 하다가 마지막에 막상 갖고 가면 다른 얘기를 하거나 혹은 상급자가 당연히 자기가 요구한 상황이 아닐 테니 화를 내거나 하면 그 화를 하급자에게 내는 경우가 있다. 더불어 나 혼자 알아서 하는 업무가 되어 버리는 만큼 업무가 잘못되면 내 탓이 되기가 쉽다.


대처법

제일 좋은 것은 상급자가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잘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일례로 "과장님, 그거 부장님한테 잘 확인하시고 저에게 얘기하신 건가요?"를 시전했을 시 그리 좋은 상황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일단은 상급자가 두루뭉술하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게 이상하게 얘기를 한 상황이라면 일단 자신이 파악할 수 있는 한에서 정리한 후 "이것에 대해서는 부장님께서 이렇게 얘기하신 것이 맞나요?" 물어본다.


일반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 "내가 그건 정확히 못 들은 것 같아. 부장님하고 확인해볼게"라고 답하겠지만 대충 얘기해주고 끝내려고 하는 분위기라면 자신이 업무를 어떻게 할 지 outline을 짜거나 혹은 보고서의 틀만 만들어 놓고 자신의 계획을 미리 애기하고 "이렇게 진행하면 되는지" 사전 confirm을 받는다. 그런 후에 그대로 작성을 하면 자신도 이미 동의를 한 사항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사항이 없고, comment가 있더라도 매우 적은 사항만 받게 되어 업무를 두 번 하지 않아도 되게 된다.


결론적으로 지속적으로 상급자가 윗선의 업무 요구를 잘 파악하지 못한다면 하급자가 outline을 짤 수 있을 만큼 업무 향상이 있는 상태여야 한다. 그게 안 된 상태라면 안타깝지만 당분간 outline을 짤 수 있을 정도로 업무 향상에 공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 ㅠㅠ



무조건 빨리빨리! 구체적 타임라인 부재 시

갑자기 내일까지 끝내라거나 아니면 오늘까지 끝내라거나 하는 일이 있다. 그럴 경우 간단한 것 보다는 양이 많은 것이 대부분이고 시간 안에 끝내려면 정신이 없기 때문에 물어볼 새도 없이 온 힘을 다해 시간에 맞춰 끝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막상 다 해놓고 보니 당장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불타는 의지마저 꺾여버리는 수가 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상부에서 압박을 가하는 관계로 눈치가 보여서 그런 식으로 요청을 하거나, 혹은 별 의미 없이 빨리 해달라고 얘기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맞춰서 해주는 경우 등이 있다.


대처법:

"왜" 오늘까지, 혹은 내일까지 해야 하는지 확인한다. "왜"라고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그건 요청하는 당사자도 당장 오늘/내일까지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일들의 경우 맞춰서 하느라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막상 보니 당장 해도 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 다시 더 정교하게 일을 다듬어야 하면 일을 두 번 하는 일이 발생한다. 당사자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일인데 그 일은 맞춰서 해 줘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러나 허가기관이 갑자기 공식 문의를 해왔는데 정식 답변을 내일까지 해달라고 했다거나, 혹은 보고일이 다다음 날인데 그 전까지 유관부서 의견을 취합해야 한다거나 하는 등 확실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는 맞춰서 해 줘야 한다.



실제 필요량보다 많은 업무 진행

이 경우에는 업무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쓸데없는 고퀄리티라고나 할까. 예를 들어 실제로는 필요한 자료가 100 정도 인데, 150이나 200 정도를 준비하거나, 혹은 그냥 거의 20정도만 하면 되는데 100 이상을 해놓거나 하면 그 남는 만큼이 쓸데없는 업무에 정신적/육체적 시간을 보내 허비한 것이다. 물론 모든 업무를 성심성의껏 진행하는 것은 좋으나, 보통은 업무를 하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업무를 같이 진행하는 것이고 쓸데없는 업무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느라 다른 업무를 못하게 되었다고 하면 한 가지 업무는 매우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해도 결국 더 큰 손해를 가져오는 것이다.


대처법:

내가 얼마만큼 진행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무엇보다 욕심을 버린다. 한마디로 내 capa (capacity의 약자가 맞는 것 같음)가 얼마나 되는지, 결국은 '주제파악'을 잘 해야 한다. 당장 업무를 해서 줘야 하는데 쓸데 없이 문서 양식을 다듬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쓴다든가, 혹은 업무 중에 어떤 사항만 확인하면 되는데 갑자기 업무 하나에 마인드맵마냥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너무 업무를 확장해서 한다든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혼자 너무 많이 업무를 해놓고는 그것에 대해서 다 봐주지 않으면 서운해하거나 그러지 않도록 한다. 일단 시킨 것만큼을 해 내고 어느 정도 플러스 알파만 해내도 된다. TV 드라마에서는 업무를 하나 시켰는데 플러스 알파 말고도 베타까지 해 놓는 사람이 당연히 더 인정받는 것처럼 했지만 그건 드라마고, 실제로는 업무 하나 제대로 하기도 힘들다.



팀원/팀간 업무 파악 부재 시

이 경우 한 가지 업무를 A라는 직원에게 시켰는데, 알고보니 상급자가 A라는 직원에게 업무를 시켜 놓은 것을 깜빡해서 똑같은 업무를 B가 하고 있는 경우, 결국은 한 명만 하면 되거나 혹은 한 명이서 할 일을 두 명이서 나누어 하면 더 빨리 할 수 있는데 일을 더 하게 되는 경우이다. 또한 팀끼리도 그렇다. 동일한 성격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팀끼리 서로 얘기를 안 해서 같은 일을 많은 사람이서 붙잡고 있을 때도 있고, 혹은 당연히 어느 팀과 나누어 업무를 하려고 했는데, 다른 팀은 마침 그 때 다른 업무로 바쁠 때라 한 팀에서 업무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경우이다.


대처법:

이럴 경우에는 상급자가 팀원간/팀간 업무 사항을 주기적으로 파악해서 조율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만, 상급자가 그런 역할에 소극적이거나 조율에 소질이 없는 경우에는 평소에 팀원간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서로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일을 서로 적게 할테니까 말이다. 또한 자신의 능력상 도저히 혼자 할 수 없는 경우 업무를 잘 나눠야 하는데, 그 때 내 업무를 남에게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팀간 업무도 미리미리 잘 소통을 하고 있어야 하지만, 그럴 시간도 없다면 업무 계획을 세우기 전에 해당 팀과 논의해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의외로 논의도 하지 않은 채로 다른 팀에게 급하다는 핑계로 바로 '통보'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해봐도 다른 팀은 자기네 업무가 가장 우선순위지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남의 팀 업무가 우선순위가 되지는 않기 때문에 나눠서 못한다면 업무가 늘어난다.



계획이 자주 바뀌는 경우

이건 업무를 하면서 정말 무엇보다 가장 힘들 때다. 업무를 해 본 결과 이미 나온 것에 대해서 정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가 않다. 어차피 결과라는 것은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획이라는 것은 아무리 작은 계획이라고 해도 쉽지가 않다. 계획이라는 것은 수행하기가 쉬워야 하고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대비한 사항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모든 걸을 진행하도록 끌고 가기 위해서는 많은 고려를 해야 한다.


한 마디로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예견하는 측면이 강한데, 미래라는 것은 함부로 예견할 수 없다보니 완벽한 계획이란 것은 사실상 힘들다. 그런데 한 번 계획이 정해졌으면 되돌리기가 힘든데 갑자기 계획을 자주 바꾸면 A계획했던 업무가 모두 쓸모 없어지고 다시 B계획으로 새로 시작해야 하므로 문제가 많이 생긴다. 예를 들어 임상시험을 A약과 B약으로 하기로 최종 결정했는데 A약과 C약으로 한다거나 하면 관련된 모든 문서와 근거가 바뀌어야 하므로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대처법:

사실 상부에서 계획이 자주 바뀌면 어떻게 해결 할 수 없다. 가장 최선의 대처법은 '사직'이 있으나 그렇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고, 상부에서 계획이 자주 바뀐다면 바뀌는 부분에 대해서 모두 confirm을 받고 자체적으로 어떤 사항이 염려가 되는지 확인을 계속해야 한다. 계획이 자주 바뀐다는 것은 그만큼 토대가 세워져 있지 않은 것이므로 아무 말없이 수행만 했다가는 오히려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그래서 계획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적절한 것인지 검토하고 그에 대한 로그(문서, 이메일) 등을 남겨놓아야 한다.



그저 역량 부재

이건 신입사원 때 많이 생기는 상황으로, 뭘 할 지 몰라서 무언가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는데 막상 뭘 했는지 물어보면 내가 뭘했는지 대답조차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10분이면 기대하는 결과를 내놓는데,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은 30분이나 혹은 1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나중에 일을 다하고 나면 내가 50분이나 허비했다는 것을 깨닫지만 문제는 업무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걸 모른다는 것이다.


대처법;

일을 잘하면 된다. 위의 같은 상황이라면 일을 어떻게 해야 잘 하느냐면,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하는 일을 잘 설명하려면 머릿속에 어떤 logic으로 업무를 하고 있는지 잘 정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산을 확인한다고 치자. 그럼 말 그대로 예산을 확인한다는 명제 하나만 있는게 아니라 이전 예산과 비교하는 과정, 비용별 합산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 적절한 항목이 들어가 있는지, 개별 금액 선정 수준이 적절한지 등 세부적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예산을 확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그냥 '알아서' 진행하는 행동을 잘 설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신입 때 애를 먹는 것이고, 이런 것은 잘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신입사원 때부터 내가 어떻게 업무를 어던 구성으로 하는 것인지 잘 파악해야 나중에 신입을 벗어나 누군가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되어도 구체적으로 가르쳐 줄 수 있다. 만약 그런 습관이 들어있지 않다면 나중에 "나는 다 알아서 했는데 왜 너는 그러고 있니!"라고 말하는 사람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logic 형성 자체가 잘 되지 않는다면, 역량이 상승할 때까지 물어봐가면서 해야 한다. 누군가의 질문을 자주 받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좋아야 한다. 인간관계가 좋으려면, 하기 사항 중 B의 사항대로 묻는 것을 추천한다.


e.g. 예산을 검토해야 할 때

A; 제가 뭘 검토해야 할 지 하나도 모르는데 뭘 보라는 건가요?

B: 제가 봤을 땐 예전 예산하고 비교도 하고 항목별로 어떤지 비교도 해야 하는 것 같은데 어떤 항목이 필요 없는 사항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항목이 뭔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내가 물어보든 아님 시키든 구체적이지 않은 사항은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질문을 할 때도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여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삽질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정말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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