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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도 말하긴 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신입 사원으로 어떤 것을 신경 써야 하는지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봤다.



신입사원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세


일단 찾아보고 물어보기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이다. 경력이 높은 사람이고 짧은 사람이고 때로는 심지어 나도(!)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귀찮아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다짜고짜 질문할 때가 있다. 이게 당해보면 알 수 있는데 엄청 짜증난다. A부터 Z까지 물어볼 까봐 다 써서 줬는데 읽지도 않고 질문부터 하는 사람의 경우, 못된 버릇이긴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별로'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그런 사람에게서 받는 내가 받는 느낌은 '이 사람은 무엇인가를 알아보려고 하는 관심이 없고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막 묻는구나, 내가 아무리 말해줘도 맨날 리셋 되겠구나' 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면 어린 조카가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거랑 감정이 비슷해 진다고 생각하면 쉽다.


"응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처음엔 열심히 설명해 준다)

"왜?"

"이건 말이지..." (두 번째부터 짜증이 슬슬 올라옴)

"왜 그러는 건데?" (다 설명하기도 전에 질문함)

"이모 바쁘니까 엄마한테 물어봐."


이런 게 '왜'병이라고 일컬어지는데 이럴 때 특효약은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해?"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면 말이 없어진다나. 


위와 같이 신입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모르는 것일 수 있으나, 선배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오히려 설명이 어렵거나 혹은 선배라고 해도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일도 바빠 죽겠는데 계속 호기심 천국사연 제보자 마냥 천진난만하게 묻고만 있는다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이른 바 눈치라는 것이 필요하며, 질문할 때는 아래의 자세를 가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눈치의 기준을 매긴다면 눈치 하위 10% 정도인데 이런 거 알려주는 사람 하나 없다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 하에 갖게 된 자세다. ㅠㅠ 반면에 원래 눈치가 있는 사람은 아래와 같은 걸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해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라 이런 과정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지를 모르거나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신입: "선배님 지금 바쁘세요?"

- 바쁜지 안 바쁜지 전혀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본인이 눈치가 없는 경우 한 번 물어보는 것을 추천함

- 혹은 바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지만 치는 배수의 진.


선배: "응 괜찮아."

- 1차 퀘스트 통과.


신입: "선배님 뭐 여쭤봐도 될까요?"


선배: "응, 뭔데?"

- 2차 퀘스트 통과.


신입: (관련 문서를 보여주며)"제가 지금 이전 프로토콜하고 구글링해보니까 이 문서에서는 이런 부분이 들어가야 한다고 나오는데요, 저희 문서에서는 그런 게 보이지 않아서요."

- 선배에게 물어보기 전에 사전 정보를 파악했으나 문제를 풀 수 없어서 물어보는 것임을 나타냄


선배 답변 1: 그럼 그거 말고 이 문서들은 봤어? 이전 자료들은 봤고?

- 이렇게 나올 경우에는 어떤 문서들을 보라고 하는 지 잘 파악하고 다음에 같은 사항이 나올 때는 알아서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계속 A, B문서 보라고 말했는데 다음에도 계속 똑같은 걸 물어본다면 선배는 분노할 것이다.


선배 답변 2: 그건 원래 그 문서대로 하는 게 맞는데 당시에 어떤 상황이 있어서 불가피 하게 이렇게 해 놓은 거야. 확인해보니까 그렇게 해도 큰 문제 없다고 그래서.

- 이런 식으로 문서에 대한 배경 같은 것을 언급한다면 잘 알아두고 관련해서 같이 볼 수 있는 문서가 있다면 좀 더 스스로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학교에서는 교수님이 알려주신 사항을 시험만 보면 된다. 혹은 알려주지 않은 사항이 시험에 나오면 교수님한테 왜 그러셨는지 질문이라도 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회사에서는 처음에 시작할 때 알아야 할 기본 교육 말고는 알아야 되는 사항을 모두 다 알려주지 않는다. 알고 싶으면 알아서 찾아야 하고, 선배가 잘 알려주는 스타일이 특별히 아니라면 더욱이 본인이 더 노력해야 한다.


신입 생활을 그냥 생각 없이 시간만 때우면서 지내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앞으로의 회사 생활이 바뀐다. 질문을 할 때는 내가 정리를 1차적으로 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모르는 부분을 채운다는 느낌으로 해야지, 그냥 선배가 말한대로만 하다보면 본인 실력은 느는 게 없고 그냥 선배의 심부름만 하는 사람이 된다. 계속 채워가는 식으로 해야 나중에 자기 자신의 안을 낼 수가 있다.


생각해보니 질문 하나할 때에도 눈치보는 게 바로 이게 대한민국의 잘못된 군기 문화인가 싶기도 하다. 때로는 나도 너무 심하다 싶은 것도 있고 몇 가지는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내가 선배라면 자기 기준엔 백날 똑같은 질문에, 바빠 죽겠는데도 똑같은 답변을 몇 번씩이나 해줬더니 다음날이면 언제 들었냐는 듯 또 똑같은 질문을 하는 후배와, 질문도 바쁠 때는 삼가하고 질문에 따라서 대답해 주면 이것저것 찾으려고 노력도 해보고 이런 건 어떨지 발전적인 질문도 해 보는 후배가 있다면 어떤 후배가 더 나아 보이겠는가? 


나는 자기 검열이 심한 사람이라서 자기 합리화보다는 내가 "무조건" 잘못한 것일 거라고 생각해서 그것도 아주 큰 문제였지만, 그 보다 나는 아무 문제 없는데 상대방이 문제라고만 여기는 것도 정말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시 때때로 아무때나 계속 묻지 말고 질문은 한 타임에 몰아서 한 번에 다 하고 끝내는 것이 가장 좋다!


무조건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 보단… 사고나 치지 말기

물론 시켜도 안 하는 것보단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이 나을 수는 있다. 때로는 한 번 정도는 "도와 드릴까요?"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에 안정이 될 때가 있다. 무조건 "선배님!!!! 제가 하겠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여러 번 말한 적 있지만 의욕 과다인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자기가 하고자 할 때는 자신이 할만한 능력이 있는지 자신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다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도 그것은 느낌일 뿐이다. 오히려 어설프게 도와주면 선배가 다시 수정해가면서 해야 하므로 일을 두 배로 하게 될 수 있다. 안 해도 되는 일을 두 배로 하면 모든 사람은 짜증이 나게 되어 있다. 일 욕심으로 무한정 일을 맡기 보단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잘 관리하고 사고를 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


두 번 세 번 확인하기

나도 어느 정도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아무리 완벽하게 하려고 해도 완벽하다는 만족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나는 문서 작업을 할 때 여러 번 확인하는데, 거의 완벽하다고는 해도 그래도 쉼표라던지 띄어쓰기라든지 사소한 실수가 안 나오기는 힘들다. 심할 때는 문서 하나에 거의 10명도 넘게 검토를 할 때가 있는데 그렇게 해도 문서에 실수가 나올 때가 있다. 바로 우리 모두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계도 사람이 프로그래밍 잘못하면 계속 오류난다.


너무나 작은 실수 때문에 큰 실수를 한 것처럼 지나치게 주눅이 들 필요는 없지만 큰 실수가 생겼을 경우에는 당연히 그것을 깊게 생각하고 실수가 나기 전에 일단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를 보내기 전에 자료를 다시 한 번 보고, 메일 쓰고나서 첨부 한 다음에 다시 보고, 메일 보내고 나서도 한 번 보고는 하는데 그래도 실수가 날 때도 있다. 신입때는 실수가 더 많이 나기 쉽기 때문에 실수가 났을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실수가 나지 않도록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


(사고치기 전에) 일단 물어보기

간혹 자기가 집중하고 있거나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짜증이 난 경우면 물어보기는 커녕 자기 주위에 오지도 못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건 정말 잘못 됐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라고 하더라도 무엇인가를 진행하는데 30%이상의 의심이 있을 경우에는 사고치기 전에 무조건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간단한 걸 물어보느냐고 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쳤을 경우에는 단순히 무서워서 아무렇게나 했을 때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지기가 쉽다. 혼나는 한이 있더라도 끙끙대지 말고 아무리 찾아봐도 모르겠다면 꼭 물어보고 진행하자.


윗사람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이것은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감정적인 것이고, 하나는 업무적인 것이다.

감정적인 것은 이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또 한 가지가 '역지사지'이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본다면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된다. 물론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지만, 그런 건 내 관점이 다르거나 잘못 되어서 그런 경우도 더러 있다.


내가 무엇인가 행동을 했을 때 윗사람이 탐탁치 않게 여긴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면 내가 윗사람인 경우 내가 했던 행동이 어떻게 보일 것인가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공감이 되는 수가 있다. 그렇다면 괜찮지만 문제는 공감이 안 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나하고 맞지 않던가 아님 나 말고도 다 그러던가 하는 것이다. 그럴 때가 상당히 많은데, 그럴 때에는 그냥 나 말고도 다 원래 다 저렇 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 제일 마음 편하다. 실제로 내가 부정적인 것에만 너무 집중을 하느라 긍정적인 것은 전혀 없다고 여기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업무적인 것은 업무를 할 때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어떻게 대답할 지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잘못 되든 잘 되든 모두가 자신의 취향대로 업무 처리를 하고 싶어한다. 일례로 신혼부부들이 싸우는 이유중에 치약을 가운데서 짜느냐, 끝에서 짜느냐로 싸운다고 하는 걸 보면, 결국 결과는 동일한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지 않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사실 업무를 건설적으로 하려고 한다면 윗사람이 하는 방식과 내가 하는 방식을 합쳐서 진행하는 게 좋겠지만, 신입사원은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힘들다. 그래서 상사의 업무 방식에 대한 취향을 알아야 한다. 메일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전화를 좋아하는지, 보고서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파워포인트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문서 구성을 어떻게 하고 싶어하는지 그것을 지속적으로 잘 파악해서 맞춰서 해야 칭찬은 못 받더라도 화는 면할 수 있다. 


내가 한 점에서 어떤 점을 고쳤는지 확인해 보기

건설적인 상사라면 아랫사람이 한 것을, 특히 신입사원이 한 것이라면 항상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 신입사원이 만든 것을 고쳐서 내기 마련인데, 많은 경우 어떤 것을 고쳤는지 얘기해 주지 않고 그냥 바로 끝내버린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그렇게 끝나는 경우가 있느냐 하면 '그런가보다' 여러 시일이 지났는데 후속 업무가 생겼을 때 내가 알던 거랑 달라서 헤매고 있으니 내가 이전에 이렇게 고쳐서 했는데 왜 모르느냐는 말을 갑자기 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두 가지 이유인데, 자기가 이미 말해준 것으로 착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내가 뭘 고쳐줬는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사실인데 왜 모르고 있느냐 둘 중 하나다.


그래서 아까와 이어지는 면으로, 어떤 점을 고쳐줬는지 알아야 내가 어떤 것을 잘못했거나 모자라게 했는지 알 수 있고, 더불어 상사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마지막에 어떻게 끝났는지 파악하고 내가 했던 것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너무 의지하지 말기

특히 윗사람이 그런가 보다 하고 자기가 고쳐서 내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거나 아니면 하나하나 다 따져서 자기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의 사람인 경우,가끔 신입사원이나 신입사원이 아니라도 경력이 그리 길지 않은 이들이 윗사람에게 많이 의지하곤 한다. 윗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일을 떠밀지는 않지만 마음 속에 '이 정도는 알아서 해 좀 고쳐주겠지'하는 마음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일을 대충한다. 이렇게 계속 아무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아랫 사람이라도 문제에 책임을 져야할 때가 있고, 한 번 상사는 영원한 상사인 법도 없기에 그 상사와 떨어져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다른 사람이 '저 사람 일 진짜 못한다, 윗사람이 일 잘 하는 거였네'라는 평판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장기적으로는 일을 잘 못 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물론 가끔은 이렇게까지 일을 다 해줬는데도 어찌 이것 하나 안 봐주는 경우가 있는 건가 속상한 경우가 있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자신의 일을 책임져 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큰 착각이며 자신의 일은 결국 자신이 책임져야 할 때가 온다. 따라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일을 책임지고 진행하고 너무 기대려는 자세는 자신에게 좋지 않다.


욕심을 버려라

내 친구들은 병원에 많이 근무하기 때문에 본부장이 거의 다들 30대 쯤인지 알고 있는 경우가 꽤 있었다. 드라마에서 본부장님과 온갖 실장님들이 다 그랬기 때문이다. 그런 류의 드라마를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재벌 2세라서 그런지 무엇인지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회사를 잘 끌어가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신입사원이 갑자기 초고속 승진을 하는 경우도 보여주곤 한다.


그렇지만 당신은 재벌 2세도 아니고 드라마 주인공도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신이 하버드 보다도 더한 하버드 할아버지 대학교를 나왔다고 해도 신입사원이면 실수하는 것은 똑같고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다. 물론 머리가 너무 잘 돌아가는 관계로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성취도를 쉽게 보여줄 지도 모르지만 일하는 것과 공부하는 것은 다른 것 같다. 일할 때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단 처음에 들어가면 어떤 일인지 모르기 때문에 알아야 하고, 알지도 못하는 데 능숙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본부장님과 온갖 실장님들을 은근히 보면 꼭 보좌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전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다. 도와줘도 잘 할까 말까 한데 다 스스로 해야하고 낯선 환경에서 압박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공부는 개인플레이에 가까운데 회사에 들어가서 하는 일이라면 혼자서만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꼭 나를 괴롭히는 이상한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 사이의 관계에 서투르거나 혹은 그 동안 다른 사람에게 무신경하게 지냈던 사람이라면 일을 보다 힘들게 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뭐든지 다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심한 사람이거나 그 동안 별 굴곡없이 자신이 원하는 걸 무리 없이 잘 가질 수 있었던 사람의 경우, 욕심을 내려놓고 내가 못한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고 채워가기에 열중해야 한다. 그다지 주눅들 필요가 없는 것이, 고대의 기록을 보면 거의 꼬마 때부터 제왕학을 몇 십년 배운 왕자들도 막상 왕이 되면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국의 왕으로 살기 위해서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럽게 가르쳤을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면 그다지 큰 것 없이 시작한 상황에서 일을 못하는 것이 얼마나 당연한가를 받아들이기 쉬워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신입사원 때 준비하거나 갖추면 좋은 것


재테크 준비

솔직히 우리 세대는 빚을 가지고 시작한다. 그렇지만 이제 취직을 했으니 돈도 좀 쓰고 싶어진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란 테마로 옷도 가방도 나에게 많이 주고 싶어지기 시작한다. 혹은 스트레스 해소란 명목으로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내 주변에도 취직을 했는데도 부모님이 용돈을 주시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신입사원부터 막 쓰고만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아마 몇 가지 경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결혼을 안 할 거라든가, 결혼을 하더라도 막연히 부모님이 좀 보태주시겠지 한다든가, 아니면 그냥 미래에 대한 생각은 없고 오늘을 즐기자고만 생각한다든가.


주변에 보면 돈을 못 버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모아놓은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주식 투자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꽤 봤지만 그렇다고 자기 월급을 계획성 있게 예산을 잡고 쓰는 사람은 못 봤다. 몇 억씩 되는 회사 예산은 그렇게 잘 짜고 아끼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이 자기 월급을 자기가 어떻게 쓰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허다하다.


재테크 책을 요새 들어 몇 권 읽었는데 월급쟁이들을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서들은 역시 답이 일맥상통했다. 절약해서 저금하는 게 재테크고, 통장 쪼개고, 예산을 분야 별로 몇 % 설정해서 쓰라는 그런 일반적인 얘기들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게, 월급이라는 것이 한정적인데, 한정적인 수입에 붙는 돈은 역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High risk-High return이라고들 하는데, High-return에 집착하고 일부의 성공을 무척이나 인상깊게 여기기는 쉽지만 보통 사람들의 경우 High return도 가기전에 High-risk로 가는 것이 쉬운 것 같다.


그래서 돈을 아예 쓰지 않기보단 얼마나 모으겠단 단기나 장기 목표를 가지고 신입사원 때부터 계획적으로 잘 소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가 재테크 전문가는 아니므로 이 정도 잔소리에서 멈춰야 겠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 형성

팀장 및 상부 라인: I 메세지를 써라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말은 '아'다르고 '어'다르다. 특히 나보다 윗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사의 의견에 약간의 반대 의견이 있을 때 아래의 예를 보자. A와 B 중 어떤 것을 상사라면 더 좋아하겠는가?

A. "저번에 말씀해 주신대로 했다가 잘못된 경우가 있었어요. 이번에는 이것보단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B. "팀장님, 말씀해 주신 것중에 그 사항에 대해서는 저도 맞다고 생각해요. 이건 제 생각인데요, 아마 다른 방향으로 가면 몇 가지 점이 더 나을 것 같아요. 저번에 그 방향으로 진행했다가 발생했던 사항도 이 방법으로 하면 더 보완되지 않을까 싶고요."

한 마디로 B처럼 돌려서 얘기하라는 것이다. 왜 이렇게 얘기해야 하느냐, 나는 나의 갈 길을 가련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 직설적으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기한테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 자신도 좋아하는 경우를 못 봤다. 아무리 대범하고 성격좋은 사람이라도 부정적인 의견만 자꾸 듣다보면 그 사람이 자꾸 부정적인 메세지만 주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게 된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 번이라는데, 아무리 맞는 말만 하더라도 '네 말은 전혀 아니다'라고 계속 말하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괜히 간신배가 살아남고, 대쪽같은 선비들이 귀양가고 사약 마시는 게 아니다. 상사들도 보통 사람들이고, 아무리 배포가 큰 사람이라고 해도 '사람은' 한계가 있다. 


몇몇 사람들의 경우 돌려서 얘기하는 것에 알러지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내가 보기엔 그러는 것이 가식 떠는 것 같아서 싫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그보다 그렇게 할 지 모르거나 혹은 노력조차 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요령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이건 정신간호학에서 배운 것을 나름대로 접목 시켜본 것이다.


A의 경우를 쉽게 정리해보면 '네가 말한 대로 했다가 저번에 잘못됐잖아. 이번에는 내 말이 맞으니까 그대로 해'이다. 일단 내 의견이 무시당한 느낌이 들고 그에 더불어 자신의 의견이 더 낫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 마디로 네 의견은 틀렸고 나는 맞다는 것이다.


B의 경우를 쉽게 정리해보면 '네 말도 맞긴 맞는데 내가 보면 아마 이쪽으로 가면 더 좋을 것 같다. 이전에 문제 있었던 사항도 더 나아질 것 같다'이다. 결론적으로는 같은데 이 쪽은 어느 정도 의견을 수긍하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B를 보면 일단 수긍하는 멘트를 넣는다. 긍정적인 메세지를 앞으로 보내고 네 의견이 맞고 내 의견이 맞다고 얘기하기 보다는 C도 좋고 D도 좋지만 그보다 C를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상대적인 선호를 보여야 한다. 사실 일을 하는데 정답이란 건 없고 보다 더 나은 답만 있을 뿐이다.


또한 B를 보면 일반화시키기 보다는 '자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 그렇게 나타나 있다. 이것을 I메세지 혹은 나 메세지라고 하는데, "너 진짜 짜증난다"라고 얘기하지 말고 "네가 그렇게 하니까 내가 짜증난다"라고 하라는 것이다. 사실 맞는 게 그 사람이 짜증나는 게 아니라 내가 짜증 난다고 느끼는 것이고, 그렇게 표현하면 힘들게 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얘기하게 되어 서로 감정이 많이 누그러들게 된다. 쉬울 것 같지만 엄청 어려운데, 어렵다면 요새 카톡이나 SNS에서라도 너무 티는 안 나게 자연스럽게 적용시켜 보자. 


그리고 매우 중요한 것은 말을 할 때 열심히 준비했다면 주눅들기보다 자신감 있게 말하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보다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시선처리 하나가 일 잘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또 상대방이 내가 한 행동으로 화가 났을 때 나도 화가 나고 왜 그렇게 됐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싶겠지만 일단 참는 게 좋다. 우리 나라 사람들만 그러는 지는 모르겠는데 대개 윗사람들의 경우 화가 났을 때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일단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상대방의 흥분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면 대부분은 자기가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미안하다고 말을 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마음이 차분해졌을 때 일단 자기가 잘못한 점을 얘기하고 그 다음에 자초지종은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이 상대방이 미안함을 최대한 오랫동안 갖게 하는 방법이다. 


사수 라인

팀장급이 아니더라도 바로 위 사수의 경우 약간 애매하다.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가장 많은 시간을 겪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럴 수록 나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몇 살 차이 안 나는 사수라고 해도 엄연히 선배이기 때문에 너무 동아리 선배처럼 편하게 대했다가는 사람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업무가 잘 되었을 경우 '○○선배님이 도와준 것은 아니었구요, 제가 확인해봤더니 이런 사항이 있어서 적용해 봤습니다'라고 너무 솔직히 말하면 듣는 선배 마음 아프다. 그 말이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 만약 사수보다 아랫사람이 너무 뛰어나다면 경쟁자로 느끼거나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너무 필요 이상을 말하는 게 걸린다면 '평소에 ○○선배님이 잘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정도로 마무리하자. 이렇게 하는 게 까다로운 일이긴 한데,혼자서 업무를 잘 할 때는 잘 하고 그래도 선배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지속적으로 어필하는 게 선배의 위기감을 줄이는 법이다. 이렇지 않고 거의 동기간 관계처럼 지내는 경우도 있으니 역시 사람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것이 좋다.


동기간 관계

회사 동기의 유무를 매우 중요시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이 바로 뒷담화를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심해야 하는 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어떤 사람인지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뒷담화를 너무 편하게 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입이 가벼운 동기가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모두 다 떠벌리고 다닌다면, 사람은 죄가 없으나 한 일을 미워하게되는 일이 생길 수가 있다. 안 그럴 것 같지만 성인이 된 지 한참 넘어서도 이건 얘기하면 안 되는 거라고 얘기하지 않으면 그냥 막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혹은 '이건 얘기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하는 얘기까지 다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서로 입단속을 잘 하자.


동기가 있으면 다른 부서 일 관련해서 좋은 게 모르는 게 있을때 그리 부담 없이 물어볼 수가 있다. 문제는 이걸 너무 악용할 경우 일 바쁠 때 계속 물어보면 있던 동기들 다 떨어져 나갈 수 있으니 조심하자. 정말 이것 때문에 대놓고 말은 못하는 데 짜증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 


무엇보다 동기간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하는 것이 동기들이 회사에 남아 과장이 되고 차장이 되면 일을 처리하기 쉬워질 수가 있다. 김구라는 PD가 아니라 그 밑의 AD를 본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 회사를 오래 다니지 않더라도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도 인맥은 계속 이어지게 된다. 회사 생활에서 윗사람들만 신경쓰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보다 동기 및 동기 이하 레벨을 살피는 것이 오랫동안 좋은 회사 생활의 지름길이다.



마치며

이렇게 장황하게 많이도 써 놓으니 신입사원 시절을 아주 잘 보낸 것으로 착각할 수 있겠지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이렇게 쓸 수 있는 것은 남들보다 많이 모자란 탓에 이리저리 궁리를 정말 많이 해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써놓은 것들은 1등 신입사원이 아니라 그저 신입사원으로 욕을 어떻게 해야 덜 먹나에 가까운 방법들이라고 생각한다. 신입사원으로 능력을 인정 받는 이들은 매우 소수다. 대부분의 경우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다. 내가 계속 말하는 방법들은 욕을 그나마 덜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이고, 그 외의 사항은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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