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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렇다는 말을 가끔 듣지만 나는 어렸을 때 참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는 좋은 학교 가서 성공하는 게, 소위 잘 나가는 게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닌 척하고 아니라고 우겨도 봤지만 지금 보니 나는 그냥 성공하는 거 아니면 시시하다고 여기는 참으로 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고 2때 그런 생각이 피크였다가 어찌됐든 저찌됐든 대학교 입학에 성공하고 나서는 그런 조급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었다.

 

대학을 다닐 때도 할 수 있는 한은 용을 쓰면서 다녔다. 내가 원래 생각하던 높은 곳은 못 될 지라도 내가 갈 수 있는 한 높은 곳을 꼭, 그것도 아주 꼭 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냥 용을 썼던 거지, 그걸 즐겁게 생각하면서 했던 건 아니다. 그래서 내가 그걸 견디기 위해서 내가 즐거워하는 일을 나중에라도 하게 된다면 그 땐 괜찮을 것이라고 자기 최면을 자꾸 걸어댔다.

 

그래서 실제로 어쩌다보니 이런 일을 해 보면 재미있겠다고 평소에 생각했던 일을 하게 됐었다. 나는 원래도 용을 쓰는 타입이었으니 아마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면 더욱 더 매진해서 하게 되지 않을까 했다. 그러나 무슨 일을 정말 사랑하고 있는지는 한 달간 야근만 지속적으로 해보면 알게 된다. 한 달 넘게 야근을 해 봐도 여전히 그 업무가 좋고 계속 더 잘 하고 싶다면, 그건 정말 그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은 건 몹시 애정 결핍인 연인과 함께하는 것과 같다. "나 사랑해? 그럼 이거 해 봐." 이런 식으로 업무들이 달려든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쏟아보는 것이다. 아마 대개 성공이란 걸 이룬 사람들은 이 모든 괴팍한 면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모두 과도한 업무량을 참고 견뎌 선진한국 이룩하자' 같은 류의 것이 아니다. 웹투니스트 이종범은 예전에 이런 말을 했다. 꿈은 당신을 속일 수 있다고. 우리 모두 그런 착각을 잘 하는 것 같다. 꿈은 무조건 도전해봐야 한다거나, 혹은 그냥 현실에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거나 두 가지만으로 생각을 하지 꿈을 구체화 시키거나 꿈을 이루려면 어떤 단계나 방법이 있다거나 하는 생각들은 잘 해보지 않는 것 같다. 꿈도 구체화해보고, 거기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이 내가 견딜 수 있는 것인지 생각을 해 보고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때 해도 늦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무엇인가를 구체화하기에 앞서 머뭇댈 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부딪친 다음에 알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사랑하는 대상이 무언가 괴팍하거나 상처를 줄 만한 사람인지도 모른지만 문제는 모든 것은 만나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을 통해 이렇다더라 하고 정보를 얻어볼 수는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그 느낌은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일을 정말 사랑한다라고 말하려면 이 모든 것을 겪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답변이 나와야 한다. 나는 아직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답을 얻을만한 일은 못 한 것 같다.

 

사람 사이의 관계든, 일과 나와의 관계든 한 쪽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만 하는 관계라면 그것은 건강하지 못한 관계이기에 오래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게 굉장하지 않다면 그건 그만두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우리는 균형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고, 목표지향적이다.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100% 보다 그 초과하는 무엇인가를 투자해야만 얻어낼 수 있다고 착각하고, 막상 그것을 이뤄냈을 때 이후의 상황은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결과론적인 사람보다 과정론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결과를 위해서는 불행한 과정이 당연하다는 말은 인정하기 힘들다. 결과라는 건 쉽게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행복한 과정을 찾는데 더 중점을 둬야 한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물어야할 것 같다. 지금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목표말고도 과정까지도 모두 사랑하고 있는지를 계속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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