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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 CRC에서 CRA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CRC를 어느 정도 하다가 CRA를 해볼까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되도록이면 이미 CRC를 하고 있는 사람을 좀 더 중심으로 업무가 어떻게 다른지 내가 아는 한에서 적어 보고자 한다. 글을 쓸 때 기준을 두 가지를 함께 녹이기는 힘들 것 같아서 이미 CRC를 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게 내가 더 편할 것 같아서 그렇다. 그리고 나는 되도록이면 기관 관리를 직접 하는 입장에서 작성했으므로 기관 관리를 CRO에 맡겨서 하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참고 바란다.

실은 나도 CRC를 하긴 했었지만 그것도 벌써 나름 오래전 일이라 지금 CRC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공감이 안 갈지도 모르겠다;;

회사라는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CRC로 일 했다면 병원에서만 업무를 해본 것이기 때문에 회사라는 곳의 업무 절차를 새로 배워야 한다. CRC로 업무 했을 때는 왜 이렇게 지속심의비가 늦게 들어오는지 이해가 안 되고 그런 일이 있을 것이다. 이제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각 회사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이게 근데 회사마다 규칙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 입사하는 회사의 규칙이 기준이 되고 진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는 않다.

보통 낯설어하는 것이 여러 기안 처리다. 보통은 특히 Sponsor에서는 어떤 금액 지급이 집행된다고 할 때 금액 등에 따라 바로 위의 관리자-재무팀 혹은 회계팀 검토나 승인-집행 처리 담당자 등의 복잡한 결재절차를 따르게 된다. 드라마로 회사를 배우면 잘 생기고 젊은 본부장이 나와서 서류에다가 서명하고 그런 건지 아는데 어느 정도 우리가 알만한 규모의 회사라면 대부분 전자결재를 한다. 금액에 대해 증빙을 해야하고 더불어 고액일 경우에는 별도의 사전 기안(보고서 같은 개념)을 작성해야 하거나 결재선이 달라지는 경우 등이 있으므로 내규를 잘 확인해야 한다.

그것도 그렇지만 회사에서는 보통 1년에 한 번씩 본인이 세워놓은 목표에 대해서 달성을 했는지 달성을 못 했는지 확인을 한다. 그런데 이런 목표 세우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냥 업무를 잘 한다 이렇게 세우는 게 아니라 실제 업무를 언제까지 해야 한다던가 구체적으로 세워야 하고 무엇보다 내가 지킬 수 있고 또 진짜 달성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불어 회사에 따라 팀이나 부서의 목표를 정할 수도 있는데 이것이야 말로 어떻게 보면 구체적이고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그런 류의 것이기 때문에 참 어렵다. 물론 CRO 등의 경우에는 실제적으로 간다고도 듣긴 했다.

보통 병원에서만 일을 한다고 하면 이런 일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낯설 수밖에 없다.

 

행정적인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사실 아까 회사의 시스템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 하고도 이어지는 내용인데 회사에 CTA나 전담 인원이 있어서 계약서 등을 처리해 줄 수도 있지만 기관마다 계약서 검토 절차나 연구비 지급 절차 등이 다 달라서 일정에 맞게 행정적인 업무를 잘 해결해야 한다.

이게 아무런 대중 없이 일하다보면 충분히 끝낼 수 있었던 일도 못 끝내고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금액 지급일이 정해져 있다던가 사전에 미리 논의해서 설정해야 하는데 그걸 고려 안하고 업무를 하다보면 하루 이틀 차이로 연구비 지급이 많이 미뤄지거나 그런 류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

 

SOP 및 규정에 맞추어 업무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CRC일 때는 Protocol deviation 정도만 관리하면 된다. 그렇지만 이제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각 회사의 SOP에 익숙해져야 한다.

CRC로 근무할 경우 각 임상시험센터나 IRB의 SOP가 있긴 하지만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아예 다르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일반적인 회사라면 업무의 정의와 범위를 문서 서두에 정하고 실제 절차 및 담당자가 구체적이고 특히 CRO의 경우 거의 모든 업무에 Business day 며칠 안에 진행해야 하는지 박혀있는 경우가 많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많다보면 SOP를 어기게 되면 단순히 끝나는 게 아니라 왜 어겼는지 원인 및 진행, 결과 그리고 해결책과 그에 따른 실제 진행 사항까지 모두 follow up해야 한다.

CRC 근무할 때도 충분히 짜증났겠지만 확실히 CRA를 하게 되면 따라야 할 게 더 많아지면 많아지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프로토콜에 스케줄표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예전에 CRC할 때는 프로토콜이란 게 있지만 거기에 사실 필요한 건 선정제외 기준하고 투약 시작 기준, 그리고 스케줄표 말고는 딱히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회사에 들어가고 보니 다른 부분도 대부분 필요해서 작성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알고보니 CRC할 때는 CRA가 내가 해야하는 걸 해주었거나 내가 할 필요가 없어서 관련이 없어서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일하고 프로토콜 어느 부분이 이어지는 지 잘 생각해보는 게 좋다.

그 외에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많은 일들이 결국 내가 알아야 했던 일이었던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 그 중 하나가 바인더 관리이다. 대부분의 CRC가 바인더가 뭔지 모르고 일을 한다. 사실 교수님이 아는 게 더 중요할 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목차도 모르고 뭐가 차례로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서 그걸 내가 직접 체크하려면 쉽지 않다.

바인더 안에 있는 문서들도 그냥 있으려니 했을 지 모르지만 회사마다 다소 다를 수 있어도 대부분은 그런 문서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약 왜 안 오느냐고 화가 났을 지 모르지만 시험약을 직접 보내보면 이해가 갈 수도 있다. 시험약이라는 게 보통 여러 파트가 같이 잘 일해야 맞춰서 보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물건을 보내야 하는데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있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게 태반이다.

그리고 약간 벗어나지만 CRC 하는 사람 중에 사람 대하는 게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면 사실 그렇다면 회사에 들어오면 더 힘들면 힘들지 쉽지 않다. 내가 CRC와 연락을 해야하고 더불어 회사에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거의 매일 마주하면서 살 수도 있다.

업무에 필요한 것이 더 많아진다
일단 아웃룩이나 엑셀 등 쓰는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파워포인트도 마찬가지다. 곧잘 하는 경우도 있지만 계속 일하려면 일하다가 필요한 게 있으면 기능을 잘 습득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게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누가 내 업무를 대신 해 주지도 않고 내 프로젝트를 어느 정도는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일 단위 주 단위로라도 계속 타임라인 관리를 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이거 계속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계속 못하면 언젠가는 위에 가서도 못하면 나 뿐 아니라 팀원 타임관리도 같이 못해서 결국 프로젝트를 망치기 쉽다.

그 외에도 처음에는 본인 일만 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어떤 면으로든 누군가든 간에 협력해서 업무를 하기 마련이고, 여러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 때 효율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앞으로 본인이 후배들과 근무할 때 특히 그런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는데 그 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게 조별 과제랑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비슷한 면이 있지만 약간 다르다. 일단 조별 과제가 잘 망하는 이유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원으로 들어가면 내가 일정량의 책임을 지고 업무를 해야 한다. 또 조별 과제 같이 한다면 본인이 자신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다만 내가 조장으로 조별 과제를 잘했었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처음부터 팀장을 할 수는 없으므로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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