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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말했듯이 CRC를 하고자 하는 사람도 많은데 아무런 정보도 없고 주위에 물어볼 사람도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내가 경험한 바를 여기에 옮겨본다. 물론 CRC가 어떤 일을 하는지 사전적으로 적어놓은 경우는 꽤 있지만 그것만 봐선 도대체 CRC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일단 간단하게 CRC 업무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정도로 알았으면 좋겠고, 내가 경험한 개인적인 것이니 이것을 CRC 업무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먼저, CRC가 매일매일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업무흐름표부터 적어보았다.


 * 내가 Oncology CRC였기 때문에 Chemo등의 단어가 섞여있다.



01 업무흐름표


오전 외래 업무(09:00~)


· 미리 전날에 환자 ongoing AE(Adverse Event)와 외래 오는 시간 파악
· 복약일지 프린트, QOL 등 할 것 준비하기
· 프로토콜 일정표 보고 날짜마다 해야 할 일을 파악하기
· 시작 기준에 맞는지 ANC, Platelet, Hgb 등 수치 확인하기
· 환자 Vital Sign Check, 키와 몸무게 Check
· 만날 때 Lab 수치를 얘기하면서 대강의 계획을 환자분께 말씀드리고 가져오신 복약일지를 받고 새로 또 준비한 복약일지를 드린다음, 약을 다 드셨는지 확인하기. (QOL-Quality of life을 해야 되는 날이면 QOL 등을 하기)
- 부득이하게 Lab 결과로 Chemo가 미뤄졌든지 아니면 증상 때문에 먹지 못했을 때 남은 약을 가져왔다면 그 개수를 다 제대로 세고, 그 약 만큼을 빼고 처방하기 (이것은 study에 따라서 다른 사항임)
- 약을 하루 더 먹었으면 Deviation(계획서 위반) 서류 작성해야 할 수도 있음
- Chart에 기록하기
· AE 파악
-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특히 SAE로 연기된 환자의 경우 그 증상 파악하고 적어줘야 함
· 시간이 있으면 외래기록지에 간단히 lab 수치, 몸무게 줄어들거나 AE 때문에 감량해야 하는 것을 적기
- Gr 3(CTCAE 기준) 이상일 때 그런 경우가 많은데 감량할지 중지할지는 담당 교수님과 상의 후 결정



[환자 처방 용량이 바뀌는 경우]

· 프로토콜에 따라 몸무게 ±10% 차이의 변화가 있을 시에는 재계산 하거나 AE로 인해서 감량해야 함
· 그렇게 수정된 용량 그대로 안 하면 Deviation



오후 업무(13:00~)


· 외래를 보고 나서 환자 AE 등 정리
· eCRF 기록하기
· 그 외 관련 업무, 환자 내용 파악하기
· 메일로 업무 내용 확인
· 다음 날 할 내용 준비하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절대적인 사항이 아니고 상당히 간략하게 줄인 것이다. 병원 시스템이나 프로토콜 등의 여러 여건들에 따라서 일은 이것보다 훨씬 많아졌으면 많아졌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내가 근무한 곳은 CRC로서의 역할만 기대했지 다른 역할은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CRC로 근무하시는 분들이 보면 이건 정말 말 그대로 '새 발의 피'라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한 줄로 아주 간단하게 줄이자면, study set up → 환자 Screening → Study Enroll → Treatment → F/U → Study closing 시키는 일련의 과정에서 주어지는 일을 하는 것이다.



02 PMS 등 기타 업무

 PMS는 이전에도 설명했지만(PMS 포스팅 보러가기 클릭) 약이 시판되고 나서 조사하는 것이다. 예전에 포스팅한 건 약간 공식적인 문서라고 볼 수 있고, 실제로 내가 경험해본 PMS는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는 달랐다. 일단 시판 후 조사였기 때문에 내가 했던 PMS는 이미 약을 사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해서 chart review를 통해 설문지 형태의(?!) 몇 장의 서류에 정보를 채우는 일이었다. 그 외에는 study를 맡아 진행시키는 일과 그에 관련된 수행 말고도 기타 설문지 조사라든지 환자 tracking이라든지 교수님이 주신 업무 등이 주된 업무였다.



03 CRC 업무 시작 시 조언

 일단 CRC를 하기전에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임상에서 나온 사람들이 하기 쉬운 생각이
 '내가 임상에서도 버텼는데 설마 이보다 더한 일이 있을까? 뭐든 간에 9 to 5이기만 하면, 아니 임상하는 것만 아니면 다 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CRC도 그렇게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대충 일하려는 생각으로 왔다가 자기가 익숙하던 분야도 아니고 생소하고 어렵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시작도 안 해보고 그만두는 사람도 있었고, 하다보면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임상보다는 업무양이나 부담이 많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너무 쉽게 얕보고 덤볐다가는 큰일날 수가 있는 것이다. 일단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잘 살펴보고 내가 단순히 힘들어서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은 건가를 잘 살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왕에 CRC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이제부터 새로운 곳에 가서 어떻게든 적응하겠단 생각으로 꼭 다른 곳으로 나중에 일자리를 옮기겠다는 생각보다 일단 CRC일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일단 마음이 콩밭에 되어있는데 일이 잘 될 리가 없다. 일단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집중해야 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CRA가 되고 싶었던 차에 가긴 했었지만 나중에는 다른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고 CRC 일에 집중했었다. CRC가 현재 실제적인 상황으로 봤을 때 최종적인 마지막 선택이 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자기 자신부터가 CRC 일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적으로 CRC로서의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시는 CRC 선생님들도 많고 아직은 모든 것이 자리 잡지 않은 상태라 여러 가지로 열악한 상황이지만 CRC는 CRA가 아니라 하더라도 CRC 자체로 매력적인 업무라고 생각한다. 단지 CRC 자체로 만족하기에는 우리나라에서 부딪치는 문제가 꽤 있다는 것이 걸리지만 말이다.(문제가 꽤 있기 때문에 자세한 얘기는 이곳에서 다 말하지 못하겠다.) 당장에 CRC 카페만 가보더라도 여러 CRC 선생님들이 여러 문제에 힘겨워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내가 그랬듯 꽤 만족하고 일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CRA를 하고 싶었는데 CRC를 시작한 탓에 찔려서 이렇게 길게 얘기한 것 같기도 하다.)
 
 기본적으로는 서류 정리라든가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이어야 잘 할 수 있는 일 같다. 그리고 오히려 임상 일이 더 나에겐 맞다는 경우도 꽤 보았다. 오히려 임상에 있을 때보다 능동적이고 생각해야 할 일이 꽤 많아서 그런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CRC 일을 구할 때는 공고가 너무 자주 나는 곳은 피해야 한다. 그렇지만 내가 있던 곳은 정말 참 좋은데 이상하게도 사람이 너무 구해지지 않았서 계속 구하는 경우도 있었으므로 일단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면 과감하게 문을 두드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단 이력서를 내기전에 몇 가지 알아보고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개인 PC가 지급 되는지, 내가 있을 곳이 휴게소와 겸하는 곳이라 사무실과는 거리가 먼 곳인지, study를 몇 개 정도 하고 있는지(글로벌 SIT, IIT등), 개인 사무 용품은 나중에 청구해서 쓸 수 있는지 이런 건 꼭 물어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특히 study를 몇 개 정도 하고 있는지는 업무 loading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에 일단 study가 들어보기에 많다면 CRC를 하면서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좀 생각해보아야 좋겠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느 교수님 소속으로 그 교수님이 어떤 분이신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긴 하다. ^^;; 나의 경우에는 정말 빈말이 아니라 일 하기 정말 좋으신 분이었다. 너무 간섭도 안 하시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셔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단 꼭 PI 교수님이 아니더라도 같이 일하는 Sub-I분들도 임상시험에 협조를 잘 해주시는 분이어야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일단 내과의 경우는 업무 loading이 전반적으로 많은 것 같고, 특히 종양 파트는 환자들이 겪는 AE도 많고 그에 따라 visit도 많을 수 있기 때문에 업무가 일반적으로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외과 쪽 업무가 좀 더 양이 적은 것 같다.(경우에 따라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서 다른 일과 병행하고 싶을 때는 업무 loading 자체가 적거나 아니면 파트 타임으로 하는 일이 적당할 것 같다.

 그렇지만 그와 반대로 CRC를 경력으로 발판 삼아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을 때는 업무 loading이 많더라도 Oncology 파트가 더 나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실제적으로 항암제 연구가 가장 왕성한 편이고 인정받기 쉬운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어렵지만 일단 열심히 잘 해낸다면 크게 도움이 될 곳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약간 어려움은 있었지만 Oncology 파트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문제라면 계속 Oncology 파트에서 일해야하니 쭉 힘들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된다. ㅠㅠ




04 달력과 스케줄

 CRC가 되고나면 갑자기 달력이 매우 중요해진다. 달력에 환자 스케줄은 인덱스 테입(조그만 포스트잇) 같은 것으로 표시하는 게 좋다. 나도 같이 일하던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이긴 한데 환자 Visit이 있을 때 미리 붙여놓은 후에 스케줄이 갑자기 바뀔 때면 쉽게 옮길 수 있고 알아보기도 쉽기 때문이다. 맨처음에 나는 구글 캘린더로 일일이 입력하곤 했었지만, 딱히 그럴 필요는 없고 그러면 오히려 불편하다. 그렇게 붙여놓고 그날그날 내일의 업무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가장 낫기 때문이다. 그리고 맨 처음에는 스케줄을 어떻게 정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나는 머리가 좀 남들보다 떨어지는 지 어떤지 몰라도 3주에 한 번 이라는 말을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예를 들어 3주에 한 번 환자분이 방문해야 한다면 5월 6일에 방문했었다면 5월 27일에 오면 된다. 그런 식으로 미리 미리 스케줄을 잘 정리해야 스터디가 잘 진행될 수 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음에는 실제적인 CRC 업무 중 사소한 팁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지금 방명록에는 살짝 무시무시하게 '헤드헌터도 글 쓰지 마시고 CRA 어떻게 되는 건지 물어보지 마세요!' 이런 식으로 써 놓았지만 그래도 CRC 업무에 대해서 궁금한 것을 댓글로 달아 놓으신다면 질문에 따라서 답해드릴 예정이니 겁먹지 마시고 일단 댓글이나 방명록 달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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