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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없는 세상 - 10점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책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전 세계가 함께 읽어야 할 올해 최고의 논픽션”_<타임>

 인간이 없는 세상을 날고 있는 새들의 그림보다는 10포인트가 조금 넘어보이는 주황색 글씨의 조합이 눈에 거슬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동생의 짧은 소개로 가졌던 기대감에 약간 흠집이 났다. 여태까지 유명하네, 어쩌네 하는 책들에 대해 아쉬웠던 적이 꽤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오해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표지에 써있는 대로 이 책은 전 세계가 함께 읽고 고민해봐야 할 책이었던 것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자기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게 인간은 짧은 삶을 살면서도 몇 분 후의 변수도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 걔중에 생각이 깊은 인간들은 ‘후대’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그렇지만 인류는 언젠가 멸망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거나 그 후에는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는 인간은 쉽게 찾기 힘들다.

 이 책은 그렇게 쉽게 넘겨버리기엔 어려운 이야기에 대해 정말 세심하고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의 가정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어떤 요인인지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떻든 간에 어떤 이유에 의해서 지구에서 인간만 사라지게 된다면 그 이후에 지구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냥 단순하게 그 가정에 대한 답만 있다면 시시했을 것이다.
 
 이 책이 대단한 점은 곳곳에 인간이 없는 곳들에 직접 찾아가서 그 상황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지금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해놓았으며, 그를 통해서 현재 인간들의 잘못이 뭔지 자연스럽게 알게 한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간 없는 세상’은 종교적인 의미의 종말론적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이러하게 하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인류가 없어진다면 지구에게는 분명 이익일 것이라고는 말한다.

 지금까지 내가 접해왔던 환경 운동은 지구를 아끼자, 보호하자, 지구와 인류는 공존해야한다는 식의 캠페인들이었다. 그렇지만 이 관점 자체도 다분히 인간 중심적이다. 우리가 지구를 어떻게 관리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기저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없어도 지구는 계속 남는다. 하지만 지구가 없다면 우리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있게 된 후에 지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지구가 우리를 키워낸 것이다. 우리는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보니 선후도 바꿔서 생각한 것이다. 오히려 관리라는 것을 한다면, 지구가 우리를 관리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그 반대가 불가능하다.

 우리는 길어야 수백만 년 정도 지구에서 살아갈 것이다. 인간이면 죽음을 피해갈 수 없듯이 그 모두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우리가 만들어낸 많은 것들에 대해 감탄하고 그 감탄이 자만으로 이어지는 사이 우리의 시간은 조금씩 닳아 없어지고 있다.

 지구보다 더 오래 살 것이 아니라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지구에 피해를 주는 인간으로서 정말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할 것이다. 인류 다음의 어떤 생명이 우리를 볼 때 당당할 수 있도록.

 이전까지의 관점을 뒤집는 신선함, 알찬 내용, 비교적 쉽게 쓰려고 한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꼭 다들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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