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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느 정도 회사 생활에 적응도 했고 한다면 이 회사를 계속 다닐지 말지 결정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한 달 이내에 퇴사하는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업무가 너무 많아서 건강에 무리가 와서 그만두는 경우도 있고, 다른 회사가 시스템이나 연봉이 나아서 그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그 외에 큰 문제가 없다면 결국 직장은 사람관의 관계가 어떻느냐에 따라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지 않나 생각한다. 당장 쓰러질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대부분 웬만하면 직장 생활을 계속 잘 할 수 있지만 항상 부딪치는 상사가 뼈져리게 힘들게 한다면 그 때 이직을 고려해봐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쁜 상사를 감별해내는 방법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상사의 그룹 분류


상사는 아래와 같은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A그룹: 일도 잘 하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하며 아랫사람을 키워 줄 수 있는 사람

B그룹: 일은 잘 하는데 인격적으로는 그다지 성숙되지 않았으나 아랫사람은 잘 지켜주는 사람

C그룹: 일은 못 하는데 인격적으로 매우 훌륭하며 아랫사람을 잘 키워 줄 수 있는 사람

D그룹: 일도 못 하고 인격적으로도 그다지 좋지 않으며 아랫사람을 구박만 하는 사람


A그룹에 속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쉽게 생각해봐도 직장이 아니라고 해도 저런 사람은 평소 일상생활에서도 보기 힘들다. 맨 처음에는 A그룹에 속하는 지 알았다고 해도 나중에 알고보면 다른 게 걸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단 나의 상사가 A그룹에 속한다면 일단 축하할 일이고 최대한 많이 배우는 게 좋을 것이다. 다만 A그룹이라고 해도 인격적으로 괜찮으나 완벽주의 성향이라 일을 너무 잘 해서 '내가 한 만큼 너도 해내야 한다'는 태도를 갖고 있으면 따라가느라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는 있다. (세종대왕 st.)


B그룹은 그래도 일을 잘 하기 때문에 성격은 그리 좋지 않아도 일처리는 잘 돼서 일은 그래도 할 수 있다. 어쨌든 업무적으로는 배울 수도 있고 괜찮은데 문제는 나도 모르게 나쁜 성격도 닮아버릴 수 있으니 그것을 주의해야 한다. 그렇지만 자기만 일을 잘 하고 성격도 안 좋은데 문제가 생겼을 경우 아랫사람에게 뒤집어 씌우고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생각해 봐야 겠다.


C그룹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C그룹 보다 B그룹의 상사와 일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일단 좀 무섭고 짜증은 나도 일 처리는 잘 해 주며,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B그룹인데 말 걸기조차 너무나 무서운 사람이라 말 한 마디 조차 못 거는 경직된 관계라면 오히려 인간관계에서 편한 C그룹이 나을 수도 있다. C그룹에 속할 경우 나의 능력을 더 드러낼 수는 있겠지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일처리에 대한 방안을 본인이 다 생각을 해내야 하는데, 경력이 없는 경우라면 이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는 있다. 한 마디로 C그룹은 본인이 능력이 있다면 괜찮을 수 있으나, 경력 2년 미만의 경우에는 별로 추천되지는 않는 경우이다.


D그룹은 한 마디로 일도 못하고 성격도 안 좋다는 것인데, 직장이 정말 '신'의 자녀들이 간택되어 들어가는 직장이 아닌 이상 이런 경우에는 퇴직을 강력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도 못하고 성격도 안 좋은 경우라면 업계에서 타겟이 되어 안 좋은 평판을 얻기 매우 쉬운데, 그런 경우 이직할 때 누구 밑에서 일했냐고 했을 때 '그 사람 아래 있었다면 저 사람도 별로 배운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몇 년을 버티더라도 별로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정말 배울 게 참 없다고 생각된다면 일은 못하더라도 C그룹의 상사와 일하는 것이 정신적으로도 낫고, B그룹으로 간다고 해도 성격은 안 좋아도 배우는 건 배울 수 있다.



그룹별 퇴사 추천

위의 그룹별로 어떤 경우 퇴사를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써본다.


A그룹 일 Good 성격 Good

100점! 축하합니다! 당신이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했나보군요! 계속 열심히 다니시면 됩니다!


B그룹 일 Good 성격 Bad or very Bad

75점. 그래도 배울 건 있군요! 정신적으로 너무 피폐한 게 아니라면 그래도 몇 년은 배우고 그만 두도록 해보세요!

오히려 다른 직장에 가면 모든 상사가 상대적으로 다들 좋아보여 잘 적응할 수도 있습니다!


C그룹 일 Bad 성격 Very good

60점. 배울 건 없지만 마음은 자유롭군요! 배울 게 전혀 없는 게 아니면 자신을 뜻을 펼친다고 생각하고 자기계발하며 다녀보도록 해 보세요! 


D그룹 일 Bad 성격 Very Bad

40점. 퇴사를 심각하게 고려해보세요… 그래도 어딘가 괜찮은 일자리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직장 다니면서 좋은 게 월급 나오는 것 밖에 없고, 일도 하나 느는 거 없고, 하루하루가 지옥같다면 미래의 건강을 위해 그만두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앞으로 가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면면과 나름의 대처법


언젠가 CF에서도 나왔던가, 남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상사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아래의 사항을 보며 지속적으로 참고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자신의 상사가 아래 사항과 너무나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면 위의 그룹 예시 내용을 한 번 보고 미래를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개인적인 의견을 드려본다.


남자친구한테 말하듯이 하는 것 - '내가 왜 화났는지 알아봐'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답정너이다. 왜 화났는 지 이유를 알 것 같으면 화나게 하지를 않았을 텐데 그걸 모르신다. 수수께끼 내지 마시고 그냥 뭘 잘 못했는지 사실대로만 말해 주시면 참 좋을 텐데. 일단 이럴 때는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과정에서 내가 놓쳤던 모든 것에 세세히 집중을 해서 기분이 안 좋을만한 사항이 뭐였는지 성심성의껏 차분한 톤으로 말씀 드리는 게 나은 것 같다. 


감정적으로 갑자기 소리지르며 인격모독적인 멘트 폭발

주의해야 할 게, 거의 그렇지 않다가 분기별로 혹은 반기별로 한 번 정도 갑작스러운 반응이 나왔다고 하면 그것은 그 사람이 이상한 것이라기 보다는 정말 엄청난 실수라서 도저히 화를 누를 수 없어서 그런 반응이 나왔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 둘이 따로 가서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보는 데서 만날 그러신다면…


만약 매일매일이 이리도 전쟁같은 상황이라면 정말 아무리 힐링음악을 듣고 요가를 해봐도 스트레스가 없을 수가 없다. 만약 이런 사람과 계속 일을 같이 해야 한다면, 사실 그만 두는 것이 가장 큰 '수'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이 하는 것보다 훨씬 피나게 일을 해내고 멘트를 폭발시킬 것 같은 기미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전에 눈치를 채서 미리 사과를 드리거나 그런 식으로 하는 수 밖에 없다. ㅠㅠ


다른 매우 나쁜 상사와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인 만족감에 빠지는 것

좋은 사람과 비교해서 더 나아지시면 참 좋을 텐데, 모두가 좋아하지 않는 상사와 비교하면서 그보다 낫다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더 밑에 있는 직원에게 더 배려 없이 대하며 '그래도 나는 다른 사람보다는 괜찮다'라는 생각에 자기 위안을 하는 것은 참 슬픈 상황인 것 같다. 


기계처럼 3초 안에 하기를 바라는 것

아침에 출근한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5분도 안 되었는데 그 일 다 됐고 지금 줄 수 있느냐고 해서 확인했더니 그 날 새벽에 온 메일이고 기존에는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던 터라 전혀 5분만에 해낼 수 없는 일이었을 때 이 때의 감정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이런 때는 '지금 메일을 보니 오늘 새벽에 온 것 같은데요, 제가 아직 미처 확인을 못한 상황이라 확인하고 언제까지 가능한 지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마음속으론 분노를 뿜어내서 삭힐 수 밖에 없다.


사시사철 쪼는 것

오히려 소리 지름을 당하는 것보다 사시사철 쪼는 것이 더 피가 마를 수가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지금 타임라인 상 수요일까지 하면 되는 것 같은데 굳이 화요일 아침까지 하라고 이미 들었건만, 월요일 오전부터 언제쯤 될 것 같은지 오전 오후 두 번 이상 (한 번은 직접, 한 번은 간접) 계속 끊임없이 얘기를 한다면 '얘기하지 않고 조금만 기다리시면 맞춰서 다 해드릴 수 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생각만 해도 무척 힘든 순간인데, 이럴 때는 현실적인 타임라인에 대해서 왜 이때까지 시간이 필요한지 얘기를 해서 설득해서 기다려 달라고 간곡히 얘기를 하든가 안 통한다면 그냥 맞춰서 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예전에 설득을 위해 이런 류의 보고서도 써본 적이 있다. 아래는 대략적으로 써 본 것이다.


데이터 하나 검토=몇 분/1인

현재 데이터 양=몇 백개

데이터 검토에 걸리는 시간=몇 십 시간

하루에 다른 업무를 전혀 안 하고 이 업무를 진행한다고 가정=8시간/1일

데이터 검토의 전문성 때문에 추가 배정 가능 인원 = 1인


결론: 이 업무만 진행 할 시 최소 X.X 일이 필요


만약에 타임라인을 맞추고 싶다면 자신이 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가늠을 잘 해야 하며 그 이유에 대해 구체화 해서 잘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설득했다면 타임라인을 어기지 않아야 어느 정도 쪼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미루는 것은 괜찮지만 미뤘으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


타임라인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

위의 내용과 어느 정도 이어지는 것인데, 업무를 그저 빨리빨리 하자는 사람이 있다. 정말 많다. 빨리하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빨리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이 많다.


나중에 언젠가 글을 구체적으로 쓸 것 같은데, 외국 vendor들과 일을 해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일을 훨씬 느리게 타임라인을 제시하곤 했다. 그래서 왜 그러는지 불만이 많았는데 일을 해보니 무조건 계획없이 빨리 한다고만 할 경우, 너무 빨리 일정을 잡아놔서 그에 맞춰 다 같이 일을 빡세게 함-빡세게 하다보니 일정에 도저히 못 맞추는 경우가 생김-일정을 빨리 잡아 놓은 상황이니 일정을 미룸-그러다 일이 갑자기 시작되어 또 빡세게 함-빨리빨리 하다보니 오히려 오류가 많이 생김-오류 때문에 일을 다시 새로함-기존 일정보다 훨씬 미뤄지고 결과도 안 좋아지는 루트를 타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외국 vendor들처럼 타임라인을 약간 넉넉하고 촘촘하게 짜놓고 그에 꼭 맞춰서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훨씬 좋았다. 일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이 있는지 파악하고, 어떤 일이 우선순위인지 파악하고, 우리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 지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서 하는 것이 본연의 업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이 일이 다발적으로 행해지는데 모두 다 빨리 하라고 해 놓고 나중에 안 되면 살펴보지 않다가 왜 안 되었느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어진다.


이런 경우에는 또 어느 정도 업무가 익숙해지면 타임라인을 맞춰서 스스로의 능력으로(…) 잘 짜고, 이런 경우 지속적으로 메일이나 보고로 업무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언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얘기를 해 드리지 않으면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의 사람도 꽤 있는데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특히 메일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보고를 했다는 증거이므로 타임라인 관련해서 얘기가 오고 갈 때 어느 정도 노력했음을 얘기해 볼 수 있다. 


기복이 심하거나 혹은 일관성이 없는 것

가끔 공과 사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알고보니 다른 일로 기분이 안 좋은 거였는데 그 날과 꾸중들은 날이 일치하는 그래프를 그린다든가, 전혀 이 업무와는 관련 없는 일인데 다른 업무에서 있었던 일로 뭔가 힘든 일이 생기거나 하는, 그런 슬픈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직원들이 오늘은 무슨 일이 없으셨는지 눈치를 엄청 보게 되고 힘든 감정이 많이 전염된다.


누군가 회사 생활이란 게 어떤 것인지 물어봤었는데 그 때는 완전히 정확히 대답하지는 못했었다. 이 글을 쓰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힘든 이유가 학생 때와는 달리 많은 사람 앞에서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가면을 쓰고 회사 내에서의 역할을 몇 시간씩 연기하느라 집에 갈 때가 되면 즐겁고 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에 길게 있을 수록 연기를 잘해야 하는 것 같다. 가식이 아니라, 내 감정은 집에다 두고 밖에 나오면 다른 사람이 되어 일은 일로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할 때는 일을 하는 모습만 남겨두는 연습이 잘 되어야 다 같이 일을 편안하게 잘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렇게 기복이 심한 것은 일관성이 없는 것과 연관이 되기도 많이 하는데, 이럴 때는 좋고 저럴 때는 좋지 않으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출 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같은 일로도 어떤 때는 칭찬을 받고 어떨 때는 꾸중을 듣고, 어떤 사람은 좀 봐주고 어떤 사람은 봐 주지 않으면 마음에 여러 가지가 쌓이게 된다. 아이를 키울 때도 생활습관을 형성하는데 일관성 있게 해 주어야 아이의 기준이 바로 선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과거에 자신이 했던 행동을 비교하면서 동일한 기준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 이럴 때의 해결책은 큰 것이 아니다(사실 큰 답이 없다). 바로 상승그래프인지 아닌지에 다라 행동 거지를 어떻게 할 지 체크해야 한다. 


너와 나의 구분이 없으며 개인적인 생활에 대해서도 언급

지금도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한다는 것은 다양한 면에서 힘든 점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내 생각엔 몇 십년 전과 비교하면 그래도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점차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생각해보면 불과 내가 어렸을 때도 남존여비 사상이 꽤나 심했는데 많이 나아지지 않았나.


우리나라는 정이라는 것이 참으로 큰 요소인데 정과 정 너머의 선을 잘 지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자면 이 정도 선이다.


정이 담겨있는 멘트: 오늘 머리 좀 바꿨네, 괜찮아 보이네. 예쁘다.

정을 넘어선 멘트: 오늘 머리 바꾸고 누구 만날 일 있어? 머리를 그렇게 할 거면 옷도 맞춰서 입었어야지. 옷 좀 사입어라. 

(걱정해 주시는 건 알겠는데 말입니다…)


정을 넘어선 멘트는 진정한 친구 사이에서는 할 지 모르나 진정한 친구라고 해도 너무 깊이 다가가면 사이 멀어지는 경우가 꽤 있다. 더불어 직장이라는 공간은 업무를 잘 하고자 뭉친 단체인데 상대방에게 신경을 쓰는 것은 좋지만 업무랑 상관없는 사소한 사항까지 걱정어린 멘트를 하는 건 감정이 다칠 가능성이 많고 업무에 영향을 주는 것만 아니면 어떻게 하든 큰 상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업무시간이 아닐 때/휴일에도 전화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전화

단계가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아마 배려의 정도가 좀 더 낮아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경험해보니 외국사람이나 한국 사람들이나 높은 사람들은 성격이 어느 정도 통하는 게 있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미안하고 타임라인을 제대로 생각해봤다면, 혹은 미리 정보를 완벽히 파악했더라면 전화를 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전화가 올 때, 그리고 그 전화가 업무로 이어졌을 때 가정에서도 업무에 묻히는 것은 회사 내에서 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압박을 선사한다. 


주변에 보니 지금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올챙이적 생각 못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나도 가끔은 그런 것 같고. 높아질 수록 예전 올챙이적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사람들이 더 따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둘어서, 나중에 나도 올챙이적 생각 많이 하면서 배려하면서 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구체적인 제시 사항 없이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 것

이것은 '삽질'이라는 것과 크게 연결이 되는 것인데(삽질 관련해서는 따로 포스팅할 예정임) 가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만 할 때가 있다. 칼 라거펠트가 작업할 때를 보니 영감을 막 받더니만 스케치를 몇개 이어서 해 주고 설명을 잘 해 주고 나면 샤넬의 최고 재단사들이 맞춰서 작업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한땀한땀 정성x정성을 들여 만든 옷을 이게 아니라는 한 마디에 없애 버리는 걸 보고 재단사들에게 감정 이입이 많이됐었다. 그런데 쇼가 다 끝나고 나서, 재단사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고 사진 찍으려고 다들 줄 서 있는 건 바로 '칼 라거펠트'였다. 왜냐하면 칼 라거펠트는 그들이 최고의 재단사들이기 때문에 평소에 그 능력에 대해 존중해주며, 재단사들이 최선을 다한 것도 알지만 그 옷이 기준이 맞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 '옷'에 대해 '안 된다'라고 얘기한 것이고 재단사들도 그런 마음을 알고 다름 아닌 칼 라거펠트의 옷이 최고이기 때문에 그런 최고의 작품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낸다는 만족감에 칼 라거펠트를 존경하는 것이었다. 


칼 라거펠트처럼 이런 상호 존중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할 만큼 했고 더 이상 대안도 없는데 무조건 안 된다고 얘기할 경우 업무는 해결이 안 되고 진행이 안 된다. 그럴 때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면 수긍할 수 있는 적절한 이유를 설명해 줘야 일 할 때 스트레스라도 덜 받는다.


책임져 주지 않는 것

메일을 보내는데 메일이 너무 많으니 cc(carbon copy, 참조)에서 다 빼달라고 한다든가, 나에게 이건 메일로 보내지 말고 말로만 보고한다고 한다든가, 다른 부서와 해결해야 하는 일에서 조정 능력이 없는데 말단인 사람보고 다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든가 하는 분들의 경우는 아무리 윗선에서 하라고 해서 진행된 일이라고 해도 무엇인가 잘못되면 그걸 진행한 사람이 모두 책임지게 될 수가 있다. 메일을 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내가 직접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보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 정도라면 어떤 일이 생기든 파악을 그리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아랫사람이 어떤 업무를 진행하는 지 감독하고 관리하고 이끌어주는 것이 상급자들이 할 일인데, 그저 나 몰라라 하는 분들을 가끔 보면 나중에 지나고 보면 저 분이 업무를 스티브 잡스 할아버지 급으로 하지 않는 이상 나중에 같이 일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염려가 생긴다.


이런 분들의 경우는 무조건 뭐라고 하든 어쩌든 로그를 남겨놔야 한다. 만약 메일이 너무 많아서 cc에서 빼달라고 한 경우 주마다 간단하게 사항을 모아서 보고서에 날짜와 함께 써 놓고 보고를 한다든가, 일을 모두 모아서 메일 하나에 진행 상황을 보낸다든가 하는 것이 좋다. 


혼자서만 일하고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 것

이런 경우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욕심이 많고 능력이 좋은 사람들 중에 내가 가르쳐 주면 다 치고 올라가 밀려버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완벽주의자라 다른 사람이 한 것은 전혀 성에 차지 않는 사람, 아니면 아는 게 그거 하나 밖에 없어서 자격지심이 있는 사람들, 혹은 신입 때부터 자기는 일을 알아서 잘 했던 터라 그걸 일일이 설명하려고 하면, 그렇게 풀어서 설명하는게 힘든 사람이라서 그럴 때도 있다. 가끔 그런 경우 있잖은가, 공부 잘하는 사람이 공부를 못 가르치는 이유가 '왜 이걸 안 하는지, 이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지' 파악이 안 돼서라고 말이다. 


실은 매우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어차피 한 명이 혼자서 다 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한 명이 엄청 많은 물건을 디자인하고 생산하고 품질 관리하고 포장하고 판매하고 마케팅하고 모든 실무를 다 할 수가 없지 않은가. 윗선으로 갈 수록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함께 효율적으로 일할 지를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인데, 이렇게 혼자 일을 다 하려고 하는 사람이면 나중에 병목현상이 생긴다.


모든 업무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한 명에게 오고 그 사람 한 명만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를 한 꺼번에 다 할 수가 없으니 업무가 늦어진다. 일은 자꾸 많아지지만 아랫사람들은 전혀 업무를 모르기 때문에 전혀 나눠서 할 수가 없고 계속 악순환이 펼쳐진다.


만약 악의가 없는 경우라면 질문을 할 때 다짜고짜 묻지 않고 어느 정도 업무에 대해 정돈된 상태에서 포인트만 질문하는 방식으로 맞춰서 질문한다면 괜찮겠지만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일을 시키지 않는 경우라면 알아서 업무를 어떻게 하나 모니터링을 하고 배워서 내가 능력이 느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업무가 늘었다고 너무 나대면 안 되는 것이, 안 그래도 위기감을 가진 상사가 앞길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칭찬이 한 마디도 없는 것

아무리 밤을 세워서 해도,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해냈다고 해도 칭찬 한 마디 없고 잘못된 것만 지적하는 경우라면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질 수가 있다.


개인 용무를 시킬 때

요새는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커피를 타오라고 시키거나, 혹은 뭘 사달라고 하거나 하는 등 본인이 충분히 할 수 있거나 아니면 본인이 꼭 해야 하는 일을 아랫사람에게 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타겟이 되는 사람은 부서의 막내인데, 막내에서 벗어났는데도 계속 그런다면 그동안 개인 용무를 너무 성심성의껏 해줬거나 아니면 다른 안 좋은 감정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뭐 어떤 인맥 관리 차원에서 큰 부담도 안 되고 별 문제 없어서 해주는 경우라면 문제가 없는데 과한 개인 용무를 계속 부탁한다면 정말 문제가 있다.


개인 용무를 본인이 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전혀 그럴 가능성이 적고 막내는 무조건 해왔다면 다 들리는 데서 막내에게 '네가 아까 말씀하신 그 일 좀 해 줘'라고 계속 인지를 시키든지, 예를 들어 지속적으로 커피를 타오라고 했는데 홍차로 타 간다든지 뭔가 업무를 수행은 했지만 약간 미묘하게 예상되지 않는 결과값을 만들어 낸다든지 하고 그래도 통하지 않을 경우에는 '해드리고 싶은데 지급 어떤 어떤 업무가 시간 안에 안 될 것 같아서요'라든가 구체적으로 '일'에 대해 언급해보자. 그래도 안 된다고 하면(!) '아마 직접하시면 더 정확히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해서 좀 정확히 못해 드리는 것 같아요"라고 온건히 얘기해보자.



마지막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들


사실 무엇보다 힘들 때가 잘못한 것이 명백한 것인데도 상사의 경우 이럴 때 사과에 매우 취약한데, 사과는 솔직히 동료고 후배고 그렇게 많이 하는 경우를 못 봐서 모두가 그러는 것 같아 자세히 안 썼다. 


내가 보기엔 회사에서 문제가 자꾸 생기는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이 한 곳에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내가 봤을 때는 30명 정도 있으면 그 안에서 서로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사람/덜 괜찮은 사람/나쁜 사람으로 나름대로 분류가 된다. 학교 다닐 때에도 보면 몇 명 중에 몇 명은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못된 사람들이 보이는데 회사라는 곳은 사람들도 엄청 많아 안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도 높아지는 데다가 여러 사람들을 높은 스트레스 환경에 몰아 넣으니 더 극적인 상황이 많이 연출되는 것 같다. 


부정적인 사항을 많이 써 놓았지만, 저기에 있는 모든 것이 '사람'이라 다 저렇게 반응하고 그러는 게 아닐까 싶다. 감정도 없고 생각도 없고 실수도 안 하는 존재라야 저기 있는 것들을 하나도 안 하는 것이 가능하다. 비난하면서 잊기 쉬운게, 남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자신도 비난받지 않는 존재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랫사람들이 상사를 비난하는 배경 중에 하나가 '왜 상사로서 갖춰야 할 점을 갖추지 못했느냐'라는 것이다. 나쁜 상사의 경우 피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만 욕할 뿐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나도 안 하고 무작정 비난만 하는 사람도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예전에 나는 어렸을 때 이해하지 못 하는 선생님들이 꽤 있었는데, 내가 생각했을 때 선생님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어른이 되었는데도 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고 너무나 높은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어른들이 자기들이 애들보다 더 낫다고 시위하려고 어른, 어른 해대는 것이지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고 별 다를 것 없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상사들도 똑같은 사람이란 걸 생각하고, 나 같으면 어떤 감정이 들었을 것 같은지 생각해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솔직히 욕하던 사람보다 본인이 더 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진짜 많다! 이제는 꽤 높은 연차가 된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에는 상사들만 욕했는데 지나고 보니 내가 잘못한 것도 모르고 욕한 게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더라 하는 얘기도 했다.


문제는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되는 경우인데 그럴 때는 어쩔 수 없다. 그 사람이 잘못한 것임을 강하게 인지하면서 감정을 분리시키는 연습을 하는 것 밖에는. 한 마디로, '이건 참 내가 아니라 그 분이 잘못 하셨다'라는 생각이다.


이 글을 만약 누군가의 상사가 보고 있다면 뭐 이리 재수 없는 글이 있나 싶고 아니면 나는 상사지만 절대 이런 경우에는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건 직원들에게 안 물어봤으니 전혀 모르는 거다. 아직 책은 읽지 않았지만 '미움받을 용기'를 가져보려고 조금씩 노력해 본다. 누군가가 나를 100% 사랑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명제에 대해 진실로 받아들이고 100%를 사랑해 주지 않든 말든 크게 상관하지 않을 거라는, 그러니까 내가 상사가 되었을 때 아랫사람들이 나한테 분명히 불만이 있을 거라는, 모자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계속 하는 것이다. 상사도 직원들의 눈치를 보는 상사가 많으면 좋겠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갑과 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 들여다 보면 직원들이 상사가 이렇게 하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봐 배려하면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에서 보면, 미실은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어'라고 했다지만 이렇게 하면 밑에 둘 사람이 없다. 내 사람이고 네 사람이고 모두 실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그래도 실수가 났다고 한다면 실수 자체에 너무 많은 집중을 하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빨리 생각하는, 그런 상사들이 많아진다면 참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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