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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는 것도 괜찮은 일이지만 때로는 향내나는 연필로 직접 글을 써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다. 마음대로 바쁘게 써지지는 않겠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면서 그 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되돌아 볼 수 있을테니까.
아마도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처음 접한 건 바로 고등학교 때 문학책 속에서였던 것 같다. 그 때 나는 열 일곱 소녀보다도 더 고운 감성의 글을 보고 감탄했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보노라면 콘크리트 틈새에서 피어난 노오란 민들레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일리쉬 하지 않고, 세련되지 않아도 이렇게 빛날 수 있구나 하고 안도하게 된다.
이 얇은 시집에는 놀랍게도 사계절이 들어있었다. 사계절에 대한 탄성과 수줍은 시선이 세상의 험한 논리에 젖어있었던 나를 그 순간만은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했다.
'뭐야? 진달래가 뭐 그렇게 대수야?'
라고 그리 마음에 안 드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렇지만 이해인 수녀님의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길 바닥에 있는 작은 낙엽도 특별하게 만들고, 아름다운 것은 그 아름다움을 깊이 느끼게 하는 힘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 남들보다 그것들에 대한 수용체가 많은 사람만이 써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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