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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임상시험이 어떤 것인지 정말 관심이 있다면 CRC/CRA GCP 교육 한 번 들으면 개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블로그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엇? 임상시험이란 게 뭐지?'하고 온 사람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정제된 말들 보다 날 것의 표현을 기반으로 임상시험이 뭔지 내 나름대로 쉽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나는 CRC 및 제약회사에서만 일을 했기 때문에, CRO의 입장이 아니라 CRC나 제약회사의 입장에서 주로 쓰게 될 것이고 아래 내용 중 더러 틀린 것들도 있을지 모르니 정확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임상시험 및 임상시험 관련 직군의 대략적인 이해를 목표로 하고 작성한 글임을 참고하고 읽어 주시길 부탁 드린다. (간단히 말하자면, 정식 이론이 아니라 야매라는 것이다..)

 

 

임상시험은 왜 하는가?

 

모든 임상시험을 제약사가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미국 암센터라든가 국제적인 기관 혹은 병원 같은 곳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신물질에 대한 임상보다는 치료법의 개발에 초점을 두는 것이 많다. A에 B를 같이 쓰는 것이 현재 기준인데 쓰고 있는데 A에 C약을 같이 써본다든지, 혹은 같은 약이라도 3주 요법이 나은지 5주 요법이 더 나은 것인지 등에 대한 것 말이다.

 

그러나 제약회사의 경우에는 신약/개량신약/바이오시밀러/제네릭 등 해당 물질에 대해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약품에 대한 허가가 필요하고, 허가를 받기 위해선 약물에 대한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 임상시험은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할 시에 나오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게 다 약을 팔아보자고 하는 것들인데, 그게 엄청 복잡하다는 얘기다.

 

 

약 하나가 판매되기까지의 과정

 

아마 대개 뉴스에서 쥐를 대상으로 신물질을 가지고 연구를 해봤더니 이런이런 효능이 있다더라하고 나와서 '아 곧 있으면 이 병도 다 치료 되겠네!'라고 생각한 적이 더러 있을 것이다. 뉴스에서 나왔다고 그런 약이 바로바로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그건 큰 오산이다.

 

일단 그렇게 진행되는 것은 '전임상'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쥐나 개 등 동물을 대상으로 신물질을 가지고 이 물질을 가지고 사람에게 투여해도 될 것인지 기초적인 데이터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대개 전임상 과정에서 물질의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으면 사람에게 투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 하다. 왜냐하면 사람에게 동물에서 데이터가 확보되지도 않았는데 임상시험을 진행하라고 할 일이 없으니까.

 

그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의 수가 많아야 개발을 해도 지속적인 수입이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신약의 경우 전임상이 끝나고 나면 1상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1상 임상 시험은 약의 효과를 확인하기 보다는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이 약을 투여해도 사람이 크게 해가 없을지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주로 약력학적 결과가 중요한데, 약력학이라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면 쉽게 생각해서 약을 몸에다 넣으면 주로 혈액속에 약이 검출 될 텐데, 그 수치를 통해서 정말 몸에 약이 돌아다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건 쉽게 설명하려고 이렇게 쓴 것이지 절대 정확한 설명이 아니니 따로 자료를 찾아볼 것.

 

2상에서는 이렇게 기초적인 안정성을 바탕으로 얼마나 투여하면 될지 투여량을 찾는 임상시험이다. 어느 정도의 투여량이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되는지를 확인하는 단계이고 1상보다는 조금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1상 및 2상에서도 별 다른 issue가 없었다면 3상을 진행한다.

 

 

Pivotal trial

 

대개 가장 중요한 데이터인 유효성 데이터(약효가 있는지)는 3상에서 확인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3상 데이터를 기준으로 허가를 획득하는 경우가 많아 허가를 획득하는데 가장 기준이 된 임상시험을 대개 3상=Pivotal trial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3상=Pivotal trial이 아닌 경우도 있으니 유의가 필요하다.

 

3상은 유효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많은 수(신약의 경우 1000명 이상을 하기도 함, 몇 십여개국 이상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음)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만큼 많은 비용이 드는데 그래서 신경 쓸 사항이 매우 많다.

 

다행히 많은 수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데이터가 성공적이었다면 이 임상을 대상으로 허가를 신청한다.

 

관련 직군

  • CRC: 임상시험 환자 관리, 임상시험 데이터를 기본적으로 입력하는 사람
  • CRA: 임상시험이 이렇게 진행 될 때 임상시험계획서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사람
  • Medical Writer: 임상시험계획서 만들고 결과 나오면 임상시험 보고서 쓰는 사람 (그 외에 허가문서도 작성)
  • Data Management: 임상시험 데이터가 기록되면 데이터에 대해 확인하고 데이터를 cleaning하는 사람
  • Biostatistician: 임상시험 데이터가 나오면 분석하는 사람
  • Pharmacovigilance associate: 임상시험 중/혹은 판매 후에도 이상반응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사람 (이 표현 외에도 다른 표현이 많음)
  • Medical Monitor: 주로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이 하고 이상반응이 있는 경우 그에 대해 상세 내용 검토를 하는 사람
  • Project Manager: 이 모든 업무들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모두 관리하는 사람
  • Medical Affairs: 약물 관련 정보, 의학 관련 정보를 알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주거나 내부 교육 진행 (이 표현 말고도 많음)

 

 

허가 신청

 

대개 약품 시판을 허가하는 허가기관중 국제적으로 대표되는 것이 유럽연합의 EMA, 미국의 FDA이다. EMA는 한 번 허가를 받으면 유럽연합 전체에 판매하기가 쉬워지고, FDA는 단일 국가이지만 워낙 인구가 많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허가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서 EMA와 FDA의 벽을 넘고 나면 그 외의 국가 허가 절차는 매우 수월해진다.

 

이 두 기관의 허가를 받기 위해선 매우 많은 자료 준비가 필요한데, 자료를 다 검토했다고 바로 승인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료에 대해 질문을 매우 많이 한다. 그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변이 되지 않아 허가를 받지 못하면, 지금까지 진행했던 임상시험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고,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변이 되었을 때 비로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관련 직종

  • Regulatory Affairs: 각국 허가 업무 진행

 

 

허가 후 절차

 

허가가 끝났다고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은 절대 아니다. 허가 후에도 주기적으로 안정성 데이터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것 중 하나의 절차가 시판 후 조사(Post marketing surveilance)이다. 가끔 심심치 않게 시판 후에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했더니 갑자기 안정성에 문제가 생겨 판매 허가가 취소되는 일이 더러 생긴다. 약 하나를 판매하기까지 거의 10년 정도가 걸리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지기가 쉽다.

 

그래서 특히 외자사의 경우에는 신약 개발 중 너무 많은 힘을 쏟아 개발을 하다가 허가 과정이나 시판 후에 실패해서 회사 재정이 어려워지고, 다른 회사가 이런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외자사들의 이름이 긴 이유가 합병 과정에서 이름을 합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BC 회사와 DEF회사가 합병 되었다면, ABC-DEF 이런 식의 회사 이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 이제 허가가 끝났으면 판매를 잘해야 하는데, OTC(over-the-counter) drug 같이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약이 아닌 이상 주로 주 구매자가 되는 의사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사람의 목숨이 달린 만큼 의사들은 데이터가 믿음직 하지 않으면 투여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존에 있던 약과 비슷한 성격의 약이고 가격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더욱더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해당 국가의 보험이 잘 되어 있어 약가는 그다지 상관이 없거나 혹은 해당 국가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다든가 하는 경우이다. 이럴 경우에는 약효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해진다. 다만 만약 대체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독점 비슷한 것도 쉽게 가능하다. 신약 중에 가장 성공적으로 꼽히는 것은 글리벡이라는 제제로 난리가 났는데 문제는 이런 경우는 안타깝게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요약

 

나름대로 자세하게 작성했는데도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서 더 간단히 요약해보고자 한다.

 

  • 임상시험: 대부분 제약회사가 약을 허가받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1상/2상/3상을 진행한다.
  • 허가: 3상까지 잘 되면 허가 신청을 하는데 허가 받기 무지 힘들다.
  • 허가 후 절차: 허가 받았다고 끝이 아니고 안정성이 계속 확보되어야 하고 의료진들 대상으로 장사하기가 무지 힘들지만 한 번 대박 터지면 정말 대단할 수 있다.

 

특정 상황에 대한 것이 아니면 질문은 거부한다. 구글링하면 이보다 정보가 더 잘 나오기 때문이다. :) 정말 관심이 있다면 스스로 알아보려고 해야 정말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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